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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으로] 정화탑·제트바람·안개대포·드론 … 지구촌 미세먼지와 전쟁

만병의 근원 미세먼지 어쩌나
세찬 북서풍이 불면 하늘이 맑아지지만,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게 요즘 하늘이다.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는 ㎥당 25㎍(마이크로그램)으로 국내 환경기준치(25㎍/㎥)를 겨우 달성했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 기준 15㎍/㎥나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 10㎍/㎥를 넘겼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서울보다 오염이 심한 지역도 많다.

기관지 → 허파꽈리 → 혈관으로 침투
천식·뇌졸중·심장병·치매·조산까지

세계 각국 갖가지 퇴치 아이디어
효과 대비 비용 많이 들어 한계

대기오염 물질 배출 막는 게 우선
마스크는 ‘KF80, KF94’ 확인해야

 
미세먼지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우리 몸은 자칫 ‘종합병원’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가 어떤 병을 일으키는지, 그 위험성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PM2.5)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1㎍은 1000분의 1㎎, 즉 100만분의 1g이다. 미세먼지는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까지 도달한다. 이곳을 통해 미세먼지는 혈관으로 침투한다.
 
이로 인해 미세먼지는 천식·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뇌졸중·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까지 유발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 건강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유 먼지가 10㎍/㎥씩 증가할 때 고혈압 발생률이 4.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거 2016년 발표했다. 2015년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은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뇌졸중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 비율이 1.1%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홍콩 중문의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미세먼지가 정자의 질을 떨어뜨려 불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세먼지가 5㎍/㎥가 증가할 때마다 정상적인 모양과 크기의 정자 수가 1.29%씩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등 국제연구팀은 세계 183개국 자료를 분석, 연간 1490만 명의 조기 출산아 중 270만~340만 명은 미세먼지로 인해 일찍 태어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발표된 호주 등 국제연구팀 연구 결과를 보면, 초미세먼지(지름 1㎛ 이하) 농도가 10㎍/㎥ 이상이면 조산 위험이 9% 증가했고, 52㎍/㎥ 이상에서는 조산 위험이 36%로 급증했다.
 
2015년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베스 이스라엘 디코네스 의료센터(BIDMC) 연구진은 보스턴·뉴욕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 900명을 뇌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검사한 결과, 대도시의 높지 않은 미세먼지 농도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뇌 크기가 평균 0.32%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미세먼지 오염도가 2㎍/㎥ 증가할 때마다 1년간 자연 노화로 인해 줄어드는 만큼 뇌의 부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코를 통해 사람의 뇌까지 침투해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어떤 병이 생기나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어떤 병이 생기나

미세먼지는 암도 일으킨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디젤엔진 배기가스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고, 2013년에는 아예 대기오염 자체를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IARC는 “2010년 전 세계 22만3000명이 대기오염에 기인한 폐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2013년 덴마크 암학회는 미세먼지가 5㎍/㎥ 상승하면 폐암 발생 위험이 18%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미세먼지는 새로운 질환을 낳거나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한다”며 “가능하면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 때는 외출도 삼가는 것이 좋고, 외출해야 한다면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기능이 있는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제품 외부 포장에 ‘의약외품’이라는 글자와 ‘KF80’, ‘KF94’ 표시가 있는 것이라야 한다.
 
◆잿빛 하늘에서 미세먼지를 걷어내는 방법은 없을까=마스크 대신 잿빛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를 단번에 걷어내는 방법이나 기술은 없을까.
 
중국 산시 성 시안에 세워진 공기정화탑(스모그 정화 타워). [연합뉴스]

중국 산시 성 시안에 세워진 공기정화탑(스모그 정화 타워). [연합뉴스]

최근 중국 산시 성 시안에 세워진 공기정화 탑(스모그 정화 타워)이 미세먼지 제거 효과를 입증했다 해서 화제가 됐다. 중국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가 세운 이 스모그 정화 타워는 높이가 100m에 이른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데워진 공기가 대류 작용으로 타워 안을 흘러다니면서 여러 겹의 공기정화 필터를 통과하도록 한 장치다. 하루에 1000만㎥ 이상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고 하지만 도시 전체를 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 베이징과 톈진에 들어선 것과 같은 형태의 공기정화탑. [사진=Roosegaarde]

중국 베이징과 톈진에 들어선 것과 같은 형태의 공기정화탑. [사진=Roosegaarde]

이에 앞서 2016년 중국의 베이징이나 톈진에는 네덜란드 예술가 단 로세하르데가 설계한 7m 높이의 공기 정화 탑이 설치됐다. 이 공기정화 탑이 정화할 수 있는 공기의 양은 시간당 3만㎥에 불과해 실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16년 12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모셰 앨러마 교수팀은 인도 뉴델리의 대기오염을 제트엔진 분사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모그가 심한 화력발전소 주변에 제트엔진을 수직으로 세워 공기를 강하게 내뿜는다면 대기오염 물질이 흩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도시 전체에 적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인도 뉴델리에서 시범 운영됐던 물대포. [중앙포토]

인도 뉴델리에서 시범 운영됐던 물대포. [중앙포토]

중국 베이징이나 인도 뉴델리에서는 미세먼지 제거를 위해 ‘물안개 대포’도 등장했다. 차에 싣고 다니면서 도로 위로 뿌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물 대포 한두 대로 베이징의 극심한 스모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드론을 이용한 산불 진화 훈련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드론을 이용한 산불 진화 훈련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지난해 서울시에서는 필터를 설치한 드론 수십, 수백 대를 공중에 띄워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또 드론을 인공강우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검증된 방법은 아니다.
 
이처럼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아이디어는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대부분 비용과 비교하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제트엔진을 분사해 대기오염 물질이 흩어지게 하는 상황을 그린 개념도. [사진=The Times of India]

제트엔진을 분사해 대기오염 물질이 흩어지게 하는 상황을 그린 개념도. [사진=The Times of India]

이화여대 김용표(대기오염 전공) 교수 등 전문가들은 “이미 배출된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적용하려면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그 때문에 발전시설을 돌리다 보면 또 다른 대기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해결에는 왕도(王道·어떤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한 쉬운 방법)는 없는 셈이다. 대기오염 물질이 배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S BOX] 고비사막 미세먼지, 태평양 건너 미국 서부까지 비행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구에서 매연이 나와서 공기 중에 쌓이면 스모그가 된다. 반면 몽골이나 중국 북부에서 모래 폭풍이 생기고 모래 먼지가 하늘로 치솟은 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게 황사다.
 
처음 고비사막에서 발원할 때에는 미세먼지(PM2.5)와 입자가 상대적으로 큰 부유성 먼지(PM10, 지름 10㎛ 이하)가 함께 들어있지만, 황사가 한반도에 이르면 큰 입자는 떨어지고 미세먼지는 계속 동쪽으로 날아간다. 황사가 불어올 때는 부유성 먼지가 많이 증가하지만, 미세먼지는 스모그 때만큼 늘어나지 않는 이유다. 황사 속의 미세먼지는 한국과 일본을 지나고, 제트기류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까지도 날아간다.
 
황사 때는 하늘이 비교적 맑지만, 스모그 때는 하늘이 뿌옇고 시정거리가 짧아진다. 스모그 때에는 미세먼지가 태양 빛을 반사, 즉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빛의 파장과 입자의 크기가 비슷할수록 산란이 잘 일어난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대략 400~700㎚(나노미터, 1000㎚=1㎛), 즉 0.4~0.7㎛다. 이 파장과 비슷한 크기의 미세먼지(PM2.5)가 많다는 것은 가시광선을 산란시킬 수 있는 작은 입자가 많다는 의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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