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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에선 한국 수능시험 문제지 비싸게 암거래

장원재 탈북자 전문 유튜브 ‘배나TV’ 대표
300여 명의 탈북자를 방송에 출연시킨 장원재 배나TV 대표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을수록 통일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300여 명의 탈북자를 방송에 출연시킨 장원재 배나TV 대표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을수록 통일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세상에는 남들이 가는 흔한 길을 마다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주 토요 인터뷰에 응한 장원재(50) 박사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영국으로 건너가 연극이론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 열정은 축구다. 마니아를 넘어 전문가 수준이다. 축구에 관한 책만 7권을 썼다. 대학교수, 영어마을 사무총장, 라디오 방송 진행자 등을 거쳐 지금은 탈북자 전문 유튜브 채널인 ‘배나TV’ 대표 겸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탈북자들의 진솔한 얘기를 가감없이 전달하는 인터넷 방송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 있는 배나TV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배명복의 토요 인터뷰]
입대 청년들 ‘이등병의 편지’ 합창
가공되지 않은 진실이 북 변화시켜

북 상공에 와이파이 위성 띄우고
공중파 출력 높여 더 멀리 보내야

윤리 기준과 준법 의식 너무 달라
이대로 통일 되면 엄청난 혼란

유튜브로 북 주민과 거리 좁힐 필요
탈북자에게 쓰는 돈, 길게 보면 이익

 
이력이 특이하다. 그중에서도 축구가 눈에 띈다.
“너덧 살 때부터 축구를 굉장히 좋아했다. 아버지가 축구 경기가 있는 서울운동장에 데리고 가는 날이 나에게는 축제일이었다.”
 
축구를 잘했나 보나.
“그렇지 않다. 반대표로 못 뽑히는 수준이었다. 잘하고 싶은데 신체 능력이 받혀주지 못하니까 이론 공부에 열중하게 됐다. TV 중계를 빼놓지 않고 봤고, 축구 관련 기사라면 다 찾아 읽었다.”
 
축구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영국 유학 시절 국내 신문과 잡지에 축구 칼럼을 썼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이 활성화하기 전이라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정보가 국내에 별로 없던 시절이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일을 했던데.
“2004년 조 본프레레 감독을 국가대표 감독으로 영입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 밑에서 기술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장 박사는 2014년 6월, 유튜브 방송 채널인 ‘배나TV’를 만들었다. ‘배우고 나누는 TV’란 뜻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 미디어로서 유튜브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눈을 뜨면서다.
 
처음부터 탈북자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나.
“꼭 그건 아니다. 유튜브의 특성에 맞춰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는데 탈북자 인터뷰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통일을 앞당기고 통일 이후에 대비하려면 탈북자들 얘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2014년 9월 론칭한 프로그램이 ‘몰랐수다 북한수다’다. 탈북자들이 출연해 북한의 다양한 실상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배나TV가 탈북자 전문 채널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현재 배나TV의 주력 콘텐츠는 ‘탈탈탈’이다. ‘탈북자가 탈북자를 탈탈 터는’ 프로그램이다. 탈북자 한 명을 게스트로 초대해 다른 탈북자 등 두 명의 진행자가 탈북 동기와 과정, 한국 정착 생활을 2시간 동안 심층 탐문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세 편씩 올리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연계해서 하는 ‘배나구출단’이란 격주 프로그램도 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 위기에 처한 여성 등 긴급구조가 필요한 탈북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보내온 성금을 북한인권시민연합에 전달하면 관련 조직을 동원해 구출에 나서는 컨셉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25명을 구출했고, 그중 20명 정도가 한국에 왔다.
 
배나TV의 운영비는 어떻게 조달하고 있나.
“유튜브의 운영자인 구글로부터 받는 광고료 수입과 시청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후원자 수와 후원금 규모는 얼마나 되나.
“매월 300~500명 선이다. 금액은 1000원부터 몇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미국 등 해외에서 후원하는 분들도 있다.”
 
정부나 기관, 단체로부터 받는 후원금은 없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개인 후원만 받고 있다.”
 
지금까지 배나TV에는 300여 명의 탈북자가 출연했다.
 
‘탈탈탈‘ 92회에 출연한 탈북자 이위력 씨(가운데). ‘꽃제비’ 출신인 이 씨는 고아원에서 7년을 보내고, 돌격대 건설노동자로 고된 생활을 하다 2010년 탈북했다. [사진 배나TV]

‘탈탈탈‘ 92회에 출연한 탈북자 이위력 씨(가운데). ‘꽃제비’ 출신인 이 씨는 고아원에서 7년을 보내고, 돌격대 건설노동자로 고된 생활을 하다 2010년 탈북했다. [사진 배나TV]

