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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가져다준 마법사” 베트남 축구팬들 “오빠” 연호

베트남 ‘AFC U-23’ 준우승 이끈 박항서 열풍
27일 베트남 SNS에 퍼진 카툰.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金星紅旗)에 박항서 감독을 그려 넣었다.

27일 베트남 SNS에 퍼진 카툰.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金星紅旗)에 박항서 감독을 그려 넣었다.

“우리에게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감사하다.”(누엔반)
“마법사다.”(쯔린키엔)

“아버지처럼 위대하고 코치론 완벽하다.”(에블린 탕)
 
27일 페이스북에 게재된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金星紅旗·붉은 바탕에 금별)를 배경으로 한 박항서 감독의 이미지에 달린 글이다. 리오콴람이란 이는 베트남 내 박항서 감독의 별명을 ‘잠꾸러기 할아버지’라고 했다. 가끔 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곤 “정말 우리나라엔 할아버지와 같다. 외면적으로 엄격하고 경험 많고 훈육도 잘 하지만 속으론 따뜻하고 부드러운 할아버지 말이다”고 썼다.
 
27일 베트남 호찌민시 광장에서 시민들이 박항서 감독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사진 한준희]

27일 베트남 호찌민시 광장에서 시민들이 박항서 감독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사진 한준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축구팬에겐 한국 연예인보다 박항서 감독이 ‘오빠(OPPA)’“라는 글이 전파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축구팬에겐 한국 연예인보다 박항서 감독이 ‘오빠(OPPA)’“라는 글이 전파됐다.

베트남 축구팀의 선전에 박 감독의 사진을 배경으로 한 광고포스터가 등장했다.

베트남 축구팀의 선전에 박 감독의 사진을 배경으로 한 광고포스터가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선 박 감독과 한류(韓流) 스타인 지드래곤·송중기·김범·이민호 등을 동렬에 놓은 사진도 돌아다닌다. “여자들에겐 지드래곤 등이 ‘OPPA’(오빠)지만 우리 베트남 축구팬들에겐 박 감독이 OPPA”란 것이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의 베트남 대표팀 선전(善戰)이 박 감독의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 일종의 ‘피버(fever)’다.
 
사실 박 감독이 지난해 10월 국가대표 A팀과 U-23 대표팀의 사령탑이 되기 전 베트남은 그저 그런 팀이었다. 브라질 못지않게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였지만 실력은 동남아의 벽도 좀처럼 넘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206개 국가 중 112위였고 AFC 내에서도 상위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외국인 감독이 부임하곤 했지만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외국인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리곤 했다.
 
하지만 박 감독 체제가 들어선 이후 4개월 만에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열린 M-150 컵에서 3위에 올랐다. 우리로 치면 일본에 해당하는 ‘앙숙’ 태국을 10여 년 만에 2대 1로 꺾었다. 이번 대회에선 한국·호주 등 아시아의 강국으로 꼽히는 팀들과 경쟁해 조 2위로 통과했다. 8강과 준결승에서 이라크와 카타르를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 강호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했다.
 
그 사이 달라진 거라곤 감독이었다. 베트남인들이 박 감독에게 열광하는 이유다. 베트남에 개업한 의사인 신경미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선 ‘베트남의 히딩크’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 현지 언론에선 박 감독의 모든 게 화제가 되고 있다. 부인은 물론이고 90대 노모까지 다뤄진다. 노모가 막내 아들(박 감독)의 베트남에서의 경기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한 것까지 보도되고 있다. SNS에선 그에 대한 칭송과 감사의 글이 넘쳐난다. 커피숍이나 술집, 헬스장에선 무료나 할인 행사가 이어진다.
 
한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레녹뚜언(40)씨의 말이다.
 
“주변에 만일 아들이 생기면 이름을 ‘항서’라고 짓겠다고 말한다. 성이 다르니 ‘박항서’라곤 하지 못할 테니…(웃음). 베트남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박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한국인 친구 중엔 갑자기 페이스북 친구 요청이 많이 들어와서 보니 베트남 분들이라고 하는 이도 있었다.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올랐다. 사실 베트남으로선 첫 올림픽 금메달이 사격(호앙쑤언빈)에서 나왔는데 당시 코치가 한국인(박충건)이었다. 종목이 사격이어서 파급 효과가 크지 않았는데 이번 일은 다르다. 전국적으로 한국인의 우수성을 각인시키는 사건이 될 것이다.”
 
다른 베트남인들의 말도 다르지 않다. 당퀵비엣은 “9000만 베트남인들이 온 마음으로 박 감독에게 고마워한다”며 “그는 기적”이라고 했다.
 
베트남인들은 결국 지도력을 꼽았다. 호찌민시 여행자 거리에서 경기를 지켜본 응우옌반쭝(30)은 “결승전까지 기대도 안 했는데 올라가서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며 “박 감독이 최고다. 예전에 베트남 선수들은 멘털(정신력)이 강하지 못했는데 박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교육한 점이 대단하고 그로 인해 역대 최고 팀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대인 탕휜은 팀의 진짜 문제를 파악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감독이 처음 감독이 됐을 때 선수들의 신체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살펴보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이 각자의 롤이나 포지션, 그리고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거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는 의미다. 그러곤 “진짜 한 게임 한 게임을 더 할수록 좋아졌다”며 “박 감독은 단호했을 뿐만 아니라 겸손하고 지도력도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덕분에 선수 개개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다.
 
박 감독에 대한 훈장 수여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한다. 베트남 대표팀이 28일 귀국하면 하노이 외곽에 있는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카 퍼레이드를 하는 계획이 베트남축구협회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사회과학원 중국연구소를 방문한 은종학 국민대 중국학부(중국정경 전공) 교수는 이 같은 열기에 대해 “개발도상국으로서 베트남 국운 상승의 기반 위에 축구 이벤트가 더해진 것”이라며 “한국은 최근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많아 베트남의 환대를 받고 있고, 한편 베트남은 중국에 대해서는 경계와 의심이 있어 한-베트남 협력 분위기 조성에 좋은 계기인 듯하다”고 평가했다.
 
 
고정애·박성훈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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