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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연희네슈퍼’ 뒤 동굴의 정체는…‘1987’ 촬영지 가보니

영화 ‘1987’이 촬영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연희네슈퍼’ 앞에서 주민 서치봉씨가 문구를 팔던 옛 가게와 마을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이 촬영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연희네슈퍼’ 앞에서 주민 서치봉씨가 문구를 팔던 옛 가게와 마을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에 등장하는 ‘연희네슈퍼’. 대학 신입생인 연희가 엄마·삼촌과 함께 사는 이곳은 영화 내용과 관련이 없는 전남 목포에서 촬영됐다. 영화의 실제 무대인 서울이나 수도권은 30여 년 전의 옛 모습을 간직한 곳이 극히 드물어서다.
 

전남 목포 서산동 ‘1987’ 촬영지로 각광
문구 팔던 낡은 가게…연일 탐방객 몰려

서산동 일대, 근현대 정취 품은 ‘박물관’
뒷마당엔 일제때 뚫린 31m방공호 ‘충격’

‘연희네’ 이한열과 연희가 시국아픔 나눠
탐방객들, “80년대 향수 간직한 옛 동네”

연희네슈퍼는 영화 속 이한열과 연희가 가게 앞 평상에서 시국의 아픔과 애정을 나누던 곳이다. 교도관인 삼촌의 부탁을 받고 비밀 서신을 전달하던 연희가 이한열이 죽은 뒤 시위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도 촬영됐다. 이 가게 앞에 진열된 신문들을 통해서는 민주 세력이 억압받던 87년 당시의 시국 상황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 앞에 진열된 당시 신문들. [사진 CJ E&M]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 앞에 진열된 당시 신문들. [사진 CJ E&M]

연희네슈퍼는 영화 속에서 묘사된 80년대를 대표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원래 동네 문구점 자리였던 가게는 목포시 서산동 선창가에 있다. 목포 근현대의 모습을 간직한 어촌마을에는 60~70년대 지어진 건물들이 빼곡하다. 
 
연희네슈퍼는 작은 상점 뒤로 주방과 방 한 칸, 마당이 딸린 평범한 콘크리트 건물이다. 지금은 가게 문을 닫았지만 지난해 집주인이 바뀌기 전까지 60대 여주인이 문구점을 하며 자식들을 키워왔다. 낡은 가게와 거리 위 전선들이 어지럽게 엉켜있는 모습은 70, 80년대의 거리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1987'의 촬영 당시 현장. [사진 CJ E&M]

영화 '1987'의 촬영 당시 현장. [사진 CJ E&M]

 
영화 ‘1987’에서 연희(김태리 분)가 삼촌에게 비밀 서신이 든 잡지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 CJ E&M]

영화 ‘1987’에서 연희(김태리 분)가 삼촌에게 비밀 서신이 든 잡지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 CJ E&M]

이 가게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가게 뒷마당의 벽에 뚫린 길이 31m, 최대폭 2.6m짜리 대형 동굴이다. 26㎡(8평) 크기의 마당에 난 동굴은 태평양전쟁 말기에 조성한 방공호(防空壕)로 확인됐다. 마당까지 합쳐 전체 크기가 79㎡(24평)에 불과한 가게 밖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대규모 시설이다.
 
당시 일제는 연합군의 공중 폭격을 피하기 위해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방공호를 만들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마을 깊은 곳에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아픔이 배어있는 것이다.
 
목포시 문화해설사 조대형씨가 ‘연희네슈퍼’ 뒷마당에 있는 방공호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록 넓어지는 방공호는 길이 31m에 최대 폭이 2.6m에 달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목포시 문화해설사 조대형씨가 ‘연희네슈퍼’ 뒷마당에 있는 방공호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갈 수록 넓어지는 방공호는 길이 31m에 최대 폭이 2.6m에 달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연희네슈퍼’ 뒷마당에 있는 방공호 내부 모습.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방공호는 길이 31m에 최대 폭이 2.6m에 달한다. [사진 김현일 백제한우한돈 대표]

‘연희네슈퍼’ 뒷마당에 있는 방공호 내부 모습.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방공호는 길이 31m에 최대 폭이 2.6m에 달한다. [사진 김현일 백제한우한돈 대표]

연희네슈퍼 외에도 서산동 일대는 근대와 현대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있다. 마을을 돌다 보면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일본식 주택들과 유곽(遊廓)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금도 연희네슈퍼 앞 거리에만 2개의 유곽이 옛 모습대로 남아 있다. 유곽은 1897년 목포항 개항 이후 조선을 점령한 일본인들이 유흥을 즐기던 곳이다.
 
