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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폭설로 출발 지연된 항공편, 보상 어디까지?

1월2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유례없는 폭설로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뚫고 천신만고 끝에 김포행 대한항공 KE2710편에 올라탔다. 비행기는 공항의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창밖을 보니 눈이 심상치 않았다. 제설 순서를 기다린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워낙 비행기가 밀려 있어서인지 좀처럼 순서가 오지 않았다. 승객의 양해를 구하는 방송이 30분마다 이어졌다. 눈을 치우고 다시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잠시 뒤 다시 쌓인 눈을 치워야 한단다. 원래 출발시간인 오후 7시45분부터 옴짝달싹 못하다가 이튿날 오전 1시20분에야 이륙했다. 6시간 가까이 영화를 보다가 책을 들추다 졸았다 했다. 승무원은 음료와 간식을 쉴틈없이 날랐다.

공정위, 항공사 배상액 최대 600달러로 상향
기상 상황 등으로 지연시 항공사가 입증해야
숙식·통신비 등 보장하는 여행자보험도 등장

 최근 폭설, 안개 등 기상 상황으로 인한 항공편의 출발 지연과 결항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월11일 폭설로 항공 대란이 일어난 제주공항에서 제설차량이 눈을 치우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폭설, 안개 등 기상 상황으로 인한 항공편의 출발 지연과 결항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월11일 폭설로 항공 대란이 일어난 제주공항에서 제설차량이 눈을 치우는 모습. [연합뉴스]

오전 3시30분 김포가 아닌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이 새벽 도착 항공편을 받을 수 없어서였다.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시간. 대한항공은 서울 주요 지점으로 향하는 전세버스를 제공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오전 5시였다. 승객 중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은 있어도 난동을 부리거나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하얗게 뒤덮인 하네다공항 활주로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출발이 지연되거나 결항이 되면 항공사가 승객에게 보상해주는 일은 꽤 흔하다. 승객이 탑승 전이라면 공항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준다거나 공항 근처 호텔 숙박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항공사의 과실로 인한 출발 지연뿐 아니라 천재지변이나 공항 사정 때문이어도 보상을 해준다. 2017년 12월23·24일 인천공항을 뒤덮은 안개 때문에 500편 이상이 출발에 문제가 생겼을 때 많은 항공사가 불편을 겪은 승객에게 다양한 보상을 해줬다. 반면 10시간 이상 불편을 겪은 승객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집단 소송을 당한 항공사도 있다.
 최근 폭설, 안개 등 기상 상황으로 인한 항공편의 출발 지연과 결항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월12일 폭설로 항공 대란이 일어난 제주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폭설, 안개 등 기상 상황으로 인한 항공편의 출발 지연과 결항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월12일 폭설로 항공 대란이 일어난 제주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항공사마다 보상 방법은 천차만별이지만 참고할 기준이 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다. 올해 개정된 기준은 보상액이 상향됐다. 국내선은 도착 기준 1시간만 늦어져도 항공사는 운임(세금·유류할증료 제외)의 10%를 보상해야 한다. 국제선은 2~4시간 지연시 운임의 10%, 4~12시간 지연시 운임의 20%, 12시간 초과 지연시 운임의 30%를 배상해야 한다. 체류가 필요하면 숙식비도 부담해야 한다. 
항공사의 일방적인 예약 취소나 초과 예약(오버부킹) 등으로 기존 항공편이 아니라 대체편을 이용하면 보상액이 더 커진다. 항공 이동시간이 중요한 기준이다. 일본·중국 같은 운행 4시간 이내 노선은 도착 기준 4시간 이내 지연시 200달러(약 21만원), 4시간 초과 지연시 400달러를 배상해야 한다. 4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국제선은 4시간 이내 지연시 300달러, 4시간 초과 지연시 600달러를 배상해야 한다. 대체편을 제공하지 못하면 600달러를 배상해야 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무조건 보상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상 상태나 공항 사정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있으면 항공사의 배상 책임이 면제된다. 하나 항공사와 승객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항공사가 불가항력적 사유를 입증하도록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개정됐다.
그렇다면 폭설이나 안개 등 기상 악화로 출발이 지연되면 항공사는 아무 책임이 없는걸까. 그렇지는 않다. 항공사는 승객을 태운 채 국내선은 3시간, 국제선은 4시간 이상 출발을 지연해서는 안된다. 30분마다 지연 사유와 진행상황을 승객에게 알려야 하고, 지연 2시간이 넘으면 음식물을 제공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라서다.
최근 폭설과 안개 등으로 항공편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2017년 12월18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광판에 항공기 지연안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폭설과 안개 등으로 항공편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2017년 12월18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전광판에 항공기 지연안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항공사는 출발이 늦어지면 승객을 위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탑승 전, 공항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밀 쿠폰(Meal coupon)이나 라운지 입장권을 준다. 다음 탑승 때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주기도 한다. 불가항력적 사유로 출발이 늦어져도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숙식까지 제공하는 항공사도 있다. 지난해 발리 화산 같은 자연재난이 빚어졌을 때가 대표적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출발 지연, 결항에 대한 책임이 없지만 승객의 대체편 탑승을 돕고 특별기를 띄우기도 했다. 물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항공사도 많다.  
출발 지연시 승객에게 보상하는 방법은 항공사마다 천차만별이다. 공항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밀 쿠폰을 주거나 라운지 이용권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진은 새롭게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라운지. 최승표 기자

출발 지연시 승객에게 보상하는 방법은 항공사마다 천차만별이다. 공항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밀 쿠폰을 주거나 라운지 이용권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진은 새롭게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라운지. 최승표 기자

승객은 어떻게 행동하면 될까. 항공사 과실이 명백하다면 당당히 배상을 요구하면 된다. 의외로 많은 항공사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보상을 차일피일 미룬다. 지연 사유에 대해 승객과 항공사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이 경우 소비자원이나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제기하면 된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면 항공사가 아닌 보험을 통해 보상 받을 수도 있다. 최근 항공 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늘자 삼성화재·에이스보험 등이 관련 보장 내용을 추가했다. 기상 상황으로 인한 지연까지 보상해준다. 증빙서류가 있는 식사·통신·숙박·교통 비용 등을 보상해준다. 대신 항공사와 중복 보상을 받을 수 없고, 보험료가 다소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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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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