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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동 ‘제2 기우뚱 건물’ 나오나

지난해 9월 사하구의 D 오피스텔이 최대 105㎝ 기울어 입주자 퇴거 소동이 벌어졌다. 바로 옆에는 13층 건물 신축공사가 한창이다(오른쪽). [이은지 기자],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사하구의 D 오피스텔이 최대 105㎝ 기울어 입주자 퇴거 소동이 벌어졌다. 바로 옆에는 13층 건물 신축공사가 한창이다(오른쪽). [이은지 기자], [연합뉴스]

“보강공사 했다지만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지진 나면 포항보다 피해가 훨씬 클 겁니다.”
 

연약지반 보강공사 없이 부실시공
심의·보완명령 안한 공무원 입건
주변 7개 건물도 심의 안받고 공사
이런데도 지역 곳곳서 공사 한창
주민들 “지진 나면 다 무너질 것”

지난 23일 부산 사하구 하단 1동에서 만난 주민 박모(59)씨의 하소연이다. 이곳은 지난해 9월 ‘부산판 피사의 사탑’, 즉 ‘기우뚱’ 오피스텔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당시 오피스텔은 105.8㎝까지 기울어 입주자가 퇴거하고 보강공사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오피스텔은 기울기가 3㎝ 이내로 회복됐다. 사하구청은 오는 30일쯤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면 오피스텔 입주자 재모집을 허가할 방침이다.
 
하지만 기우뚱 오피스텔 옆 건물에서 13년째 카센터를 운영 중인 이모씨는 “건물을 팔고 갈 데가 없어서 계속 영업 중이지만 불안하다”며 “그나마 이 동네에 살지 않는 게 천만다행”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유가 있었다. 괴정천이 흐르는 하단동 일대는 1980년 매립됐다. 대한토목학회에 따르면 이 일대는 지하 11.7m까지 점토·모래 등으로 형성된 연약지반이다. 이곳에 6층 이상의 필로티 건물을 지으려면 지반보강 공사를 하고 구청의 구조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2014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이후 국토교통부가 심의대상 건물을 확대한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경찰청 수사 결과 기우뚱 오피스텔뿐 아니라 주변 건물 7개가 이런 심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심의를 받았지만 기울어짐 현상을 보이는 건물이 9개나 돼 안전점검이 진행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우뚱 오피스텔 주변 100m 반경 내에서 오피스텔 등 5개 건물이 공사 중이다. 하단동에서 30년째 사는 윤모(61)씨는“1~2층짜리 단독 주택이 있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개발붐이 불면서 5~10층짜리 오피스텔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며 “공사비를 아끼려고 지반보강을 대충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공무원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제2의 기우뚱 오피스텔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공무원의 무책임과 건축과정에서의 학연·혈연이 얽힌 부실시공이 원인으로 드러나 주민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기우뚱 오피스텔 신축 때 구조심의를 하지 않고, 기울어짐 현상이 나타났는데도 보완명령이나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은 사하구청 인허가 담당 공무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최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지반보강을 하지 않은 혐의로 시공사 대표 A씨(61), 건물주 B씨(64), 감리회사 C씨(58)와 D씨(48), 현장소장 E씨(58)를 입건했다. 건물주 B씨와 시공자 A씨는 형제지간이고, 감리자 C씨는A씨와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얽혀 있었다. 또 인근 건물 7곳이 구청의 구조심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용문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건축 설계와 감리자가 동일인이어서 제대로 된 감리가 이뤄질 수 없었다”며 “설계·감리자에게 중복 업무를 주지 못하게 법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심의를 받지 않은 건물 7곳 등 안전성이 의심되는 건물의 안전진단을 사하구에 요청했다.
 
하지만 인허가권자인 사하구청은 비용 등을 이유로 추가 안전진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재찬 사하구청 건축과장은 “현재 건축주가 요구한 10개 건물은 기우뚱 오피스텔 건축주의 비용 부담으로 안전진단 중이다”며 “심의를 받지 않은 7개 건물은 맨눈으로 검사한 뒤 문제가 발견되면 안전진단을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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