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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정현 발바닥 … 1만5000명 관중 기립박수

정현이 26일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발바닥 물집 부상으로 기권한 뒤 로저 페더러와 악수하고 있다. [멜버른 로이터=연합뉴스]

정현이 26일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발바닥 물집 부상으로 기권한 뒤 로저 페더러와 악수하고 있다. [멜버른 로이터=연합뉴스]

 
물집 터져 보기에도 안쓰러운 그의 발바닥. 위대한 도전은 잠시 멈춰 섰지만 세계 테니스계를 강타한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의 진정한 돌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호주오픈 ‘황제’ 페더러와 4강전
2세트 도중 부상 악화로 기권패
정현 “아파서 걸을 수가 없었다”
5월 프랑스오픈서 선전 기대

 
정현이 26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센터 코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에 기권패했다. 2세트 도중 심해진 발바닥 부상 탓이었다. 1세트를 1-6으로 내준 정현은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정현은 2세트 1-4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정현은 테니스화 끈을 풀고 양말을 벗었다. 테이핑한 왼발 발바닥이 드러났다. 굳은살 위로 물집이 반복해 잡히던 자리는 여러 번 벗겨내 붉었다.
 
발바닥 부상을 안고 뛴 정현. 호주오픈 준결승전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JTBC3 FOX Sports]

발바닥 부상을 안고 뛴 정현. 호주오픈 준결승전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JTBC3 FOX Sports]

 
정현은 테이핑을 다시 하고 코트로 돌아갔다. 전열을 가다듬은 정현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따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하지만 페더러의 각도 깊고 강한 서브는 속수무책이었다. 왼발마저 불편했던 정현은 내리 네 포인트를 뺏겼고, 게임스코어는 2-5로 벌어졌다. 결국 2세트 8번째 게임 30-30에서 정현은 주심에게 다가가 기권 의사를 밝혔다. 라켓 가방을 메고 떠나는 정현에게 1만5000여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로써 정현의 메이저 최고 성적은 4강이 됐다. 물론 한국 테니스 사상 최고 기록이다.
 
정현은 경기 후 "경기 전 오른발은 이미 진통제를 맞은 상태였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경기 중에는 왼발에만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테이핑을 벗긴 정현의 양발바닥은 처참했다. 일반인은 물론 운동선수들조차도 그의 발을 보고 걷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현은 "안 좋은 몸 상태로 계속 뛰어 팬들에게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더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기권했다. 너무 아팠고 걸을 수조차 없었다. 준결승에 올라 행복했고 특히 페더러를 만나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호주오픈 4강전 도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러 발바닥 치료를 받고 있는 정현. 오른쪽 사진은 정현의 오른쪽 발바닥 상태. 왼쪽 발바닥은 더 심하다. [사진 JTBC]

호주오픈 4강전 도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러 발바닥 치료를 받고 있는 정현. 오른쪽 사진은 정현의 오른쪽 발바닥 상태. 왼쪽 발바닥은 더 심하다. [사진 JTBC]

 
 
정현의 발바닥 상태가 악화된 건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와 만난 22일 16강전이었다. 조코비치가 전후좌우 구석구석 공을 꽂아 넣었고, 정현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경기 시간 3시간21분. 손승리 코치는 “물집이 터져 굳은살이 박인 곳에 또 물집이 생기면서 피멍까지 들었다.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진통제까지 맞았지만 사실 뛰기 힘든 상태였다”고 전했다. 평소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하던 정현마저 의사에게 통증을 호소했다.
 
준결승전 당일 몸을 푸는 훈련을 평소보다 30분 더 긴 한 시간이나 했다. 발에 잘 맞는 패드를 찾기 위해 여러 개를 테스트하느라 시간이 길어졌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정현이 그간 뛰었던 투어대회는 3세트 중 2세트를 따면 되는 대회였다. 5세트 중 3세트를 따야 이기는 메이저 대회를 6경기나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어 했다”고 전했다. 페더러는 “기권승으로 결승에 올라 아쉽다. 정현의 몸 상태가 안 좋다는 걸 2세트 시작부터 느꼈다. 나도 부상을 안고 뛰어봐서 그 아픔을 잘 안다. 그래서 정현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니스는 몸에 경련이 일거나 플레이를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 할 때는 깨끗이 기권한다. 상대 선수나 관중들이 이해해주는 문화가 있다. 1년에 10개월 동안 매주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부상이 심해지면 자칫 올 시즌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선수 생활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세계 1위 라파엘 나달(32·스페인)도 8강전에서 허벅지 통증으로 경기 도중 기권했다. 
 
 
정현의 돌풍은 이제 시작이다. 올해만 프랑스오픈(5월), 윔블던(7월), US오픈(8월) 등 세 번의 메이저 대회가 남아 있다. 긴 스트로크 랠리에 강점이 있는 정현은 지난해 앙투카(진흙)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 32강에 올랐다. 잔디 코트인 윔블던에선 2013년 주니어 부문에서 준우승했다. 호주오픈처럼 하드코트 대회인 US오픈도 기대할 만하다.
 
기권하고 코트를 떠나는 정현(오른쪽)[EPA=연합뉴스]

기권하고 코트를 떠나는 정현(오른쪽)[EPA=연합뉴스]

 
만 22세인 정현은 어디까지 성장할지 가늠할 수 없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복식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이번 대회의 활약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스폰서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현재 삼성증권·라코스테(의류)·요넥스(라켓)·라도(시계)가 정현을 후원한다.
 
아시아 1위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아시아 선수 중 현재 최고 랭커는 니시코리 게이(29·일본·24위)다. 니시코리는 2015년 4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30대를 앞두고 하락세다. 최근에는 손목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1m88㎝·87㎏인 정현은 체격도 서양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다. 게다가 20대 초반에 조코비치·페더러 등 톱 랭커를 경험했다. 페더러는 “정현이 호주오픈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톱10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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