서산동 뒤편에 있는 '목포 근대역사관' 역시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보여준다. 원래 일본의 영사관으로 건설된 건물 안에 목포의 근대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과 전시시설을 모아놓았다. 국가사적 제289호인 근대역사관 건물은 1900년 완공 후 목포시청과 도서관 등으로 활용돼왔다. 역사관 뒤편에 있는 방공호에는 일제가 조선인들을 동원해 동굴을 팔 때의 참혹함을 표현한 전시시설이 설치돼 있다.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일대의 마을 정경.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일대의 마을 정경. 프리랜서 장정필

연희네슈퍼가 있는 서산동 시화(詩畫)마을은 옛 어촌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화관광 코스다. 쇠락해가던 낡은 선창가 앞 골목길을 2016년 11월에 시와 그림으로 단장했다. 근대 이후 달동네를 형성한 동네 곳곳을 동네 주민들과 목포 지역 작가들이 시와 그림으로 꾸민 공간이다. 주민들이 직접 쓴 소박 하면서도 애잔한 시들은 형형색색의 벽화들과 어우러져 탐방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걸어 시화마을 정상에 올라서면 인근 달동네와 목포 앞바다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크고 작은 선박들이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지나는 바다 건너로는 고하도(高下島)를 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 때인 1597년 106일간 머무르며 수군을 재건해낸 섬이다.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시화마을 주민들이 시와 그림으로 꾸민 골목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시화마을 주민들이 시와 그림으로 꾸민 골목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하지만 목포항 길목에 자리한 섬은 왜란 당시 승전의 상징에서 근대 이후 일제의 군사작전기지로 전락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 당시 ‘인간 어뢰정’을 감추기 위해 고하도에 인공터널 20여 개를 만들었다. ‘바다의 가미카제(神風)’로 불리는 ‘인간어뢰’는 연합군의 함정에 자살 돌격을 감행한 자살 특공어뢰정이다.
 
일제는 또 1904년 국내 최초로 목화 품종인 육지면(陸地棉)을 시험 재배한 뒤 목화를 생산하는 보급기지로 삼았다. 현재도 이 섬에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방공호와 목화밭 등 일제의 침탈 흔적이 남아 있다.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일대의 마을 정경.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일대의 마을 정경. 프리랜서 장정필

현재 고하도는 다양한 역사적 발자취를 간직한 문화관광자원으로 탈바꿈 중이다.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과 이 섬을 잇는 ‘목포 해상케이블카’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긴 3.2㎞의 해상케이블은 유달산과 목포의 근·현대 도심, 다도해의 풍광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편도 20분, 왕복 40분이 걸리는 해상 케이블카의 승강장은 모두 3곳이다. 통상 승강장이 2곳인 다른 케이블카와 달리 유달산 상부와 하부, 고하도 등 어디서든 타고 내릴 수 있다. 오는 8월 개통 예정인 케이블카 정상에서 바라보면 연희네슈퍼가 있는 서산동과 구도심 일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정상에서 바라본 유달산 모습. 산 정상부에서 고하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설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정상에서 바라본 유달산 모습. 산 정상부에서 고하도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설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서산동 옆 마을인 온금동 역시 다양한 문화·역사 유적이 있다. 현재 온금동에는 1938년에 세워진 조선내화 목포공장과 대형 굴뚝 등이 옛 모습대로 남아있다. 조선내화는 고온에도 변형되지 않는 내화(耐火) 건축자재를 70여년간 생산하다 문을 닫았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0월 국내 내화 자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이 공장에 대해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박홍률 목포시장은 “주거여건이 취약한 서산동 일대에 대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바다를 품은 행복한 마을’로 만드는 한편, 연희네슈퍼와 시화마을 등을 연계한 테마형 관광코스 정비에도 관심을 쏟겠다”고 말했다.  
목포=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서산동 옆 마을인 온금동 전경. 조선내화 목포공장과 대형 굴뚝 등 근대 문화자산이 남아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서산동 옆 마을인 온금동 전경. 조선내화 목포공장과 대형 굴뚝 등 근대 문화자산이 남아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이 촬영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연희네슈퍼’ 앞에서 주민 서치봉씨가 문구를 팔던 옛 가게와 마을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이 촬영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연희네슈퍼’ 앞에서 주민 서치봉씨가 문구를 팔던 옛 가게와 마을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일대의 마을 정경.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 속 ‘연희네슈퍼’가 자리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일대의 마을 정경.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이 촬영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연희네슈퍼’ 앞을 지나던 주민이 문구를 팔던 옛 가게와 마을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화 ‘1987’이 촬영된 전남 목포시 서산동 ‘연희네슈퍼’ 앞을 지나던 주민이 문구를 팔던 옛 가게와 마을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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