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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평창 같이 가달라" 美 펜스 부통령의 SOS

평창이 평화의 제전? '韓vs 美日'의 대결장으로 변질되나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 할 작정인지 묻고, 북한과의 대화 무드엔 쐐기를 박으러 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갑작스럽게 결정한 이유에 대해 25일자 일본 언론들은 이렇게 분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 및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의사를 밝히고 있다.[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 및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의사를 밝히고 있다.[도쿄 교도=연합뉴스]

 
아사히 신문은 아베 총리의 평창행을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이고 북한과의 대화 노선에 기울어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에 임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아베 총리는 평창행을 처음 공식화한 24일자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 첫 대목에 "올림픽은 평화와 스포츠의 제전이고, 일본이 2020년 올림픽 하계 주최국"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그의 속마음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축하사절이라기보다 문 대통령과의 일전을 위해 전쟁터에 나서는 장수에 가깝게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와중에 열리는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주변 열강들의 이해가 부딪치는 국제정치의 격전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칼을 가는 건 일본 뿐이 아니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일본처럼 평창올림픽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전열이 흐트러질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일본측에 "아베 총리가 함께 (평창에)가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살 것 같다"고 SOS를 쳤다고 한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향’이라며 "미국과 일본이 함께 한국에 가서 한·미·일의 대북 공조를 확인하자"는 메시지가 전달돼 온 것도 이 즈음이었다. 그리고 이런 신호들이 아베 총리의 평창행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군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군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실제로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브리핑에서 "펜스 부통령은 김정은이 올림픽 기간에 메시지를 납치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펜스 부통령은 ‘메시지’라는 측면에서 올림픽이 (북한의)2주간의 선전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전 조율을 통해 스크럼을 짜고 한국땅을 밟는 두 사람은 문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할까. 
아사히 신문은 "올림픽 기간중 연기했던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올림픽 폐막뒤엔 착실하게 실시하고, 대북 경제 재재를 (올림픽이후에도)유지할 것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서 한ㆍ미ㆍ일의 정상급(미국은 부통령)3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측이 요청했다는 이 회담이 만약 성사된다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조하는 미ㆍ일과 남북대화의 동력을 올림픽 이후에도 이어가려는 한국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국에서의 ‘담판’을 앞두고 일본은 정교하게 분위기를 잡아나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북한 선적 유조선과 도미니카공화국 선적의 선박이 해상에서 화물을 옮기는 장면을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포착했다고 24일 밝혔다. 관련 사진을 외무성ㆍ방위성 홈페이지에 올린 건 아주 이례적인 일로, 평창올림픽의 평화 무드속에서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렸다는 걸 부각하려는 의도다.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이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북한 선적의 '환적(화물 바꿔치기)' 직후 모습. 일본 정부는 이날 해상자위대의 P3C 초계기가 북한 선적의 유조선과 도미니카공화국 선적 유조선이 지난 20일 중국 상하이(上海) 인근 해상에서 화물을 옮겨싣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두 유조선이 서로 맞닿아 환적을 한 후 떨어져 있는 장면으로 20일 오전 7시30분께 촬영됐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이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북한 선적의 '환적(화물 바꿔치기)' 직후 모습. 일본 정부는 이날 해상자위대의 P3C 초계기가 북한 선적의 유조선과 도미니카공화국 선적 유조선이 지난 20일 중국 상하이(上海) 인근 해상에서 화물을 옮겨싣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두 유조선이 서로 맞닿아 환적을 한 후 떨어져 있는 장면으로 20일 오전 7시30분께 촬영됐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평창행을 한국정부에 전달한 시점에도 전략적인 고려가 숨어있다고 한다. 요미우리는 "일본 외무성이 관련 입장을 한국에 첫 통보한 건 24일 오전으로,이는 일본 언론(산케이와 요미우리 신문)에 방한 계획이 보도된 다음이었다. 사실상의 사후통고"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처럼 외교적 관례에서 벗어난 대응을 한 건 한국 정부에서 정보가 새나가면 한국 언론들이 ‘우호 무드’를 전면에 내세울까봐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평화의 제전'이 '정치의 무대'로, 특히 북한의 도발앞에서 철저히 공조해야 할 '한국 vs 미일간'의 각축장으로 변질된 것과 관련해선 한국의 외교적 미숙함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란 비난에 휩쓸리기 싫었다면 최소한 대북 공조 파트너인 미국과 일본으로부터라도 사전에 확실하게 공감을 얻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립서비스를 과잉해석했다는 것이다. 
특히 목숨을 걸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소집된 지난 16일 캐나다 벤쿠버 외교장관 회의가 대표적이다. 
하필이면 그런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내야 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ㆍ영국ㆍ일본의 장관이 그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시기상조”라고 반대했다는 장면은 한국 외교의 고립된 모습을 시사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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