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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내부 분열 심할 땐 대체로 약달러 … 달러당 900원 시대 다시 오나

Fed 권력 교체기, 미 통화정책 전망
제롬 파월(왼쪽)이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취임한다. 그의 취임에 맞춰 달러 가치가 요동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오른쪽)은 지난주 ’달러 가치 하락이 미국에 이롭다“고 말해 달러 가치의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중앙포토]

제롬 파월(왼쪽)이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취임한다. 그의 취임에 맞춰 달러 가치가 요동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오른쪽)은 지난주 ’달러 가치 하락이 미국에 이롭다“고 말해 달러 가치의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중앙포토]

미국 달러의 파수꾼이 바뀐다. 이번 주 재닛 옐런이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의 후임은 제롬 파월이다. Fed 105년 역사상 열 다섯 번째 의장 이취임식이다. ‘달러 신전(Fed의 별칭)’의 일상적인  권력 교체다. 파월 신임 의장은 법률가 출신의 대세순응형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만의 통화이론을 갖춰 정책흐름을 확 바꿔놓을 인물은 아니다.

새 의장 파월 리더십 불안
법률가 출신 대세순응형 인물
옐런 정책 이어갈 것으로 예상

문제는 곧 임명될 연준 부의장
트럼프, 경제학자 윌리엄스 검토
‘통화정책 자체를 바꾸자’는 매파

Fed뿐 아니라 행정부도 혼선
므누신 “약달러가 좋다” 불 질러
트럼프 “달러 강해질 것” 진화

 
그런데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취임식은 의미심장한 리더십 교체”라고 18일 묘사했다. Fed 빅3가 모두 교체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빅3는 의장, 부의장, 뉴욕 준비은행 총재다. 현재 의장만 정해졌다. 부의장 자리는 비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후보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현재 뉴욕 준비은행 총재인 윌리엄 더들리는 올 6월을 전후해 은퇴한다. NYT는 “파월의 취임 첫해 Fed 리더십은 아주 불안한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기존 정책으론 저물가 해결 못한다”
뉴욕 준비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 부의장이다. 세계 금융센터인 뉴욕의 위상을 감안한 자리배정이다. 결정된 통화정책에 따라 각종 증권을 사고 팔아 시중은행간 금리가 기준금리에 수렴하도록 한다. 통화정책 결정에도 참여하면서 동시에 정책 집행을 책임지는 자리인 셈이다.
 
금융 역사가인 마틴 메이어는 『Fed: 인사이드 스토리』에서 “미 중앙은행 시스템이 공화당의 뜻대로 단일 은행으로 설립됐다면 뉴욕 준비은행이 Fed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Fed는 19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는 바람에 12개 지역은행의 연합체로 구성됐다. 월가 ‘머니 트러스트(독점 금융자본)’의 입김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월가의 영향력 완전히 차단할 순 없었다. 뉴욕 준비은행 총재는 백악관이 아닌 월가 대형 시중은행 대표들이 주도하는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FOMC 부의장이면서 월가 목소리가 전달되는 통로인 셈이다.
 
반면 Fed 부의장은 의장의 단점을 메워주는 인물이었다. 경제학자 출신 외부자가 Fed 의장이면 내부 출신이 부의장을 맡았다. 벤 버냉키 전 의장 시절 도널드 콘이 그런 인물이었다. 파월 새 의장은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았다. 백악관이 요즘 경제학자들을 인터뷰하고 있는 까닭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부의장 지명이 임박했다”며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준비은행 총재가 유력한 상황”이라고 지난주 보도했다.
 
윌리엄스는 Fed 내부자면서 경제학자다.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Fed 경제분석가로 일했다. 재닛 옐런의 뒤를 이어 2011년 샌프란시스코 준비은행 총재가 됐다. 경제매체인 CNBC는 “경제 패러다임이 옐런과 비슷하다”며 “긴축을 서둘지 않는 비둘기파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라고 보도했다. Fed 멤버를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눠 보는 통상적인 평가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한 걸음 더 나가는 인물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최근 쓴 글에서 “윌리엄스가 통화정책 틀 자체를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메이저 중앙은행들이 채택한 물가안정목표제(인플레이션 타깃팅) 대신 물가지수목표제(CPI타깃팅)을 주장한다. 그는 “기존 인플레이션 타깃팅으론 넘치는 달러에도 물가 상승률이 낮은 현상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물가지수 자체를 겨냥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상 밖의 일이다. 트럼프는 무난하다 못해 지루한 인물인 파월을 의장으로 골랐다. 이런 그가 정책 틀 자체를 바꾸자는 인물인 윌리엄스를 부의장의 1순위 후보로 놓고 이리 보고 저리 살피고 있다. CNBC는 “트럼프가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하고 백악관에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새 부의장을 고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르면 파월 취임 전후에 부의장이 지명될 수 있다는 얘기다.
 
