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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인사담당이 자식 직접 면접 … 채용인원 늘려 정치인 자녀 뽑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은행권 채용 비리는 우리은행만의 일이 아니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부터 11개 민간 은행(우리·씨티·SC제일 제외)을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 비리 검사 결과 2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을 확인해 수사기관에 이첩했다고 26일 밝혔다. 채용 청탁은 물론 특정 대학 출신 특혜 제공, 면접 점수 조작까지 각종 유형의 채용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임직원 자녀는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15% 가산점을 주는 은행도 있었다.
 

금감원, 비리 22건 적발 수사 의뢰
사외외사·임직원 지인 별도 관리
명문대생 채용하려고 점수 조작도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z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zseokim@joongang.co.kr]

검사 결과 은행 2곳은 우리은행처럼 지원자 중 특별관리 대상 명단을 따로 만들어 관리했다. 사외이사·임직원·거래처의 자녀·친인척·지인들이 별도 관리 대상이었다. A은행은 전직 사외이사 자녀가 서류전형 합격 대상자 중 공동 최하위(840명 중 840등)라 동점자 1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서류 합격자 수를 늘리는 편법을 썼다. 그 전직 사외이사 자녀는 최종 합격했다. A은행은 또 최고경영진의 친인척이 서류 심사(840명 중 813등)와 실무 면접(300명 중 273등)에서 최하위권이었지만 마지막 임직원 면접에서 최고 점수(120명 중 4등)를 몰아줘 최종 합격시켰다.
 
B은행은 사외이사 지인인 지원자의 필기전형과 1차 면접 점수가 최하위권임에도 ‘글로벌 우대’라는 사유를 붙여 통과시켰다. 글로벌 우대는 전형 공고에도 없던 내용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지원자에 대한 최종 임원 면접 점수까지 임의로 조정해 결국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어가게 했다. B은행은 전직 계열사 경영진의 지인, 주요 거래처와 전직 지점장의 자녀가 면접 점수 합격선에 미달하자 점수를 조정해 합격 처리하기도 했다.
 
명문대 출신을 붙이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채용 비리도 7건에 달했다. B은행은 명문대 출신 지원자 7명이 임원 면접에서 떨어질 상황이 되자 임원 면접 점수를 인사부서가 임의로 올려 최종 합격시켰다. 이 때문에 당초 합격권에 있던 수도권 등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은 점수가 깎이면서 불합격 처리됐다.
 
C은행과 D은행, E은행은 면접시험 운영 과정이 현저히 불공정했다. C은행은 인사 담당 임원이 본인 자녀의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그 자녀는 고득점으로 붙었다.
 
D은행은 비공식적인 사전 면담을 통해 가족의 직업을 미리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한 지원자가 전직 정치인 자녀로 확인되자 이 정보를 면접위원에게 전달하고 채용인원을 계획보다 늘렸다. 이 지원자는 최하위로 합격했다.
김회룡 기자

김회룡 기자

 
E은행은 계열사 사장, 현직 지점장, 최고경영진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의 자녀가 인성점수에서 합격 기준에 못 미쳐 떨어질 위기에 놓이자 간이 면접을 따로 봤다. 여기에서 ‘정성평가’ 최고 점수를 주고 이들을 모두 최종 합격 처리했다.
 
채용 비리까지는 아니었지만 채용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는 은행도 여러 곳이었다. 한 은행은 아예 내규에 ‘공개채용 필기시험에서 임직원 자녀에게 가산점 15%를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다른 은행은 실무자 면접 전에 개별 면담을 해 개인 신상정보를 파악한 뒤 최종 면접 위원과 은행장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전형 공고엔 없던 지역 거점 대학 및 글로벌 우대 등의 기준을 만들거나 전공학과·자격증 우대 기준을 임의로 정하는 등 채용 평가 기준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채용 비리 의혹이 폭로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광구 당시 행장이 자진해 사퇴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채용 비리 검사 결과는 파장이 클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은행권에 채용시스템에 대해 자체 점검을 하도록 했다. 당시엔 모든 은행이 부정 청탁이나 채용 사례가 없다고 보고했다. 금감원은 자체 검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현장검사를 나갔다. 그 결과 2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을 이번에 발견한 것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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