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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유독가스 막는 방화문만 닫혀 있었어도”…밀양 세종병원 37명 전원 질식사 왜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때 스프링클러보다 방화문의 작동 여부가 더 중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사상자가 화염이 아닌 연기에 질식해 숨지거나 다친 까닭이다.

"소방대원 화재 현장 진입했을 때 방화문 열려 있었다"
전문가,“유독가스 막는 방화문은 스프링클러보다 더 중요”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 37명 모두 유독가스 질식사로 추정
전문가 "평소엔 물론 화재 발생해도 방화문은 닫혀 있어야"

 
세종병원 화재는 지난달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와 비교해 화염은 약했지만 유독가스가 심했다. 이날 오전 7시 35분 소방대원들이 신고 3분 만에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층에 짙은 연기와 유독가스가 가득해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 화재로 숨진 사람 가운데 화상으로 숨진 사람은 1명도 없었고 모두 질식사한 것으로 소방당국과 경찰은 밝혔다.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두세 번만 마셔도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때 발생하는 연소 가스 속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신체 마비를 일으킨다”며 “화재 현장에서 갑자기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돼 쓰러지고 계속해서 유독물질을 흡입하거나 불길에 갇혀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는 가연성 물질이 가득했다. 알코올 성분이 든 약품과 업무용 종이, 가연성 매트리스와 이불·커튼 등은 유독가스를 내뿜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드라이비트 공법(콘크리트 벽 위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이고 시멘트를 바르는 공법)으로 지은 외벽에 불이 붙으면서 다량의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찰이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응급실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를 공개했다. 병원 내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경찰이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응급실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를 공개했다. 병원 내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지난 26일 경찰이 공개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내부 폐쇄회로TV(CCTV) 영상. 삽시간에 연기가 건물 내부로 퍼지는 모습이다. [사진 경남경찰청]

지난 26일 경찰이 공개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내부 폐쇄회로TV(CCTV) 영상. 삽시간에 연기가 건물 내부로 퍼지는 모습이다. [사진 경남경찰청]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대형 참사의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화재 초기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스프링클러 미설치보다 방화문의 미작동이 질식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화재처럼 연기가 먼저 퍼지고 화염이 수 분 뒤 이어진 경우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 해도 제때 가동하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스프링클러는 유독가스와 화염이 동시에 감지됐을 때 작동되기 때문이다. 불이 난 세종병원 응급실 등 1층에는 아예 방화문이 없었다.
 
경남도소방본부에 따르면 5층 높이의 세종병원에는 2·3·5층(5층이 실제 4층)의 각 양쪽 비상출입구에 방화문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화재 직후 소방대원이 현장에 들어갔을 때는 방화문이 모두 열린 상태였다고 한다.
 
방화문은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출입구에 설치하는 문이다. 주로 실내공간과 계단실 사이에 설치되며 화재가 발생하면 피난 경로를 화재로부터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철이나 스테인리스 등 불에 타지 않는 금속 재질을 쓴다. 평소에 닫아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닫히는 형태도 있다. 방화문은 여닫는 방식, 방화 셔터는 위에서 아래로 닫는 방식이다.
 
27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일어난 1층에 방화문이 설치돼 있었더라면 2층 이상으로 연기가 유입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세종병원처럼 중앙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 ‘굴뚝’처럼 연기를 위로 올려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방화문 설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연기가 먼저 발생하고 화염은 1~2분 정도 뒤따라 이동할 수 있다. 화염이 스프링클러까지 도달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방화문. [사진 우인셔터] ※기사와 상관 없는 이미지입니다.

방화문. [사진 우인셔터] ※기사와 상관 없는 이미지입니다.

방화셔터. [사진 우인셔터] ※기사와 상관 없는 이미지입니다.

방화셔터. [사진 우인셔터] ※기사와 상관 없는 이미지입니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에 들어갔을 때 일부 층에 방화문이 열려 있었다고 한다”면서 “다른 구조대원이 구조 작업 중 방화문을 연 것인지, 평소에도 열려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화문이 평소에도 닫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구조 활동 중에도 닫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 교수는 “상당수 건물이 방화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 방화문이 닫혀 있으면 드나드는 데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안전을 보장하고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바깥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바깥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송봉근 기자

 
공하성 교수도 “방화문이 제 기능을 하려면 항상 닫혀 있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열게 되더라도 자동으로 닫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기를 막아주지 못해 방화문을 설치해도 소용이 없다”며 “현재 1층에는 방화문을 설치할 의무가 없지만 제도 개선으로 모든 층에 방화문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밀양=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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