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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힘든 고령 환자 많은데, 스프링클러 안 해도 된다니 …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는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와 병원 측의 미흡한 초기 대응, 병원 내부에 가득한 가연성 물질 등이 맞물리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우선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가 피해를 키운 주된 원인이 됐다. 이 건물은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병원인데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세종병원(83명)은 물론 바로 옆 세종요양병원(94명)에도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법규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는 지하층, 창이 없는 층, 4층 이상의 층 중에서도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일 때 설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세종병원은 바닥 면적 394.78㎡, 연면적 1489.32㎡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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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위치한 세종요양병원도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인 연면적 600㎡ 이상 건물에 해당하지 않아 그동안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3년 전 모든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스프링클러 설치를 오는 6월까지 마칠 예정이었다.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층 응급실 안에도 가연성 물질이 가득했다. 이 병원이 방염 내장재 사용이 의무화된 종합병원은 아니어서 스티로폼 계열의 내장재가 많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화재 초기 불꽃이 보인 뒤 1분도 안 돼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연기가 자욱해졌다. 여기에 소독용으로 쓰는 알코올 약품, 원무과에서 쓰는 종이 문서들이 불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지난달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처럼 세종병원 외벽도 드라이비트 공법이 적용된 건물로 밝혀졌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 콘크리트 위에 단열재를 붙이고 매시를 더한 후 시멘트를 바르는 공법이다. 소방관들이 신고 3분 만에 출동해 밖으로 번지는 불길을 잡지 않았더라면 자칫 더 큰 참사로 이어졌을 수 있었다.
 
구조된 뒤 병원 인근 장례식장으로 대피해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 [연합뉴스]

구조된 뒤 병원 인근 장례식장으로 대피해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 [연합뉴스]

병원 측의 화재 대응에도 허술한 점이 많았다. 직원들은 화재 초기 7분간 신고하지 않고 자체 진화를 시도해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또 비상벨이 10분 동안 울리는데도 간병인이 오작동이라며 조치를 하지 않고, 불을 발견한 간호사가 진화 활동을 하지 않고 먼저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화문을 닫지 않아 화재를 키운 것으로 소방 당국은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세종병원 측이 ‘의료기관 화재 안전관리 매뉴얼’ 등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인공호흡기 등 연명치료 기구를 달고 있는 환자에 대한 별도 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병원 측과 소방 당국은 화재 당시 호흡기를 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환자가 다섯 명 정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보조기구를 달지 않은 채 호흡기를 떼고 환자를 대피시켰다. 이에 대해 손경철 효성의료재단 이사장은 “출근길에 직원이 전화를 해서 사고 사실을 알게 됐는데 저도 직접 구조 활동에 나섰다”며 “워낙 환자가 많고 불이 세서 적극적으로 구조를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갑자기 정전이 됐을 때 전기를 공급해 주는 비상발전기가 가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구조 당시 일부 환자가 엘리베이터에 갇힌 채 발견되고 또 다른 이들은 자동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어서다. 손 이사장은 “비상발전기가 설치돼 있지만 불이 났을 때 가동했는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밀양=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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