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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화염 확산 막는 방화문 활짝 열어놔 피해 더 키웠다

밀양 화재 참사 원인은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관련해 경찰과 소방 당국이 27일 발화 장소인 1층 응급실에서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경남경찰청·소방청·한국전기안전공사 등 8개 기관 소속 50여 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응급실 내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고재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과장은 “응급실 천장 쪽에서 발화된 경우 떨어지는 낙하물을, 바닥에서 발화된 경우 생길 수 있는 연소 양상 등을 모두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현재 유력한 발화지점은 응급실 옆 탕비실(탈의실)이다. 지난 26일까지만 해도 경찰은 응급실 내 난방기 과열 등으로 인한 발화를 추정했으나 1차 감식 뒤 그 가능성은 작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대신 탕비실 천장에서 전기 합선 가능성에 원인을 두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탕비실 천장에는 전등용 전기 배선과 콘센트 전원공급용 배선 등 두 가지가 있었으며, 여기서 전기적 문제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1층 응급실 탕비실 내 전기선을 수거해 감식을 벌이고 있다. 중앙SUNDAY와 함께 현장을 찾은 김영철 경기대 공학대학원 소방도시방재학과 교수는 “화재의 원인은 전력 과부하나 전선이 오래됐거나 벗겨져 전기 합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 때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보다 방화문이 열려 있던 바람에 사상자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망자는 화염이 아닌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방화문은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출입구에 설치하는 문이다. 주로 실내공간과 계단실 사이에 설치되며 화재가 발생하면 피난 경로를 화재로부터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철이나 스테인리스 등 불에 타지 않는 금속 재질을 쓴다. 최근 건축되는 건물에는 화재경보기가 작동될 때 자동적으로 방화문이 닫히나 옛날 건물에 설치된 방화문은 평소 닫아 두어야 한다. 방화문은 여닫는 방식, 방화 셔터는 위에서 아래로 닫는 방식이다.
 
경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1층 응급실에는 가연성 물질이 가득했다. 알코올 성분이 든 약품과 업무용 종이, 가연성 매트리스와 이불·커튼 등은 유독가스를 내뿜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그런데 불이 난 세종병원 응급실 등 1층에는 방화문이 없었고, 2·3·5층(5층이 실제 4층)의 각 양쪽 비상출입구에 방화문이 설치돼 있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에 들어갔을 때 일부 층에 방화문이 열려 있었다고 한다”면서 “다른 구조대원이 구조 작업 중 방화문을 연 것인지, 평소에도 열려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일어난 1층에 방화문이 설치돼 있었더라면 2층 이상으로 연기가 유입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세종병원처럼 중앙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 ‘굴뚝’처럼 연기를 위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방화문 설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연기가 먼저 발생하고 화염은 1~2분 정도 뒤따라 이동할 수 있다. 화염이 스프링클러까지 도달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방화문이 평소에도 닫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구조활동 중에도 닫혀 있어야 한다”며 “상당수 건물이 방화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 방화문이 닫혀 있으면 드나드는 데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안전을 보장하고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밀양=김정석·조한대·위성욱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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