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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투키디데스 함정 앞의 미·중 … 북 때문에 전쟁할 수도”

인터뷰│ 미·중 충돌 경고 『예정된 전쟁』 쓴 그레이엄 앨리슨
 

국제정치학계 거물 학자
아테네·스파르타 전쟁 원인 분석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 점쳐

한반도를 속국으로 여기는 중국
미국 철수하면 문제 풀릴 것 판단
남·북한 통일 후 핵 불허할 것

미·중 군사충돌은 자살 행위
경제 갈등, 환경문제도 불안요인
문재인 정부 주도해 해법 찾아야

예정된 전쟁

예정된 전쟁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
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미국에서 학문의 자유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을 보장한다. 별의별 주장이 제기된다. 그중에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밀착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주장도 많다. 우연의 일치인 경우가 더 많겠지만.
 
권상요목(勸上搖木)은 ‘나무에 오르게 하고 흔든다’는 뜻으로, 남을 부추겨 놓고 낭패를 보도록 방해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음모론’ 시각으로 보면, 일본은 미국의 권상요목 술수에 말려들었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na)를 대신하는 일본에 의한 평화(Pax Japonica)의 시대가 열린다’ ‘미·일 양국이 공동패권(bigemony)을 운영하게 된다’는 식의 전망에 취했다가 추락했다. 미국은 꿈에 부풀어 있는 일본을 연구하고 철저히 대비했다.
 
다음 차례는 중국. 새로운 권상요목 주기가 시작됐다. 중국의 패권국 등극, ‘중국에 의한 평화(Pax Sinica)’를 예상하는 수많은 책이 미국에서 출간됐다. 중국의 패권 가능성에 대해 전보다 회의적인 시각이 부상했지만, 변형된 형태로 미·중 패권 경쟁을 다룬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미·중 전쟁 불가피론’이다.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간결한 표현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뇌부·지식인·일반독자를 사로잡았다. 『예정된 전쟁』은 아마존 2017년 최고의 책,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된 베스트셀러다.
 
1893년 독일 작가 J G 보그트의 목판화 ‘시칠리아전투에서 참패한 아테네군’ . 아테네군의 시칠리아 원정(기원전 415~413)은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의 전환점이 됐다. [사진 위키피디아]

1893년 독일 작가 J G 보그트의 목판화 ‘시칠리아전투에서 참패한 아테네군’ . 아테네군의 시칠리아 원정(기원전 415~413)은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의 전환점이 됐다. [사진 위키피디아]

역설적으로 『예정된 전쟁』은 중국 지도부가 무시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책이다. 미·중 전쟁의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이 무리하게 군비지출과 군사행동을 강화하다 보면 원하지 않는 수렁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예정된 전쟁』의 한글판이 나왔다. 앨리슨 교수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국제정치학자 중 한 명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분석한 그의 『결정의 엣센스(Essence of Decision)』(1971)는 국제정치학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받는 필독서이자 클래식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과 미·중 대결이 한국에 미칠 영향이 궁금해 앨리슨 교수를 2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예정된 전쟁』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5일간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 중국 측 관계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주창한 ‘미·중 간의 새로운 강대국 관계’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존 미·중 관계가 지속되면 이 함정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쪽 반응은 어떠한가.
“이 책은 세계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경쟁자로 부상했을 때 우리가 한 세대 동안 직면하게 될 상황을 진단한다. 나는 주로 진단을 위해 작업한다. 하지만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은 해결책(solution)을 바란다. 나는 처방(prescription)을 모르기 때문에 난감하다. 내가 바란 것은 토론이다. 다행히 이 책이 토론을 활성화시켰다.”
 
많은 미국 분석가들이 중국이 19세기 이전의 전통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복원하려고 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중국의 천하(天下) 관념은 그야말로 ‘하늘 아래 온 세상’이다. 중국은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패권을 노릴 것인가.
“그런 전망에 동의한다. 내가 중국을 이해하는 데 최고의 가이드는 리콴유(李光耀, 1923~2015) 전 싱가포르 총리다. 그는 의문의 여지 없이 세계 최고의 중국 관찰자였다. 다른 이들은 리콴유 총리가 모든 중국 지도자들을 관찰하는 데 투입한 시간과 공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리콴유 총리는 2013년 한 인터뷰에서 ‘중국 지도자들은 아시아와 세계에서 미국을 대신해 넘버원 강대국이 되려고 진지하게 고려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물론이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찌 아시아에서 넘버원, 때가 되면 세계의 넘버원이 되려고 열망하지 않겠는가’라고 대답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그레이엄 앨리슨

앞으로 미·중 경쟁은 군사보다는 경제부문을 중시해야 하는 게 아닌가.
“대체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약간의 ‘아니오’가 섞인 대답을 해야겠다. 막대한 양의 핵무기를 비축한 두 국가는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 때문에 군사적으로 매우 신중하게 된다. 상대편을 공격하는 것은 자살을 의미한다는 게 미·소 냉전의 전개에서 중요한 요인이었다. MAD는 미·중 관계에도 적용된다. 한편, 미·소 관계와 달리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상호의존 때문에 양국 사이의 경제적 충돌은 경제적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economic destruction)를 낳을 것이다. 또한 현 역사의 시대에서는 온실가스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다.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중 양국이 배출을 제한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백 년 후 우리 후손들은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이유로 미국과 중국은 분쟁을 회피해야 한다. 그러나 양국 간의 경쟁은 제3국의 행동이 낳을 결과에 취약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부상하는 강대국과 지배하는 강대국이 서로 원해서 전쟁을 하는 경우보다는 제3국 때문에 전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제3국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양측의 상호 대응이 나선형 상승곡선을 그리다 보면 그 결과는 전쟁이다. 미·중 양국의 주된 경쟁 무대는 경제이지만,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계속 발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저지하기 위해 공격을 결정한다면 결과는 제2차 한국전쟁이다. 베이징·워싱턴·서울의 그 누구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미·중 전쟁이나 미·중 대리전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런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점증하는 한반도 위기는 여러 면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의 역학관계를 연상시킨다. 지난번 베이징 방문에서 나는 중국 군사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는 인물과 북핵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진실을 말하자면 한반도 문제의 유일한 원인은 미국이다. 미국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라고 말했다. ‘뭐라고? 어째서 그런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미국이 없다면 한국은 통일된 상태일 것이며 한국은 중국의 속국일 것이다. 중국은 속국인 통일 한국에 핵무기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가.
“그에게 나는 ‘당신의 그런 생각은 매우 흥미로운 관점이다. 우리는 한국에 어떤 공격적인 의도를 가지고 온 것이 아니다. 한국을 공격한 것은 중국의 동맹국인 북한이다.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왔다. 한국 방어는 휴전 이후에도 미국이 머물고 있는 기본적인 이유다. 가난하고 고립된 북한과 달리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은 역동적인 민주사회와 세계 10위권 경제를 건설했다. 우리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질서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한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중 경쟁이 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은 해야 할 일은?
“한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어떤 때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국인들의 친구인 한국인들의 불행은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스토리가 펼쳐질 위험이 있는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이라는 위험한 나라의 위험한 지도자를 대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문재인 정부의 이니셔티브가 미국과 중국과 한국이 함께 김정은을 저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고대 그리스의 챔피언인 스파르타가 도전자 아테네의 부상에 대해 불안을 느낀 결과로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년)이 발발했다는 아테네 사학자 투키디데스(기원전 460년께~400년께)의 주장을 압축한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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