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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때마다 땜질대책 언제까지, 한국판 ‘버닝 리포트’가 답이다

[긴급진단] 제천 한 달 만에 밀양 참사
밀양이 슬픔에 잠겼다.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 37명의 위패가 모셔진 밀양문화체육관 내 합동분향소에는 27일 강추위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쏟아낼 게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봉근 기자

밀양이 슬픔에 잠겼다.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 37명의 위패가 모셔진 밀양문화체육관 내 합동분향소에는 27일 강추위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쏟아낼 게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봉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를 거론하며 “국민께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도 했다.
 
밀양시는 이번 화재로 37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제천 화재(사망자 29명·부상자 36명) 때보다 사상자 규모가 더 큰 건 유독가스가 심했기 때문이다. 사망자 전원이 모두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소방 당국과 경찰은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제천 화재 사건 이후 소방 관련법 개정안 5건을 처리해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소방차 전용구역에 불법 주차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문제는 대책이 사고를 방지하기보다 뒤쫓아가고만 있다는 점이다.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망 5명·부상 125명) 이후 정부는 기존 11층 이상 건물에 설치를 의무화한 스플링클러 설비를 6층 이상 건물로 확대했다. 반면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병원 건물은 지상 5층 규모에 바닥면적이 1000㎡ 이하여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2014년 5월 장성 요양병원 병실 화재(21명 사망·8명 부상) 이후 정부는 요양병원에 대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었다.
 
고시원에 화재가 나면 고시원의 화재·피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고층아파트에 화재가 나면 그때서야 피난 안전구역을 설치하게 하는 등 땜질 처방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번 화재 참사 후엔 유독가스 대책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중앙SUNDAY와 함께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동행 취재한 소방 관련 전문가들은 “땜질식 대응이 문제를 더 키운다”며 “한국도 ‘아메리카 버닝 리포트(America Burning Report)’ 같은 종합적인 화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버닝 리포트는 1973년 미국에서 발간된 화재 대책 보고서다. 당시 미국엔 화재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1961~72년 화재로 인해 14만3500여 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 베트남전 전사자 수의 3배를 넘는 수치다. 보고서는 총 19개 장(章)으로,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90가지 제안사항이 담겼다. 2년여간의 연구기간을 거쳐 73년에 최종 보고서가 나왔다.
 
김영철(66) 경기대 공학대학원 소방도시방재 전공 교수는 “범정부 차원의 보고서가 발간되고 그에 맞춰 화재 예방 조치가 이뤄지면서 미국 내 화재 피해가 극적으로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버닝 리포트는 장기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다. 위원회는 보고서 발간을 위해 당시 미 상무부 장관과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등 20명의 전문가를 모았다. 위원회는 활동 기간인 2년 동안 매달 머리를 맞댔다. 덕분에 화재 관련 데이터가 축적됐다. 스프링클러와 화재 감지기 설치가 의무화된 것도 리포트 덕분이다.
 
보고서의 또 다른 특징은 화재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의무 사항들을 강제했다는 점이다. 초·중·고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화재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부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한다. 보험회사는 화재감지기를 설치한 건물에 보험료를 인하해 주도록 유도했다. 미국 국세청은 보고서에 따라 화재 예방 관련 장비를 설치한 가정에 감세 혜택을 줬다. 김 교수는 “대형 화재 사고가 나면 흔히 소방관이 언제 도착했는지 지극히 표피적인 부분만 생각한다”며 “화재 참사를 막으려면 소방청과 관련업계뿐 아니라 일반 국민과 범정부 차원의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밀양=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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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