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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서 겨울나던 철새 떼까마귀, 수원에 몰려든 까닭은

경기도 수원시가 떼까마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전선 위에 앉아 배설물을 뿌리는 등 도심 곳곳을 더럽히고 있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시가 떼까마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전선 위에 앉아 배설물을 뿌리는 등 도심 곳곳을 더럽히고 있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동수원사거리 일대 도로는 요즘 하얀 얼룩 천지다. 까마귀 분변 자국이다. 구청 소속 미화원이 일주일에 두세번 청소하지만 소용이 없다. 전선에 빼곡하게 앉은 까마귀 수백 마리가 시도 때도 없이 배설물을 뿌리기 때문이다. 시민 현정원(24·여)씨는 “전선 아래를 걸어가다가 까마귀 똥에 맞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먹이 구할 들판에 쉬어갈 전선 많아
도심 곳곳 수백마리 출몰 피해 극심
배설물 차량 훼손에 상가 정전 유발
시, 청소기동반 운영 등 대책 부심

수원시가 까마귀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도심 곳곳에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출몰하고 있어서다. 갈까마귀와 새까마귀다. 겨울 철새인 이들은 11월쯤 시베리아와 몽골 등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와 겨울을 나고 3월쯤 돌아간다. 텃새인 큰부리까마귀와 달리 몸집이 작고 군집성이 강해 무리 지어 생활하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그동안 수원에 잠시 머무르다 1월이면 울산이나 전북 김제 등 남부지방으로 날아가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까마귀들이 아예 수원에서 겨울을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300여 마리가 무리 지어 움직이더니 곧 2000~3000마리로 늘었다. 낮에는 화성과 평택, 수원 권선구 당수동 등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저녁은 수원 도심의 전선 위에서 보낸다.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관은 “떼까마귀는 먹이와 잠자리(휴식공간)를 찾아 이동하는데 수원이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수원시가 떼까마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전선 위에 앉아 배설물을 뿌리는 등 도심 곳곳을 더럽히고 있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시가 떼까마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백 마리의 까마귀가 전선 위에 앉아 배설물을 뿌리는 등 도심 곳곳을 더럽히고 있다. [사진 수원시]

떼까마귀는 울산시 태화강, 전북 김제시 죽산평야 등 먹이가 풍부한 곳을 즐겨 찾는다. 수원시 인근에도 넓은 농경지를 가진 화성·평택시가 있다. 문제는 잠자리다. 천적인 매나 부엉이 등을 피하기 위해 나무가 빼곡한 숲이나 갈대숲에 은신한다. 그러나 택지개발 등으로 숲과 산이 사라지면서 인근의 떼까마귀가 모두 도심으로 들어왔다는 추측이다. 유정수 수원시 환경정책과 자연환경팀장은 “정확하게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떼까마귀들이 추위를 막고 천적이 없는 곳을 찾다가 전선 등 쉴 곳이 있는 수원 도심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원시에서 떼까마귀가 자주 출몰하는 곳은 동수원사거리와 인계사거리, 나혜석 거리 등 전선이 많이 있는 곳들이다.
 
까마귀는 떨어진 낱알이나 풀씨, 해충 등을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농사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엄청난 수가 ‘깍깍’ 울어대고 마구 배설물을 뿌려대면서 수원시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배설물로 인한 차량 훼손, 정전사고, 소음 등으로 접수되는 민원이 매달 10여 건에 이른다.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한 세차장 직원은 “조류 배설물은 세정제를 사용해도 잘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손님들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정전 사고도 일으킨다. 지난해 2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상가 거리 일대에 정전사고가 났다. 15분 만에 복구됐지만 일대 상가의 전기가 차단되면서 큰 혼란이 일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전선과 개폐기 접합부에 까마귀가 앉아 합선이 일어나면서 정전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민원이 계속되자 수원시는 떼까마귀 출몰 빈도가 높은 20개소에 ‘떼까마귀 주의 현수막’을 설치했다. 까마귀 배설물 피해 차량을 청소하는 ‘떼까마귀 기동반’도 운영한다. 김성덕 떼까마귀 기동반장은 “오전 5시부터 4시간 동안 떼까마귀 출몰 지역을 다니며 쫓아내고 배설물로 더럽혀진 차량을 청소한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떼까마귀의 생태파악을 위해 시민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떼까마귀의 이동 경로, 머무는 장소 등 생태를 분석할 수 있는 사진을 다음 달 4일까지 수원시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uwonloves)에 등록하면 선물을 준다. 박두현 환경정책과장은 “시민 피해가 많은 만큼 떼까마귀 인증샷 이벤트 등으로 생태 정보를 수집해 피해 대책 마련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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