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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고양이가 1억원? 암호화폐로 애완동물 키우는 시대

이더리움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고양이 게임 크립토키티.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고양이 간의 교배를 통해 새로운 고양이가 탄생한다. 희소성이 높은 고양이일수록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시진 크립토키티]

이더리움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고양이 게임 크립토키티.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고양이 간의 교배를 통해 새로운 고양이가 탄생한다. 희소성이 높은 고양이일수록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시진 크립토키티]

암호화폐가 예술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각종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새로운 속성이 장차 문화예술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처럼 금융 거래만 가능하던 1세대 블록체인에서 스마트 계약이 가능한 2세대로 넘어오면서 음악ㆍ미술ㆍ게임 등 온갖 문화콘텐트를 당사자간 직접 거래하고 거래내역을 자동으로 분산기록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손쉽게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창작물에 고유성, 희소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 등 인기
희소성 때문에 투자수단으로 여겨져
디지털 경계 허물며 예술 전반 침투

가상고양이 키우기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이 게임은 가상세계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과거 다마고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크립토키티에는 같은 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다. 이 게임의 모든 거래는 이더리움으로 이뤄지는데 암호화폐 생산과는 다른 기술표준을 적용, 고양이마다 태어날 때부터 고유한 속성을 부여한다. 서로 다른 고양이가 만나 교배를 하면 점점 더 희귀한 고양이들이 탄생하는 구조다. 
지난달 약 1억2500만원에 팔린 크립토키티의 제네시스 고양이. [사진 크립토키티]

지난달 약 1억2500만원에 팔린 크립토키티의 제네시스 고양이. [사진 크립토키티]

이런 희소성 때문에 소장품으로서 가치가 급등했다. 지난달 6일에는 희귀 고양이 한 마리가 253이더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더리움의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미화 11만 8000달러(약 1억 2500만원)에 달한다. 이후 이더리움의 가치 상승을 감안하면 이 고양이 한 마리 값은 한 달만에 앉은 자리에서 3억 원으로 올랐다. 박성준 동국대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는 “블록체인의 활용이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공사의 이웃 간 전력 거래 시스템 등 거래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스마트 계약은 어떠한 용도로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소유자만 만들 수 있는 가상 캐릭터 크립토펑크. 크립토키티와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으로 거래되며 1만개의 캐릭터가 모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진 크립토펑크]

이더리움 소유자만 만들 수 있는 가상 캐릭터 크립토펑크. 크립토키티와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으로 거래되며 1만개의 캐릭터가 모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진 크립토펑크]

크립토펑크(CryptoPunks)의 인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픽셀로 만들어낸 캐릭터는 모두 펑크족 차림이지만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이더리움 소유자만 구매가 가능한 캐릭터의 평균 가격은 0.11이더(약 12만원). 하지만 희귀템은 100배에 달하는 10이더(약 1200만원)까지 치솟는다. 온오프라인의 속성이 결합된 레어 페페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에도 ‘슬픈 개구리’ 등으로 잘 알려져 있는 ‘페페 더 프로그(Pepe the Frog)’는 본래 만화가 맷 퓨리가 만든 캐릭터인데 인터넷 상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며 우리로 치면 일종의 짤처럼 쓰이게 됐다. 각 창작자가 공들여 새롭게 만든 작품들은 페페캐시를 통해서도 거래되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레어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한 작품이 35만 페페캐시(약 4200만원)에 낙찰됐는데 낙찰자가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는 없냐고 묻는 촌극도 벌어졌다.  
만화 '페페 더 프로그'에서 탄생한 페페는 다양한 표정을 자랑하며 짤로 사용된다.

만화 '페페 더 프로그'에서 탄생한 페페는 다양한 표정을 자랑하며 짤로 사용된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아트만 아니라 일반적인 미술품 거래에도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작품의 거래 내역이 자동으로 분산기록되기 때문에 위작을 진품처럼 시장에 내놓기 힘들다. 이일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모든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누구도 계약 내용을 임의로 바꾸지 못한다”며 “권리 관계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지고 거래 역시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통해 플랫폼이 중간에서 과도하게 수수료를 가져가는 현재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아티스트가 프로젝트에 대한 펀딩부터 배포까지 직접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미국의 싱귤러DTV가 한 예다. 예컨대 가수가 콘서트를 열기 위해 팬들로부터 암호화폐로 펀딩을 받고 수익이 발생하면 해당 화폐에 자동 반영, 팬들이 다음 이벤트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중국에서 나온 암호화폐 트론은 엔터테인먼트 코인을 표방하며 가상세계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트론독 게임을 개발하는가 하면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바오팽과 협약을 체결해 다양한 활용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에서 크립토키티를 본따 만든 가상 강아지 게임 트론독. [사진 트론독]

중국에서 크립토키티를 본따 만든 가상 강아지 게임 트론독. [사진 트론독]

블록체인 전문가인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뉴스ㆍ음원ㆍ웹툰 등 현재 디지털로 유통되는 모든 콘텐트에 적용이 가능하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분야부터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음악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누나가 가수 자두로 활동하며 인기곡도 있었지만 빚더미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창작자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면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더 많은 창작자가 유입되고 양질의 콘텐트가 생산되는 선순환구조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심슨 가족'의 호머를 접목한 레어 페페. 희귀할수록 비싸게 팔린다.

'심슨 가족'의 호머를 접목한 레어 페페. 희귀할수록 비싸게 팔린다.

물론 이런 기대나 전망이 실현되더라고 하루아침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표철민 대표는 “크립토키티 하나로 이더리움 전체 속도가 15%가량 느려진 것이 단적인 예”라며 “앱 하나 설치했는데 스마트폰 전체가 느려진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개별 기기의 성능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대표는 “2006년 클라우드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미래는 클라우드 세상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여러 개인이 사용하면서 비약적인 변화가 생겨났다”며 “손에 잡히는 킬러 댑(Decentralized Application·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질수록 그 시간은 점점 더 단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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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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