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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 순식간에 확산, 거동불편 환자 많아 사망자 많았다

26일 오후 석정식 밀양 세종병원 원장(왼쪽)과 손경철 세종병원 이사장이 세종병원 앞 농협 2층에 차려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대책본부 상황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018.1.26.송봉근)

26일 오후 석정식 밀양 세종병원 원장(왼쪽)과 손경철 세종병원 이사장이 세종병원 앞 농협 2층에 차려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대책본부 상황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018.1.26.송봉근)

39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밀양 세종병원은 5개 진료과목이 있는 종합병원이지만 고령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인명 피해가 유독 컸다. 26일 오전 7시 30분부터 화재를 알리는 비상벨이 울렸지만, 화재 발화지점으로 알려진 1층 응급실에서 멀리 떨어진 4~6층에 있는 환자들은 불이 난 이후에도 10분 넘게 병상에 앉아 있었다. 연기가 6층까지 차올랐을 때는 병실 자동문이 열리지 않아 6층에 있던 환자 35명은 꼼짝없이 병실에 갇혀 버렸다.  
 

7시 30분부터 비상벨 울렸지만 4~6층 환자들 10분간 그냥 앉아 있어
갑자기 연기 차오르고 병실 자동문 작동 안해
생존자 “119 소방대원 손에 이끌려 겨우 탈출”

601호에 있던 강서윤(78) 씨는 “비상벨이 10분간 울리는데도 간병인이 오작동이라고 해 13명이 모두 병상에 앉아있거나 누워 있었다”며 “7시 40분쯤 되자 연기가 갑자기 확 차올랐고, 전기가 끊기면서 병실 자동문이 열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119 소방대원이 손전등을 비추며 병실 자동문을 수동으로 열어주자 빠르게 뛰어나와 계단을 통해 탈출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소방대원 등에 업히거나 바닥에 앉은 채로 소방대원들의 손에 이끌려 병실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26일 오전 7시 32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33명이 숨지고 7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 29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 26분께 불을 모두 껐다.송봉근 기자 (2018.1.26.송봉근)

26일 오전 7시 32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33명이 숨지고 7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 29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 26분께 불을 모두 껐다.송봉근 기자 (2018.1.26.송봉근)

밀양 세종병원은 1995년 건축된 6층 콘크리트 건물로 제천 화재와 달리 외벽은 멀쩡했다. 소방당국은 “화상으로 숨진 환자는 없고, 대부분 질식사했다”고 발표했다. 화재 진원지인 1층 응급실에 가연성 물질이 많아 화재가 갑자기 퍼졌고, 중앙계단을 따라 연기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발생 시 연기가 수평 방향으로는 1초에 1∼2m 정도 가지만 수직 방향으로는 1초에 3∼5m까지 급속도로 퍼진다”며 “불이 난 지점에 문만 닫았다면 연소확대가 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빨리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유독가스를 마셔 피해가 유독 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희천 한국열린사이버대재난소방학과 교수는 “화재 발생 시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하는데 심하면 10∼15초만 노출돼도 사람이 정신을 잃는다”고 말했다. 
 
501호에 입원해있던 이유기(89) 씨 역시 간호사와 119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병실에서 탈출했지만, 연기 질식사로 끝내 사망했다. 이씨 딸인 홍순열(60) 씨는 “어머니가 1층 밖으로 나오자마자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30분 동안 실시했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며 “얼굴이 검게 그을렸지만, 화상 흔적은 없었다”며 오열했다.  
 
유독가스 연기가 퍼진 상황에서 소화기는 무용지물이었다.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를 진압할만한 시설은 전무했다. 환자들은 “간호사나 119 소방대원이 없었으면 다 죽었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환자 대피를 유도하다 사망한 간호사 김점자(48) 씨의 유가족들은 허술한 화재 대응 시스템에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 친동생인 김병수(45) 씨는 “병원에 제대로 된 화재 진압 시설이 없는 것을 알고 있어서 평소 누나에게 불나면 무조건 도망가라고 이야기했었다”며 “그때 누나는 ‘우리가 구조하지 않으면 환자들 다 죽는다’고 말했다”며 안타까워했다.
26일 오전 7시 32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33명이 숨지고 7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소방관이 1층 응급실 부근을 살펴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 29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 26분께 불을 모두 껐다.송봉근 기자 (2018.1.26.송봉근)

26일 오전 7시 32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33명이 숨지고 79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소방관이 1층 응급실 부근을 살펴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 29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 26분께 불을 모두 껐다.송봉근 기자 (2018.1.26.송봉근)

 
밀양=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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