가장 인상적이었던 탈북자는?
“참 어려운 질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드라마틱한 사연을 갖고 있다. 굳이 꼽는다면 ‘탈탈탈’ 92회에 출연한 이위력(31) 씨를 꼽고 싶다. 두 살 터울의 누나와 ‘꽃제비’ 생활을 하다 고아원에서 7년을 보내고, 돌격대 건설노동자로 고된 삶을 살았다. 악몽 같은 고아원 생활에 대한 기억 때문에 지금은 국내외 고아원을 찾아다니며 자기 돈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배나TV가 만든 탈북자 관련 콘텐츠를 북한에서도 보는 사람이 있나.
“구글이 제공하는 접속 정보에서 확인이 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우회해 접속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탈탈탈’ 같은 프로그램이 북한 주민에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가공되지 않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남한 드라마를 몰래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라는 걸 그들도 안다. 탈북자가 출연하는 종편 프로그램들은 편집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 눈높이와 잘 안 맞는다. ‘탈탈탈’은 처음부터 끝까지 탈북자 자신의 이야기다. 북한 주민이 보면 ‘저게 탈북한 사람들의 일상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북한 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외부 정보다. 그걸 통해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판단할 수 있을 때 북한도 변화할 수 있다.”
 
요즘 북한에는 장마당이 발달해 있다. 휴대전화도 300만 대 이상 보급돼 있다. 그들도 외부 정보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
“외부 정보를 접하는 순간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외부에 다른 정보가 있다는 걸 알아야 그걸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길 텐데 그런 정보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북한 사람이 많다. 한국도 1970년대에는 외부 정보를 통제했다. 그때보다 훨씬 검열이 심한 게 북한이다.”
 
외부 정보 확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북한 당국이 평양 외교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무선인터넷(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자주 바꿔 달라는 요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북한에도 와이파이존을 찾는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북한 상공에 와이파이 위성을 띄우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강원도나 황해도 출신 탈북자들 가운데는 남한 방송을 봤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전파 출력을 높이면 더 멀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300여 명의 탈북자 얘기를 듣고 난 소감이 궁금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통일이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생존의 문제가 워낙 급박하다 보니 북한 주민들의 윤리 기준은 우리와 다르다. 폭력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북한 사람들의 윤리의식이나 준법의식이 바뀌지 않은 채로 통일하게 된다면 엄청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들을 미리 교육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한국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다수 한국 국민은 탈북자를 따듯하게 대해주지만 세금 한 푼 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의미에서 탈북자들은 ‘미리 온 통일’이다. 그들에게 세금을 쓰는 것은 나중에 들어갈 엄청난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탈북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시간 약속이든 말의 약속이든 약속을 잘 지키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는 신용이 곧 돈이고, 자산이다.”
 
탈북자들 간에도 세대 차가 있나.
“많이 있다. 과거에 온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온 생계형 탈북자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자녀의 미래 때문에 오는 기획형 탈북이 늘고 있다. 최고위층에 속하는 아버지가 딸의 얘기를 듣고 ‘네가 그 꿈을 이루려면 서울에 가서 홍대 미대에 가는 수밖에 없다’ ‘너는 서울대 수학과에 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북한에서는 한국 수능시험 문제지가 고가에 거래되고 있고, 입대를 앞둔 장병들이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합창하는 일도 있다는 게 최근 들어온 탈북자들 증언이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토대(성분)가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고, 뇌물 등 만연한 부패 탓에 노력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에 미래가 있어 보일 리 없다.”
 
배나TV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워낙 이질적인 사회에서 떨어져 살다 보니 통일 이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걸 가장 값싸고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 수단이 유튜브 방송이다. 북한의 변화를 촉진해 통일을 앞당기고, 통일 이후 혼란과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
 
[S BOX] 태영호 전 공사 “귀순 전 북한서 배나TV 봤다”
배나TV의 구독자 수는 현재 7만3000명이다. 배나TV가 새로운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한 사람들이다. 구독 신청을 하지 않고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배나TV에 접속해 콘텐츠를 조회하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약 10만명. 탈북자 관련 유튜브 채널 가운데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가장 많다.
 
구글에 따르면 배나TV가 출범한 2014년 6월 15일부터 올 1월 20일까지 누적 조회 수는 4957만 회. 국가별 누적 조회 시간은 한국이 1050년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161년으로 두 번째다. 탈북자가 많은 중국은 의외로 33일밖에 안 된다. 유튜브가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도 지금까지 총 2일 18시간 동안 접속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일부 계층이나 남한 미디어를 모니터링하는 북한 요원들이 접속한 것으로 추정된다. 귀순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는 “북한에 있을 때 ‘몰랐수다 북한수다’를 인터넷으로 봤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기숙사에서 배나TV를 봤다는 캐나다 출신 평양과기대 교수도 있다. 알제리 40일, 리비아 17시간 등의 접속 기록은 북한이나 중국에서 아프리카 쪽으로 우회해 배나TV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배명복 칼럼니스트·대기자 bae.myungb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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