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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인디언 기우제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공관병 갑질로 국민 밉상이 됐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구속 사유는 갑질이 아니다. 고철업자에게 돈을 빌려준 뒤 높은 이자와 700여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는 게 기소 내용이다. 유무죄야 오늘 열리는 법정서 가려질 일이다. 하지만 전 국민 속을 확 뒤집어 놓았던 갑질은 재판 대상에서 제외됐다. 군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그래도 군은 상처받았다. 박 전 대장은 “극심한 굴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망신 주고 죄 나올 때까지 터는
적폐 경로론 적폐청산 안 된다

‘돈봉투 만찬사건’으로 기소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얼마 전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사 200여 명을 지휘하고 대형 비리사건 수사를 도맡는 막강한 자리다. 하지만 대통령의 감찰 지시 후 징계받아 면직됐고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 출신으로 교체됐다. 누가 왜 그의 옷을 벗겼는지를 놓고 말들이 많았는데 대체로 그런 말들 그대로 됐다. 이 전 지검장은 망신살이 뻗쳤고 검찰은 겁먹었다.
 
지금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명품 가방을 구입했다’는 여당 의원들의 릴레이 폭로가 한창이다. 사실이라면 한심하고 딱한 얘기다. 그런데 정작 발설자로 지목된 ‘MB 분신’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전혀 모르고, 검찰에서 물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두루뭉술 눙쳤다. 그러는 사이 ‘김윤옥 명품 가방’은 사실상 사실이 됐고 조롱 댓글이 봇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 ‘논두렁 시계’를 빼닮았다. 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총동원된 수사방식도 어슷비슷하다. 군과 국정원의 정치 댓글로 시작한 MB 수사는 다스 특별세무조사로 옮겨 가더니 이젠 국정원 특활비가 추가됐다. 뭔가로 엮으려다 안 되니 다른 쪽으로 옮겨 가며 각본대로 흘러간다는 게 MB 쪽 불만이다. 인디언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쉬지 않는다던데 결국 시커먼 비구름이다.
 
MB를 두둔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나라 예산으로 명품 가방을 샀다면 당연히 벌 받아야 한다. 수사로 진위를 밝히는 데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문제는 확실한 물증을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정황에 가까운 단서를 잡았다’고 언론에 흘리는 적폐만은 청산될 기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은 중계방송하듯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고 분개한 바로 그 방식 말이다.
 
게다가 지금 적폐청산이란 건 말이 적폐청산이지 사실 전 정부 청산이다. 이젠 전전 정부로 옮아갔다. 그렇게 보수정권 일에만 먼지털기식으로 달려드니 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특활비를 뒤지자는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의 뇌물 혐의도 다시 캐보자며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이 정말 털 거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그러니 여권의 정세균 국회의장마저 ‘과거의 바람직하지 않은 (수사) 모델 재판(再版)’이라고 하는 거다.
 
검찰 소환을 앞둔 이상득 전 의원의 입원으로 SNS가 뜨겁다. 이젠 MB가 스스로 밝힐 때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도 뭔가 아는 것처럼 만지작거릴 게 아니라 있다면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청와대가 인사권으로 권력기관을 겁주고 틀어쥐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정권 초마다 검찰이 알아서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고, 감사원이 이미 뒤진 지난 정부 사업을 다시 들추는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누구에 대한 앙갚음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 주는 아름다운 복수’를 다짐했다고 그의 핵심 측근이 며칠 전 털어놨다. 적폐 따라가는 적폐청산이 아름다운 복수는 아니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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