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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간의 면접

일상 프리즘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 화학업체 코벤티아의 상임고문을 맡았다. 밀레코리아를 퇴직한 지 1년 2개월 만에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외국계 회사의 면접은 상당히 치밀하다. 두 차례 전화 인터뷰를 한 뒤 본격적인 인터뷰는 2박 3일 동안 진행됐다. 책상 앞에 앉혀 놓고 질문하는 방식이 아니다. 프랑스에서 온 3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호텔에 머물면서 아침 식사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저녁 식사 후엔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며 끊임없이 얘기를 나눈다. 필자의 생각을 묻기도 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흘러갔다가, 마치 친구처럼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심지어 가족에 대해서도 심사위원이 먼저 자기 가족 얘기를 들려주면서 묻는다. 이런 가운데 회사 경영에 필요한 적응력, 판단력, 경험, 대화하는 습관 등을 세세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과거 밀레 최고경영자(CEO) 면접을 볼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3박 4일간 진행했다. 면접 대상자는 바닥까지 탈탈 털린 기분이지만 회사 입장에선 시간과 정성을 들여 평가를 하기 때문에 인사에 따른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번 면접이 끝난 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보다 기존 경험이나 경력을 강화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퇴직한 뒤 영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다보니 머리와 입이 따로 움직였다. 친한 선배께 상의했더니 나이가 들면 한국어도 떠오르지 않아 잠깐 뜸을 들인다고 위로해줬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부족한거 같아 요즘 외국어 방송을 하루에 한두시간씩 챙겨 듣는다. 이제는 제법 현직에 있을 때의 느낌이 든다.
 
새로운 회사로 출근하기 전까지 어떤 자세로 일을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새 회사는 전에 다니던 회사와 국적부터 판매 제품까지 완전히 달랐다. 과거 상사맨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화학업체는 생소했다. 그럼에도 필자를 선택한 것은 무언가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겸허하게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겠다. 몇십 년 직장 생활을 했으니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부터 버리면 된다. 독일 속담에 ‘다른 엄마도 예쁜 딸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나만 아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알 수 있다. 새로운 문화나 기술에 대해선 젊은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은 밀레코리아를 다닐때부터 인정했다. 후배들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뿐 일 수 있다. 필자가 갖고 있는 외국계 회사의 오랜 경험을 더해서 같이 가면 될 것이다.
 
고민 중에 기업문화 차이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도 그룹별로 기업문화 차이가 크다고 하는데 외국 회사와 한국 회사가 합작한 경우엔 갈등의 소지가 많다고 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투자사는 수익을 내서 충분히 배당금을 지급하면 잘했다고 본다. 반면 외국계 회사는 배당금이 많더라도 경영 방식이 본국의 법에 규정하는 투명경영 방침을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 등을 세세하게 살핀다. 그러다보니 한국 측에선 파트너의 간섭이 심하다고 할 것이고, 해외 파트너 측은 한국 회사가 무성의하게 독자적으로 운영한다고 불평할 수 있다. 서로의 문화 차이를 이해시킨다면 조금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나부터 회사에 무엇을 바랄 것이 아니라 짝사랑을 시작해야겠다. 짝사랑을 하다보면 모든 것이 다 예뻐보인다. 내가 꽃을 좋아하면 꽃이 기분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안규문
코벤티아 상임고문 (전 밀레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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