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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월급 한 달치, 직원들에게 감사수당 주는 사장님

박치현 천일오토모빌 대표

박치현 천일오토모빌 대표

매년 1월이면 ‘사장 월급’을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회사가 있다. 수입 자동차 재규어·랜드로버의 딜러인 천일오토모빌 임직원들은 매년 시무식 때 최고경영자(CEO)의 전년도 12월 급여를 균등 분할해 지급받는다. 이 회사 박치현(40·사진) 대표의 월급은 1800만원 수준이다. 지난 3일 시무식에서 천일오토모빌 임직원 240명은 1인당 7만5000원 가량이 든 현금 봉투를 받았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 대표는 “회사를 인수한 이듬해인 2009년부터 직원들에게 주는 일종의 ‘감사수당’인데 올해로 꼭 10년째”라며 “직원 덕분에 사장이 월급을 받을 수 있어 고맙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이어 “처음엔 나름 두꺼운 봉투였는데 28명이던 식구가 크게 늘면서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며 웃었다.
 
이색 수당을 주는 것만큼이나 박 대표의 이력은 이색적이다. 그는 고(故) 박남수 천일여객 창업주의 장손이다. 천일여객은 부산을 기반으로 운수 사업을 하는 중견기업이다. 지금은 박 대표의 부친인 박재상(69) 회장이 경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어릴 때부터 유명한 사고뭉치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의 유명 나이트클럽에 ‘원정’ 가기 일쑤였다. 결국 미국으로 ‘강제 유학’을 떠났고, 국내로 돌아와서는 일당 3만8000원을 받는 공사장 일용직, 용접공, 패스트푸드점 점원 등으로 일했다. 박 대표는 “일당이 다른 일보다 대여섯 배 높아서 고층빌딩 유리닦이를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집안이 버스 회사를 경영했으니 자연스럽게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디자인이 차별화된 차량, 고성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침 재규어·랜드로버 딜러가 매물로 나왔다. “유산을 미리 받는다는 각오로 아버님께 사정을 해서 투자금을 받았지요. ‘(아버지께서) 천일은 60년간 사업하면서 단 한 번도 월급 밀린 적이 없다’며 운영자금 5억원까지 지원해 주셨어요. 그러면서도 ‘3년 안에 머리 숙이고 돌아올 거다’고 예상했다네요(웃음).”
 
천일오토모빌은 10년 만에 20배로 커졌다. 2008년 12월 인수 당시 28명이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회사는 이제 3개 계열사, 450여 명으로 불어났다. 매출은 2800억원 대로 모기업(천일여객)을 뛰어넘었다. 박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천일여객 자회사인 고려여객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부산 사옥으로 일주일에 2~3일 출근한다. 부친으로부터 ‘경영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비결이요? 딱 한 가지입니다. 직원에게 투자한 거지요. 모델부터 보험설계사, 전자양판점 판매원, 안내 데스크까지 능력과 의지가 있다면 가리지 않고 스카우트했습니다. 또 업계에서 ‘저러다 곧 망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만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줬습니다. 저보다 많은 수당을 받는 직원이 4~5명은 됩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유통 사업을 추진 중이다. 천일네트웍스를 설립해 중국·일본에 화장품·패션·생활용품 등을 수출할 계획이다. 중국 유고홈쇼핑·징둥닷컴, 일본 캔디 등과 제휴를 맺었다. 먼저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타깃이다. 라이브 커머스는 생중계와 실시간 채팅을 기반으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박 대표는 “현지 파트너와 손잡고 국내의 유망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변에서 창업을 말렸지만 오히려 반전 기회가 됐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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