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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40년 동안 3남매 키운 어머니인데…” 화마가 남긴 사연들

26일 오전 7시 32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많은 사상자가 났다. 소방당국은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 29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 26분께 불을 모두 껐다. 송봉근 기자

26일 오전 7시 32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많은 사상자가 났다. 소방당국은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 29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 26분께 불을 모두 껐다. 송봉근 기자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당일 오후 3시 밀양 농협장례식장. 화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온 유족들은 상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멍하니 2층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한동안 장례식장 밖 어딘가에서 울부짖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고령 희생자 많아 자식들 오열
“오늘 퇴원할 예정이었는데”
다른 환자 대피 도운 의인들 빛나

이곳에서 만난 고(故) 심모(82·여)씨의 딸 문모(59·여)씨는“어머니는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물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 한 잔이라도 줘서 보내는 따뜻한 분이셨다”며 눈물을 훔쳤다. 심씨는 3일 전 감기로 입웠했다 변을 당했다. 사망자가 많이 나온 2층에 입원해 있었다. 심씨의 두 딸은 인근 병원에서 들것에 실려 오는 어머니를 봤다. 연기에 그은 얼굴이었지만 회복될 줄 알았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어머니는 끝내 자식들 곁을 떠났다. 
 
심씨는 40대에 남편을 잃고 시어머니를 모시며 보따리장수 같은 험한 일도 마다치 않고 3남매를 키웠다고 한다. 문씨는“제천 참사가 난 지 한 달 만에 어떻게 또 이렇게 큰 불이 날 수 있느냐”며“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달라”고 비통해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유족들이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다. 이은지 기자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유족들이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다. 이은지 기자

간호사 김점자(48·여)씨는 환자를 대피시키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김씨의 남동생 병수(45)씨는 “누나가 내성적이지만 상대방을 늘 배려하는 성격이었다”며 “20년 동안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다 3년 전 간호사가 됐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다”고 오열했다. 미혼이었던 김씨는 부모님을 평생 모셔왔고,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왔다고 한다. 
 
김씨는 26일 오전 7시 35분쯤 어머니에게 전화해 “엄마 병원에 무슨 일이 난 것 같다”고 다급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고,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가 밀양에 있는 김씨의 여동생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여동생이 7시 50분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이 번져 병원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 2층에서 발견됐고, 당시에는 살아 있었다고 유족들은 증언했다. 
 
김씨의 남동생 병수(45)씨는 “누나는 허리에 화상을 입고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 누나를 만지자 체온이 느껴졌고 살아 있었다”며 “밀양병원으로 이송돼 30분간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조금만 더 일찍 구조됐다면 누나가 살았을지도 모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사망한 환자들의 장례식장 모습. 최은경 기자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사망한 환자들의 장례식장 모습. 최은경 기자

퇴원 날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도 있었다. 故 박모(92·여)씨는 폐에 물이 차 치료를 받고 퇴원을 기다리다 화를 당했다. 박씨의 딸들은 “살아있으라고 기도했는데”라며 슬픈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故 이유기(89·여)씨 역시 26일 오후 퇴원이 예정돼 있었다. 딸 홍순열(60)씨는 “지난 16일 갑상선에서 고름이 나와 세종병원에서 검사해보니 갑상선암이었다”며“고령이라 암이 더 진행되지 않을 거라고 해 퇴원할 예정이었다”며 “어제 퇴원할까도 생각했었는데 너무 황망하다”고 말했다.
 
세종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만에 참변을 당한 이도 있었다. 故 문추자(70·여)씨는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 지난 25일 독감 증세를 보여 세종병원으로 옮겨졌다. 문씨의 아들 남성민(43) 씨는 “요양원에서는 독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 세종병원으로 잠시 옮겼는데 하루만에 이런 변을 당할 줄 몰랐다”며 “10년 전 교통사고로 거동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화마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26일 오전 7시 32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37명이 숨지고 7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송봉근 기자

26일 오전 7시 32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37명이 숨지고 7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송봉근 기자

밀양=최은경·이은지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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