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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파열 직전 98세 할아버지, 수술 후 첫 마디는?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받고 회복한 김용운 씨와 아들 김일호 씨, 주치의인 삼성서울병원 김동익 교수(사진 왼쪽부터). 올해 98세인 김 씨는 대동맥이 부풀어 오르는 걸 막기 위해 인공혈관(스텐트 그라프트)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받고 회복한 김용운 씨와 아들 김일호 씨, 주치의인 삼성서울병원 김동익 교수(사진 왼쪽부터). 올해 98세인 김 씨는 대동맥이 부풀어 오르는 걸 막기 위해 인공혈관(스텐트 그라프트)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나이 탓인데….' 고령자들은 이렇게 얘기하며 아파도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10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치명적인 병에 걸렸지만 빠른 처치로 건강을 되찾았다. 삼성서울병원은 98세 복부대동맥류 환자 김용운 씨가 무사히 혈관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25일 밝혔다.
 
 충남 논산시에 사는 김 씨는 지난달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여느 때처럼 동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페달을 밟은 지 얼마나 됐을까. 허리 쪽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찾아왔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김 씨는 길가에 쓰러졌다. 결국 그는 지역 의료기관을 거쳐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아들 김일호(55) 씨는 "평소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소식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극심한 통증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병원 검사 과정에서 더 심각한 복부대동맥류가 우연히 발견됐다. 대동맥류는 대동맥이 정상 지름의 1.5배 이상으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풍선이 지나치게 커지면 터지는 것처럼 대동맥류도 지름이 커질수록 터질 위험성이 크다. 복부대동맥류는 가슴ㆍ복부에 있는 대동맥 중 복부에서 문제가 생긴 걸 말한다.
 
 터진 후에는 대량의 피가 순식간에 혈관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급사하게 된다. 김 씨도 1년 안에 숨질 확률이 매우 높았다. 병원에서 검사해보니 김 씨의 대동맥 지름은 9cm로 건강한 일반인(2cm)의 4.5배에 달했다. 5cm를 넘으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변수는 '나이'였다. 주민등록상 나이로는 95세, 실제 나이는 이보다 3살 더 많은 김씨가 수술을 버틸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혈관외과ㆍ심장외과ㆍ응급의학과 등 대동맥전담팀을 가동한 삼성서울병원은 전신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아직 대동맥이 파열된 상태가 아닌 만큼 치료 전후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 요소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의료진이 내린 결론은 고령인 김 씨의 합병증 부담을 덜기 위한 인공혈관 삽입 수술이었다.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환자 본인과 가족 모두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원래 건강하게 활동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 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김동익 교수팀은 김 씨의 혈관에 인공혈관(스텐트 그라프트)을 삽입하는 수술에 나섰다. 2시간 만에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수술 시간은 일반 환자와 별 차이가 없었다. 새로운 인공혈관은 혈관 내 압력이 동맥류 벽에 전달되지 못하게 막아서 파열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김 씨는 국내에서 대동맥류 수술을 받은 최고령 환자다.
 
"괜찮으세요?" 
수술이 끝난 뒤 김 교수가 병실에 있는 김 씨에게 물었다. 
"나 너무 오래 살았죠?"
미소를 띤 김씨가 반문했다. 그와 동시에 병실에 있던 의료진들은 모두 웃음이 터졌다. 인지 능력도 이상 없고, 식사도 잘 챙겨 먹은 그는 수술 일주일만인 9일 병원 문을 나섰다. 김 씨의 혈관 파열 위험은 '0'으로 떨어졌다. 앞으로는 정기 외래 진료만 다니면 된다. 아들 김일호 씨는 "병원의 빠른 대처 덕분에 아버지가 무사히 퇴원하셔서 기쁘다"고 말했다.
복부대동맥류에 걸려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환자의 CT 사진. [중앙포토]

복부대동맥류에 걸려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환자의 CT 사진. [중앙포토]

 복부대동맥류는 터지기 전에 미리 알아차릴 수 있는 증세가 거의 없다. 다만 배에 손을 가만히 댔을 때 풍선과 비슷한 둥근 덩어리가 움직이는 걸 느낄 수도 있다. 대부분은 김 씨처럼 사전에 진단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통증이 생기거나 혈관이 터지면서 급사하는 식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노인들에겐 치명적이다. 노화로 세월이 흐르면서 혈관 지름도 함께 커지기 쉬워서다. 하지만 고령자들은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는 데다가 치료를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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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교수는 "호적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중요한 건 건강 나이다. 실제로 건강 나이가 허락한다면 100세라고 하더라도 수술받고 치료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서 "의학이 발전하면서 나이와 관계없이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고령 환자들도 치료를 미루거나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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