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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트라우마? 탄핵했던 마음으로”…여권서 커지는 보유세 인상론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1주년 대회’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한 모습. 김경록 기자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1주년 대회’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한 모습. 김경록 기자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다음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 문제에 임전무퇴(臨戰無退)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8·2 대책을 내놓은 지 5개월이 넘었지만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던 서울 강남의 집값은 계속해 오르는 반면 지방 집값은 떨어지는 양극화 문제까지 심화되고 있다. 야권에선 “지난 8개월 간 부동산 정책을 보니 정부가 신장개업한 참여정부라는 것이 확인됐다”(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권에선 쓸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같은 보유세 인상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세율을 높이고 1주택이라도 공시가격이 20억원이 넘으면 세 부담을 늘리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하루 빨리 종부세 인상 논의를 본격화해 자산불평등을 해소하고 조세정의를 실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당 지도부와 상의해서 내놓은 법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자 명단에는 같은 당 추미애 대표와 이해찬·김경수·전재수 의원 등 친문(親文)계 의원이 다수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중소ㆍ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대화를 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오른쪽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중소ㆍ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대화를 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오른쪽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유세 관련 발언도 잦아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23일 공개된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보유세 개편과 관련해 “주택 세 채를 보유한 사람의 재산가액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같이 균형잡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이 한 채밖에 없어도 비싼 집이라면 보유세를 더 내게 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앞서 정부는 집값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는 강남 부동산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재건축 가능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통해 조합원 1인당 최대 8억4000만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이 보유세 인상까지 언급하자 여권이 부동산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법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16일 “부동산 투기 과열이 지속될 경우 보유세 강화 등 추가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뒤 아직 별다른 후속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광온 의원도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종부세 인상을 포함한 보유세 개편 방향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서 내는 세금보다 등록을 안 하고 법외지대에 머무는 다주택자가 내는 세금이 더 많게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정부가 가다듬은 뒤 민주당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관심은 6·13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이 이른바 ‘종부세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8·31 대책을 통해 종부세를 추진하면서 정권 차원의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김수현 수석은 “(보유세가) 조세 저항이 더 심한 것은 분명하다”며 이미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 사이에선 “실제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기보다는 당장의 투기적 수요를 줄이려는 엄포로 보인다”(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권에선 ‘종부세 트라우마’가 극복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종부세가 처음 나왔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 부동산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광온 의원은 “(종부세 트라우마는) 이미 경험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장에서 수없이 들었던 문제가 우리 경제의 양극화 문제이고, 가장 큰 요인의 하나가 부동산 문제”라며 “(종부세 트라우마는) 대통령을 탄핵했던 절박한 마음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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