3년 만에 달러지수 90선 아래로 하락
윌리엄스가 부의장에 지명되면 Fed 내부 갈등지형이 확 바뀐다. 현재 Fed 멤버들의 시각차는 역사상 가장 크게 벌어져 있다.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올릴지를 놓고 쉽게 만장일치를 이루기 힘들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윌리엄스가 부의장이 되면, 긴축 속도 논쟁에다 통화정책 프레임 논쟁까지 더해진다. 현재 Fed 멤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통화정책 프레임은 세 가지다. ▶물가안정 목표의 상향 조정 ▶물가지수(수준) 목표제 ▶물가범위 목표제 등이다. <박스 기사 참조>
 
통화정책 목표(target)는 돈 줄을 얼마나 줬다 폈다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지표다. 이 지표 자체가 Fed 멤버들 사이에서 입씨름의 주제가 된다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 말 것인지보다 더 심각한 갈등이 벌어진다. 톰슨로이터는 최근 전문가의 말을 빌려 “요즘처럼 Fed 분열이 심각한 경우는 역사적으로 서너 차례 밖에 없었다”고 지적한 이유다. 첫 번째는 대공황 초기였다. 워싱턴 Fed 이사들은 주가가 추락하는 와중에 경기를 부양할지, 아니면 버블 재발을 막을지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결국 로이 영 당시 의장은 금융불안 와중에 긴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 공황으로 이어진 계기였다.
 
두 번째는 1970년대 말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였다. Fed 멤버들은 고용(성장)파와 물가 안정파로 나뉘어 맞섰다. 로버트 헤철 리치몬드 준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폴 볼커가 1979년 의장에 취임한 직후엔 FOMC 자체를 주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90년대 초반이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의장이 이끈 FOMC에선 물가안정목표제 채택 여부를 놓고 입씨름이 이어졌다. 논쟁은 명시적인 인플레이션 타깃은 발표하지 않는 대신 내부적으로 참조한다는 선에서 봉합이 됐다. 그 바람에 저금리 국면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졌다. 그린스펀은 1994년 초 기습적으로 긴축에 나섰다. 갑작스런 긴축은 멕시코를 금융위기에 빠뜨렸다.
 
Fed 분열이 심한 시대 달러 가치는 대체로 약세였다. 달러 신전 내부가 어수선하니 당연한 결과였을 수 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은 파월 지명 이후 달러의 장기적인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던 기존 전망과는 다르다. 월가 전문가들은 당초에 “파월의 온건한 긴축이 미국 실물 경제의 탄탄한 흐름을 이어지게 할 것”이라며 “달러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통화정책 틀 논쟁의 재점화 가능성과 함께 이런 강(强) 달러 전망을 무색하게 하는 또 하나의 사건이 지난주 일어났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24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약한 달러가 미국에 좋다”고 말했다.
 
므누신의 발언은 미 재무장관들의 전통적인 발언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FT는 “로버트 루빈(1995~99년 재임) 이후 미 재무장관들은 강달러가 공식 입장이었다”고 보도했다. 재무장관은 실물 경제 관리보다 재무부 채권을 해외에 팔아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는 역할을 주로 한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판에 미 재무부 채권을 사겠다는 투자자는 드물 수밖에 없다. 므누신 발언 이후 달러 가치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주요 교역국가 통화와 견준 달러지수가 90선 아래로 떨어졌다. 2014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트럼프가 “달러는 결국 강해질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야 했다. Fed 뿐 아니라 행정부 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원달러 환율 예측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미쓰비시도쿄UFJ는 연말에 환율이 975원으로, 웰스파고는 990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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