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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트럼프가 최악? 소속정당도, 부통령도 없었던 이단아 대통령도 있었다

글로벌 줌업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국민 질리게 한 트럼프 닮은 전임 대통령
10대 타일러, 임기중 의회에 9차례 거부권
무소속 대통령으로 부통령 없이 임기 마쳐
의회가 탄핵 절차 밟은 첫 대통령 불명예
전임자 사망으로 대통령직 승계 콤플렉스
사사건건 대통령 권한 앞세워 의회와 마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마틴 루터 킹 대이를 맞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에 '거지소굴(Shithole, 똥통이라는 의미도 있음)로 불러 국제적인 비난이 고조될 때라서 그런지 표정이 좋지 않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마틴 루터 킹 대이를 맞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에 '거지소굴(Shithole, 똥통이라는 의미도 있음)로 불러 국제적인 비난이 고조될 때라서 그런지 표정이 좋지 않다. [EPA=연합뉴스]

 
지난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는 공직이나 군 복무 같은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다. 그는 지난 1년간 기존의 규범에 한참 벗어난 말과 행동으로 수많은 사람을 경악하게 했다. 트럼프는 그런 언행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려고 하는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그의 언행이 ‘무례’ ‘결례’를 넘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린 ‘인종차별’ ‘여성 혐오’ ‘이민자 혐오’ ‘외국인 혐오’라고 비난한다. 트럼프는 과연 미국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이단아 대통령인가.
미국의 존 타일러 10대 대통령. 사사건건 의회와 대립해 미국 대통령으로 처음 탄핵 절차에 들어가는 불명예를 겪었다. 어떤 정당도 받아주지 않아 무소속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했으며 부통령도 없었다. 트럼프와 가장 비슷한 성향을 보인 전임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미국 역대 최악의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국의 존 타일러 10대 대통령. 사사건건 의회와 대립해 미국 대통령으로 처음 탄핵 절차에 들어가는 불명예를 겪었다. 어떤 정당도 받아주지 않아 무소속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했으며 부통령도 없었다. 트럼프와 가장 비슷한 성향을 보인 전임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미국 역대 최악의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역사를 찾아보면 트럼프를 떠올리게 하는 이단아가 있다. 10대 존 타일러(1790~1862, 재임 1841~1845) 대통령이다. 타일러는 전임자인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1773~1841, 재임 1841년 4월 4일~5월 4일)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하면서 그 자리를 승계했다. 타일러는 서거로 자리를 물려받은 첫 대통령으로서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임기 내내 대통령의 권한만 강조하면서 의회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전임자의 잔여 임기인 3년 11개월간 재임하면서 9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을 정도다. 기존 정치세력과 싸우는 ‘싸움닭’이고,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집통이라는 점에서 트럼프와 닮았다.  
 
 
미국 17대 대통령 앤드루 존슨. 남북전쟁 뒤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로 대통령이 됐지만 독단적인 정치로 인기를 잃었으며 소속 정당도 없었다.

미국 17대 대통령 앤드루 존슨. 남북전쟁 뒤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로 대통령이 됐지만 독단적인 정치로 인기를 잃었으며 소속 정당도 없었다.

타일러는 임기의 대부분을 소속정당도 없이 무소속 대통령으로 지냈다. 취임 당시 휘그당(공화당의 전신) 소속이었으나 당과 부딪히다가 2개월 만에 제명 조치를 당했다. 그 뒤 어떤 정당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아 무소속으로 임기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무소속 대통령은 17대 앤드루 존슨과 더불어 단 2명밖에 없다. 초대 조지 워싱턴도 무당파를 표방했지만, 실제론 연방당 정권이었다. 타일러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심지어 부통령도 없이 외로운 신세였다. 정치권의 누구도 원치 않고, 함께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고립무원의 대통령이 됐다. 그래도 트럼프는 공화당원이며 든든한 부통령도 있다. 공화당의 지지도 얻고 있다. 
 
미국의 9대 대통령 윌리엄 해리슨.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해 미국 역사상 최단 기간 재임 대통령이다. 존 타일러 대통령은 해리슨의 자리를 승계했다.

미국의 9대 대통령 윌리엄 해리슨. 취임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해 미국 역사상 최단 기간 재임 대통령이다. 존 타일러 대통령은 해리슨의 자리를 승계했다.

 
타일러는 의회에 미운털이 박혔다. 의회 일각에서 그런 그를 대통령직에서 몰아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1843년 탄핵절차에 들어간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탄핵은 정족수에서 단 한 표 차이로 의회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식물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쳐야 했다.  
 
 
독특한 것은 타일러가 트럼프와 전혀 딴판으로 미국 정계의 아웃사이더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타일러는 주 하원의원과 연방하원의원, 연방상원의원, 주지사와 부통령을 지냈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경력의 하나다. 풀뿌리 정치인으로서 숱한 선거를 겪으면서 정치의 생리를 익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 경력은 대통령직 수행과 무관했다. 막강한 권력의 대통령에 오르면 인간성이 변화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타일러는 미국 최악의 대통령 순위에서 항상 빠지지 않아 왔다.  
 
트럼프를 미워하는 세력은 타일러를 트럼프의 미래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석탄 광부나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노동자 등 트럼프 지지세력은 트럼프를 위대한 지도자로 여길 것이다.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인물이다.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인물이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정파에 따라 결이 확실히 다르다. 대표적인 인물이 39대 지미 카터(90세, 1977~81)다. 민주당 소속인 그는 미국 보수파에서 최악의 대통령으로 뽑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임기 중 인권·도덕 정책을 앞세웠다가 허점을 보여 이란 인질사태, 소련의 아프간 침공을 겪으면서 국가 위상을 추락시켰다고 비판한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지키는 자리이지 도덕적 신념을 국정과 국제정치에 실험하는 자리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선 그를 영웅으로 본다. 도덕적 원칙을 내세움으로써 부패하고 비도덕적인 리처드 닉슨(1913~1994, 재임 1969~1974)의 공화당 정권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떨어뜨린 미국의 국가 위신을 새롭게 세웠다고 주장한다.  
 
 
사실 워싱턴 정가 입장에서 보면 카터는 아웃사이더 정치인 출신이다. 조지아주 출신으로 조지아공대와 해군사관학교를 마친 뒤 원자력 잠수함에서 근무하다 대위로 예편한 뒤 귀향해 땅콩 농장을 운영했다. 그 뒤 조지아주 주 상원의원을 두 차례 지낸 뒤 주지사로 일하다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이 된 뒤 부부가 영상 기록물을 보며 외교 의전을 익혔다는 일화는 카터의 상황을 잘 말해준다. 
 
카터가 대통령에 오를 무렵 워싱턴 정가에서 보여준 태도는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주로 정치인이 트럼프를 보는 시각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보수파는 카터를 이단적인 인물로 기억하며, 이는 현재 진보파가 트럼프를 대하는 태도와 닮았다. 모든 대통령은 공과가 동시에 존재하게 마련인데 카터에 대한 평가는 정파적 오차가 강하다는 지적이다.  
 
계속되는 튀는 언행으로 취임 1년 만에 '최악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계속되는 튀는 언행으로 취임 1년 만에 '최악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트럼프가 퇴임 뒤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남은 임기 중의 업적에 달려있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그를 뱀을 보듯 싫어하고, 보수 진영은 어느 정도 후하게 점수를 줄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퇴임 전이든 후든 간에 객관적이지 않고 정치적이며, 정파적인 이익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 보수파들은 진보 진영에 밀리지 않으려고 결코 트럼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미래와 평가를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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