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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상승세 잡을 묘안은?] 세무조사에 보유세 카드도 만지작거리지만…

각종 규제 땐 ‘노무현 시즌2’ 우려… 어떤 형태의 처방도 근본적 대안 못 돼


 
이제 시장의 관심은 정부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급등세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또 다시 대책을 내놓을 지다. 앞서 정부는 강남 집값 상승이 부동산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한 단속 의지를 내비쳤다. 국세청은 강남 등 집값 급등 지역의 아파트 취득자 중 양도·취득 과정에서 편법 증여 등 탈세 혐의가 있는 532명을 선정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바람에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등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주요 재건축 단지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때아닌 휴가를 떠났다. “실제 상황보다 부풀려졌다”며 애써 외면하던 정부의 입장도 추가 대책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월 18일 서울 가좌 행복주택에서 주거복지 협의체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며 “재건축 연한 상향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불과 1주 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던 재건축 연한 강화 카드까지 꺼내면서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나 국토부는 섣불리 추가 대책을 언급했다가 오히려 시장에 엉뚱한 신호를 줘 투기 수요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었다.
 
 
재건축 연한 30년 → 40년 검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1월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1월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국토부의 신중론은 지난해 내놓은 8·2 대책 등 일련의 부동산 대책이 아직 시장에 적용되지 않은 영향도 있었다.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는 1월 말부터 적용되고, 청약조정지역에서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4월 시행된다. 1월 25일부터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조합원 지위양도 예외조항이 시행된다. 10년 소유, 5년 거주한 장기보유 1주택자도 재건축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게 돼 다소나마 공급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김 장관도 “올 초부터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이 정상 부과되기 시작하고, 1월 중 신 DTI 제도가 도입된다”며 “올해는 그동안 마련했던 많은 정책이 본격적으로 효과가 발휘돼 실제 체감하게 되는 시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강남 집값 상승폭이 너무 커 애써 외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더구나 강남 집값 상승세가 용산·마포구 등 서울 강북권과 판교·위례신도시 등 인접 지역으로 확산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날 김 장관의 발언을 시작으로 추가 대책이 쏟아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카드가 나올까. 이날 김 장관이 밝힌 재건축 연한 상향 등 강남만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핀셋 규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규제 형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집값 급등의 근원지로 꼽히는 강남 재건축을 직접 타격하거나, 강남 주택 보유자를 향해 세금 폭탄을 투하하는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책은 재건축의 투자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방식은 효과도 즉각적이다. 재건축 사업을 멈춰 세워 당장 거래 단절과 호가(부르는 값) 하락을 끌어낼 수 있다. 재건축은 일반 아파트와 달리 집을 사서 입주해 거주 하는 예가 거의 없 으므로 정부 입장선 ‘투기’로 규정하기도 쉽다. 재건축 규제책으로는 ▶30년인 재건축 연한 40년으로 상향 ▶안전진단 통과요건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이다. 지난 정부가 2014년 9월 1일 발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주요 내용을 원상태로 환원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했다. 이를 되돌리면 최근 급등한 재건축 단지에 대한 투자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예컨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30년이 도래하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세인데, 이를 40년으로 되돌리면 최근의 투자 열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준공 후 30년이 되는 아파트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등 67개 단지 7만3000가구에 이른다.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요건 강화는 재건축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과거 정부는 구조안전상 큰 문제가 없어도 층간소음 등 주거환경 평가를 통해 주거 여건이 불편하면 안전진단을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과 직결돼 있다. 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가를 올리면 올릴수록 재건축조합원의 부담이 주는 구조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면 그만큼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 사업성이 악화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이미 지난해 제도 개선을 통해 지정 요건을 완화해 놓은 만큼 당장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최근 3개월 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면서 분양가 상승률, 청약경쟁률, 주택거래량 등이 과열되면 지정할 수 있는데, 강남이 지금 딱 그런 경우다. 그러나 이 같은 재건축 정밀 타격은 되레 시장에 ‘공급 부족’ 시그널만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부담이다. 재건축 연한 상향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나 안전진단 통과요건 강화는 시행 즉시 재건축 사업성 악화와 사업 추진 걸림돌로 작용할 게 뻔하다. 재건축 사업이 멈춰 서면 사실상 강남권의 신규 주택 공급도 끊기게 된다. 가뜩이나 ‘지금 아니면 강남 입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심리가 팽배한 데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면 상황은 악화할 수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재건축 직접 규제는 공급 축소로 이어져 이후 집값 급등을 불러왔다”며 “재건축 규제 중심의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실패한 카드여서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정책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해 8월 3일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가격 급등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경제비서관 등을 지내며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을 주도했다.
 
