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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다녀가자 부실 조선사에 ‘적자 수주’ 허용한 정부

성동조선해양의 경남 통영조선소 . 정부는 다음 달 중 이 회사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연합뉴스]

성동조선해양의 경남 통영조선소 . 정부는 다음 달 중 이 회사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연합뉴스]

<※ 이 기사는 2018년 1월 31일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생산 설비 그대로 놀리는 것보다
적자 일감이라도 가져오는 게 유리”
추가 구조조정·혁신 방안 없다면
‘언 발에 오줌 누기’ 그칠 가능성

정부가 국책은행 관리로 넘어간 부실 조선사에 ‘적자 수주’를 허용한 것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다녀간 뒤 20여일 만이다. “금융이 빠지면 일이 안 됩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다. 이후 지난 22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설립한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조선사들이 생산 원가를 밑도는 입찰 가격도 제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 3년 전 대우조선 부실 사태의 원인으로 저가 수주가 지목되면서 국책은행들은 그동안 흑자 수주만 허용하고 있었다. 이동훈 해양금융종합센터 팀장은 “생산 설비를 놀리는 것보다 적자를 보더라도 일감을 가져와 설비를 돌리는 것이 손실을 덜 보는 구조라 저가 수주를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정부 대응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마저 적자 수주에 뛰어드는 판국에 대우조선·성동조선·STX조선 등 정부 관리 아래 있는 조선사만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일감을 따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허용한 적자 수주가 앞으로 대규모 ‘손실 폭탄’으로 전환할 확률은 낮다고 보고 있다. 상선·컨테이너선·액화천연가스(LNG)선 등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이 뛰어난 선종들 위주로 허용했기 때문에 비교적 원가 예측이 어렵진 않다는 것이다. 설계도 작성 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저가 수주에 뛰어들었다가 3~4년 전 대규모 손실을 안긴 해양플랜트(해저 원유·가스 생산 장비)와는 다르다는 의미다.
 
국내 조선 3사 실적 추정치

국내 조선 3사 실적 추정치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은 한국 조선사끼리만 싸우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중국이 저가 수주 공세에 나서고 있는 판국이라 정부도 흑자 수주만 해야 한다는 단서를 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서 손실 위험이 없는 건 아니다. 조선사는 적자 수주를 하면 수주 즉시 손실을 보게 된다. 공사 계약 금액은 1000억원인데 투입해야 할 공사비(총예정원가)가 1200억원이 든다면, 적자 액수인 200억원은 곧바로 ‘공사 손실 충당금’이란 항목의 손실 예상 비용으로 잡힌다. ‘먹을 게 부족하니 불량 식품이라도 먹자’는 식이다. 하지만 적자 수주가 많아질수록 이 손실액이 늘어나는 것은 ‘불량 식품을 많이 먹으면 건강에 나쁜 것’과 같은 이치다.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들도 “올해에는 특히 조선사들의 적자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새롭게 건조하는 배 가격(신조선가)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대비 30~35%가량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선박을 만들 때 사용하는 철강 제품인 후판 가격은 상승세를 보인다. ‘생닭 가격은 오르는데 치킨은 싸게 팔아야 하는 게’ 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처한 현실이다.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민간 자본이 주주인 조선사라면 적자 수주 이후 손실 책임도 대기업이 지면 된다. 하지만 현재 적자 수주를 허용한 곳은 모두 국민 혈세가 투입된 부실 조선사들이다. 이번에 허용된 적자 수주 일감에 투입되는 국책은행의 금융지원도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적자 수주 허용으로 얻게 될 조선사의 득실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또 부실 조선사에 금융지원이 몰리면서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 다른 조선소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은행들은 무작정 조선업종 한 곳에만 기업 대출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정한 대출 한도를 두고 있다. 부실 조선사에 대한 대출 지원을 늘리면 그만큼 정상 운영 중인 조선사에 대출할 수 있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과거에 승인한 대출의 만기를 더는 연장해주지 않고 있다”며 “삼성·현대중공업과 같은 곳들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더 높은데도 은행 대출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다.
 
부실 조선사에 혈세 지원 부담을 더 키운 만큼 이후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추가 구조조정 방안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혁신 방안이 후속 조치로 나올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적자 수주 허용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대응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적자 수주 허용 이후 그다음 단계의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바로잡습니다=본지는 2018년 1월 31일 자 B4면에 '대통령 다녀가자 부실 조선사에 적자 수주 허용한 정부'란 기사에서 "정부가 국책은행 관리로 넘어간 부실 조선사에 ‘적자 수주’를 허용한 것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다녀간 뒤 20여일 만이다", "지난 22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설립한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조선사들이 생산 원가를 밑도는 입찰 가격도 제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양금융종합센터가 조선사들에 적자 수주를 허용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수정한 것은 '지난 22일'이 아니라 대통령이 옥포조선소를 방문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22일'이 맞기에 바로잡습니다. 지난해 12월 22일 확정된 내용이 1월 22일에서야 다수 매체에 보도되면서 해양금융종합센터의 가이드라인 수정 시점에 대한 착오가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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