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대책 없는 부동산 대책 발언 … 부동산 시장 '부글부글'

“재건축을 추진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가뜩이나 주민들 간에 갈등이 심한데 정부가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싸움만 부추기고 있어요.”
26일 서울 노원구 상계 주공아파트 2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의 얘기다. 그는 “재건축을 못 한다고 했다가 결정된 것 없다고 하니 집주인들은 물론 세입자들도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재건축 연한 놓고 당국자마다 말 바뀌어
“누구 말 맞나” 재건축 시장 불만 팽배

보유세, 분양가 상한제 발언도 오락가락
조령모개식 대책 검토로 시장 혼란 키워
시장에 정제되고 일관된 메시지 줘야

 
재건축 연한 30년을 충족한 서울 노원구 상계 주공아파트 단지

재건축 연한 30년을 충족한 서울 노원구 상계 주공아파트 단지

상계 주공아파트 1~16단지는 대부분 1987년 지어져 재건축할 수 있는 연한(30년)을 채운 곳이다. 실제로 단지 곳곳에는 재건축 준비 추진위원회 간판이 보였다. 3단지 지하상가에 있는 공인중개소에는 ‘재건축 연합회 구성은 재건축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구호가 붙어 있었다. 이곳은 재건축 기대감에 지난해 거래가 늘고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재건축 연한 연장을 놓고 엇갈린 발언을 하면서 단지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 주공아파트 3단지에 재건축 추진위원회 간판이 세워져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 주공아파트 3단지에 재건축 추진위원회 간판이 세워져 있다.

 
상계 주공 11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만나는 사람마다 재건축할 수 있는지를 놓고 다른 얘기를 한다”며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느냐”고 물었다. 거래도 뚝 끊겼다. 11단지 인근의 A공인중계사 대표는 “최근 한 달 사이엔 거래는 없고 재건축이 가능한지 문의 전화만 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계 주공아파트 11단지의 경우 지난해 5월 30건, 6월 27건, 7월 22건 실거래가 신고되는 등 거래가 활발했지만, 최근에 거래 자체가 없다. 상계 주공 2단지 동대표인 국모 씨는 “이곳 아파트는 수도 배관이 낡아 녹물이 나올 지경”이라며 “지금 재건축을 할 수 있다고 결정이 나도 실제 재건축을 하려면 7~8년은 걸릴 텐데 우리 보고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동산 대책을 놓고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 조령모개(아침에 명을 내리고 저녁에 고친다)식으로 유포되면서 시장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검토 증후군에 걸렸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결정되지도 않은 정책을 “검토하겠다 “는 말로 시장 불안 심리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연한 연장 검토 발언으로 혼란에 빠진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재건축 연한 연장 검토 발언으로 혼란에 빠진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은 상계 주공아파트만이 아니라 강남권 일대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1단지의 경우 지난해 매달 10건 안팎으로 거래가 됐지만, 최근에 매물을 찾아볼 수 없다. 이 아파트 인근에 있는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 6월에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우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재건축 추진이 활발했는데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재건축 부담금 폭탄까지 터지면서 주민들이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아파트처럼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주민들도 많다”고 했다. 최근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에 들어간 개포 주공5단지 인근 중개업소 대표 역시 “정부가 오락가락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5일부터 재건축 아파트를 장기 보유한 사람은 팔 수 있는데 매도 상담은 많아도 매수 문의는 확 줄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인 동탄2신도시 분위기도 싸늘했다. 27일 경기도 화성시 청계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동탄2신도시에서 미분양이 계속 나오면서 집값이 뚝뚝 내려가고 있다”며 “주민 5000명이 동탄2신도시를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청원을 청와대에 넣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동탄면 아이파크 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C공인중개사 대표는 “남동탄이 특히 심각한 데다 올해 분양 물량도 적지 않아서 분양가 상한제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지역이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사가 한창인 동탄2신도시 전경

공사가 한창인 동탄2신도시 전경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혼란 속에 빠진 데는 정부 탓이 크다. 정부 당국자들이 시장에 일관되지 않은 신호를 잇달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연한 연장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한 토론회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은) 지금으로선 결정된 정책이 아니다”라며 “신중히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선 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과 다른 뉘앙스였다. 이날 김 부총리는 “국토부 장관이 어떤 상황에서 얘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국토부는 당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재건축 연한 연장 문제는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고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아님을 (김 부총리가) 말씀하신 것”이라며 “정부는 재건축 사업의 본래 목적과 제도개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지난 9일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이 기자들과 만나 “재건축 연한 연장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던 것과 다른 얘기다. 주택토지실장은 국토부에서 주택·토지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고위 당국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던진 것은 재건축 문제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8·2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완화해 지난해 11월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토부는 같은 해 12월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실제 적용을 보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대해 “검토한다고만 돼 있다”며 “강남에 재건축 물량 등 한정된 곳으로 수요가 몰리는데 공급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지금 부동산 시장 상황의 해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박선호 실장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용하겠다”며 상반된 얘기를 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알 수 없어서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2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은 결정된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2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은 결정된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역시 정부 당국자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해 조율되지 않는 발언을 내놓으며 논란을 가중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해 9월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문제를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한 달 뒤 국정감사에서는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등 보유세도 어떤 시나리오가 있는지 먼저 검토해놓고 정책 변수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스스로 말을 뒤집었다.
 
지난 16일에는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이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보유세 인상 논의에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가의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도 인상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집 한 채 가진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말한 것과 다른 얘기다. 논란이 일자 김 부총리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강조한 것이지 보유세 인상을 시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종부세율과 공시가격을 올리는 내용을 담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종부세법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서도 여당 내에선 상반된 주장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 의원 발의안이) 당론이 아니다”면서도 “기재부와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와 협의한 바 없고 독자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정책이나 당국자들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정부가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당국자들이 사견은 자제하고 정제되고 일관된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검토한다고 하면 시장은 시행으로 받아들인다”며 “정부 내에서 교통 정리되지 않은 대책 발언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