 
파급력 큰 맞춤형 세금 인상 카드?
 
또 다른 규제의 틀은 세금 인상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으름장을 놓았던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 카드가 거론된다. 기획재정부는 당장 올해 조세재정개혁특위를 통해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당초 8월께 개편안을 내놓을 방침이었지만 최근 3월 발표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제히 보유세 강화 방침을 언급하는 등 강남 부동산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당정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보유세 인상 카드는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파급력은 가장 클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유세를 인상한다면 법률 개정 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므로 우선 현재 시가의 60∼70% 수준인 주택 공시 가격의 시가 반영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실현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올라 공시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90~100%로 높이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특히 법률 개정 없이 시행령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시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주택 공시가격 대비 실제 세금을 매기는 과세 표준의 비율로, 비율이 높을수록 세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보유세 인상은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방 주택시장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재산세·종부세 외에 정부가 강남권을 겨냥한 새로운 보유세를 만든다는 얘기도 들린다. 강남권을 겨냥한 별도 세목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1월 16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라든지 아파트 부동산 가격 안정에 있어서 원칙은 해당 지역 맞춤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만 적용하는 세목 신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만약 새로운 보유세를 만든다면 투기과열지구 등 특정 조건에 맞춰 부과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어떻든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강력한 규제이긴 하다. 일반적인 시장이라면 매물이 늘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강남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부동산 연구위원은 “보유세 도입이 전혀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강남 집값 안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애꿎은 비(非) 강남권이나 지방만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세무 전문가도 “보유세 인상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 심화한다면 강남 등 선호지역 집값은 더 오를 수 있다”며 “강남은 재건축뿐 아니라 교육 등 다른 요인이 맞물려 수요가 몰리는 만큼 보유세 인상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속적 공급 확대 시그널 보내야
 
강남 등지의 그린벨트를 풀고 공공택지를 건설해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도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공급 대책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국토부는 이미 1월 9일 서울 시내 신규 공공택지지구 지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주거복지로드맵’을 내놓으며 밝힌 40곳의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올해 안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서울에선 강남구 내곡동이나 서초구 우면산 일대가 거론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연구 결과 강남 집값은 재건축을 통한 공급 증가나 인접한 경기도 성남·과천·하남시에서의 공공택지 공급을 통해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며 “이들 지역에 대한 공급을 늘린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택지 건설은 단기간에 주택 수를 확 늘리기 어려운 만큼 당장 발등의 불인 강남 집값을 잡을 묘안은 아니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급 확대 시그널을 주는 한편 수요 분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강남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보내고 해당 부지에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이라는 양질의 입지에 신규 주택이 공급된다는 시그널을 주면 묻지마 식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불안심리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민주거복지에 더욱 힘쓰는 방법도
 
정부는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공공임대 확대 등 서민주거복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의 강남 집값 급등세는 공급 부족, 학군 수요, 다주택자 규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의 처방이 됐든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임시 처방은 오히려 시장의 내성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시장의 흐름에 맡기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임대 확대 등 서민주거복지에 더욱 힘쓰고, 지역별 수요를 감안한 맞춤형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부동산시장이 정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대책에 문제가 없는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지역별 시장의 특수성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는 일괄 규제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정일 기자(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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