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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거드름 피는 고양이 … 주인 목소리 듣고도 모르는 척 하는 까닭

거실의 사자

거실의 사자

거실의 사자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마티
 
책 제목 ‘거실의 사자’는 세상의 모든 ‘고양이 집사’들에게 훈장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떠받들고 사는 이 게으른 녀석이 사실은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의 혈통을 지녔기에, 그 거실의 ‘문고리’를 쥔 집사들도 백수의 제왕의 먼 친인척의 ‘비선’쯤은 되지 않을까? 그런 긍지(?)를 줄 만한 타이틀이다. 하지만 자기 집 거실에 사자를 키우는 건지, ‘사자의 거실’에 집사들이 갇힌 건지는 책을 읽고 판단할 문제다.
 
자연과학잡지 ‘스미스소니언’에 ‘뱀파이어 인류학’ ‘맥주 고고학’에 관한 글을 쓸 만큼 독특한 관심사의 저자는 ‘집사’의 본분을 잊고, ‘거실의 사자’가 간직한 무시무시한 진화의 비밀을 폭로한다.
 
가축화 증후군.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언급한 현상이다. 귀가 접히고 꼬리가 말리는 등 가축화된 동물의 특징을 말한다. 개에게서 현저한 이 특징이 고양이에게선 드물다. 가축화 증후군의 배후엔 뇌 용량의 축소가 있다. 공포를 감지하는 전뇌 영역이 줄며 인간과 부대끼며 살 때 스트레스를 덜 받는 쪽으로 진화한다.
 
고양이

고양이

사람에 의한 인위적 ‘가축화’는 짧게는 수십 년, 길어야 몇백 년 안에 완성된다. 하지만 고양이에게선 수천 년이 걸렸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로 남긴 애완 고양이의 뇌는 야생 그대로의 크기이며, 오늘날에 와서야 3분의 2 정도로 줄었다. 집고양이가 ‘가축화’라는 진화의 도상에 선 건 상당히 최근의 일이다.
 
고양이는 가축화라는 ‘진화의 도상’에 과연 끌려왔을까? 저자는 고양이가 가축화를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는다. 인간은 고양이들에게 기생을 위한 숙주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를 ‘증명’한 논문도 있다. ‘동물 인지학’ 저널에 실린 ‘집고양이에 의한 주인 음성 인지’라는 연구는 귀의 움직임을 분석해 고양이가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들으면서도 일부러 대답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고양이들은 뭘 믿고 아무 일도 안 하는 걸까? 아마도 ‘얼굴’이 ‘열 일’을 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에 대해서도 논문이 있는 모양이다. ‘고양이의 동공 크기와 소아 및 성인의 정서적 태도 사이의 관계’. 경쾌하게 쓰였지만 각주가 촘촘한, 간단하지 않은 책이다.
 
배노필 PD bae.nopil@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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