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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육군의 게임 체인저, 한 벌 5000만원 ‘워리어 플랫폼’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소총탄과 웨어러블 로봇, 자동 조준되는 초소형 스마트 소총, 표적정보 자동영상 전시기. 육군 전투원이 8년 뒤 갖출 모습이다. 육군이 현재 보병 전투원의 구식 전투장비를 완전히 첨단으로 바꾼다. 일명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이다. 육군은 국방개혁 2.0 차원에서 첨단 워리어 플랫폼을 포함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게임 체인저들을 준비 중이다.
 
육군이 소수 정예로 싸울 수 있는 군대로 변신하려는 것은 병력은 줄고 현재의 전투력이 너무 낙후돼서다. 육군의 사단이나 보병 전투원은 사실 6.25 전쟁 때의 구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상태다. 전차나 야포 등 일부 무기체계는 K2 전차와 K-9자주포 등으로 교체했지만 전투방식 등 전술엔 큰 변화가 없었다. 1990년대 말부터 추진해온 국방개혁 과정에서 해군은 이지스함을, 공군은 F-35A 스텔스 전투기 등을 확보했지만 육군은 크게 뒤처졌다. 육군의 덩치가 크다 보니 기본 편제 무기의 교체에 급급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낮은 출산율로 2022년에는 육군 병력까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육군 규모가 현재 48만3000명에서 36만5000명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 중인 병사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면 병력 축소는 더 심각해진다. 따라서 육군에선 지금의 전투력으로는 새로운 작전개념인 공세적 종심(縱深) 기동작전임무를 감당하기 어렵고 패배감 마저 든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그래서 육군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게 5가지 게임 체인저다. 전술 탄도미사일(KTSSM)과 전략기동군단, 드론봇전투체계, 특임여단(참수부대), 워리어 플랫폼 등이다. 그 가운데 우선 눈에 띄는 게 워리어 플랫폼이다. 현재 보병 전투원의 장비는 화염에 견디지 못하고 타버리는 전투복과 무거운 방탄복, K2 소총, 일반 전투모 정도다. 하지만 이런 전투장비로는 작전 때 전투원끼리 서로 협조도 어렵고 적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각개전투에선 전투원 각자 실력에 의존해야 한다. 결과적으론 지금 상태로는 보병부대 전투력이 취약한데 병력까지 줄기 시작해 난감하다. 당연히 전투에서 희생자도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문제점 때문에 육군은 첨단 지능형 워리어 플랫폼을 기획했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을 갖춘 전투원 그 자체가 강력한 무기체계가 되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해군 함정이나 공군 전투기가 전투 플랫폼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육군이 구상하는 워리어 플랫폼은 33개의 무기와 장비로 구성된다. 2026년에 갖출 최종목표(3단계 워리어 플랫폼)가 ‘일체형 개인전투체계(블록2형)’다. 일단 스마트 차기 소총부터 차원이 다르다. 개발 중인 이 소총은 일체형 헬멧과 연동돼 있다. 정찰용 드론 등이 파악한 적의 위치와 동태를 개인 정보처리기가 헬멧의 안경(영상전시기)에 보여주면 전투원은 그 방향으로 총구를 겨냥한다. 그러면 차기 소총의 과녁에 표적이 자동으로 조준된다. 표적이 과녁에 일치할 때 탄환이 발사된다. 또 발사된 탄환은 표적을 향해 미사일처럼 유도된다. 전투원의 사격 실력이 다소 떨어져도 차기 소총이 알아서 맞춰주는 셈이다. 언덕 너머 적도 공격할 수 있다. 이 일체형 헬멧에서는 표적 정보를 모든 전투원이 공유하기 때문에 전투조가 맞닥뜨리고 있는 적의 상황을 훤히 알고 지능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손자병법처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를 실천할 수 있다. 이때 임무 분담을 위한 비밀통신은 기본이다.
 
전투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탄 슈트도 워리어 플랫폼의 중요한 장구다. 이 방탄 슈트는 현재 방탄복보다 훨씬 가볍고 불에도 잘 타지 않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방탄 슈트와 한 세트인 생체인식 전투복은 주변의 환경에 맞춰 위장이 가능하고 전투원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해 건강 상태까지 점검한다. 북한군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화학탄과 생물학 무기에 대한 방호기능도 갖는다. 전투원의 하지근력 증강체계도 새롭다.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이라고도 부르는 이 로봇 옷을 착용하면 평소 자신의 근력보다 40∼50㎏ 이상 더 지고 다녀도 부담이 없다. 장시간 빠르게 행군해도 체력 소모가 적다. 육군은 최근 민수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하지근력 증강체계를 전투용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미 국내에 상당한 기술이 축적돼 있다.
 
육군은 이와 같은 워리어 플랫폼을 3단계에 걸쳐 공급할 계획이다. 1단계(개별조합형)는 현재의 장비를 보완해서 우선 보급하고, 2단계(블록1)로 개인전투체계를 통합한다는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양대학교, 한화 등이 2단계 통합형 개인전투체계 개발을 지난해 마치고 시험용 제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마지막 3단계(블록2)인 일체형 개인전투체계는 2026년부터 특수임무여단(참수부대)에 우선 지급할 계획이다. 이어서 기동군단과 공정여단, 특전사와 수색대대 등에도 단계적으로 보급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대들은 전쟁 초기에 적진 깊숙이 투입돼 장거리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최종 모델인 일체형을 갖추려면 전투원마다 4000만∼5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육군은 추산하고 있다. 현재의 전투장비를 개선한 1단계 워리어 플랫폼 가격 600만원에 비하면 훨씬 고가다. 그러나 3단계 일체형 워리어 플랫폼을 갖추면 현재 10명인 분대를 7∼8명으로 줄일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선 4∼5명의 전투조를 구성할 수도 있다는 게 육군의 판단이다. 병력을 줄이고 생존성과 전투력은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벌써 준비 중이다.
 
육군의 두 번째 게임 체인저는 전술 지대지 미사일(KTSSM)이다. 이미 고정형으로 개발에 성공한 이 KTSSM은 사거리 160㎞에 정확도가 2m 이내로 매우 정확하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전쟁이 나면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와 미사일 등을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KTSSM에는 열압력탄이 장착돼 있어 북한 장사정포의 지하갱도 한 곳에만 명중시키면 나머지 연결된 갱도를 모두 무력화할 수 있다고 한다. 갱도가 파괴되면 장사정포에 재장전할 포탄이 없어진다. 북한으로선 큰 부담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예산이 제한돼 북한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KTSSM보다 우선 확보할 생각이어서 육군과 갈등이다. 공격이 먼저냐 방어가 우선이냐의 생각 차이다. 또 하나의 게임 체인저인 전략기동군단과 특임여단은 개전 2주 이내에 평양과 북한의 전쟁지도부를 점령해 전쟁을 빨리 종결하자는 전략을 반영한 조치다. 이를 위해선 드론봇전투체계로 무장하는 게 필수적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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