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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 마셔~ 네 발로 기어라?” 서울대 ‘강요 FREE 선언’

“하하하. 원래 술은 마시면서 느는 거예요.” (선배 A씨)

“저기 새내기, 새내기는 화장 안 해요? 여자들은 원래 화장하는 거 좋아하지 않나?” (선배 B씨)
 
서울대 사회대 학생들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영상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인 ‘새내기’들에게 건내는 말들이다. 
화장이 필수라는 한 여자 선배는 “아니 뭐 (화장)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되는데, 남자 친구 사귀고 싶으면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말하는 거다”며 웃는다. “술 게임은 마시면서 배우는 거다”는 남자 선배들은 “마셔 마셔~ 먹고 뒤져~ 네 발로 기어라!”는 노래를 부른다. 영상 마지막, 새내기는 힘없이 읊조린다. 
 
“끝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위기 흐리는 이상한 놈이 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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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서울대 재학생들이 직접 출연해 새맞이 소개 영상을 찍고, 2주간 편집해 자막까지 입힌 영상을 제작했다.
윤민정(22·여)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의 설명은 이렇다.
 “전통처럼 내려오는 새내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새맞이는 재학생들이 새내기들을 처음 만나 학교생활에 대해 알려주고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 행사다. 보통 입학을 앞둔 2월 중에 열린다. 
 
새맞이 장기자랑 FREE 선언 이미지. [사진 서울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페이스북]

새맞이 장기자랑 FREE 선언 이미지. [사진 서울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페이스북]

 
사회대처럼 영상을 제작하진 않지만 열 곳이 넘는 서울대 학생회들은 새맞이를 앞두고 온라인에서 비슷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름은 ‘새맞이 장기자랑 강요 FREE 릴레이 선언’이다. “새맞이 행사를 선배들을 위한 새내기들의 재롱 잔치로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지금까지 인문대·수의대·농생대·사회대·자유전공학부 등이 참여했다.   

 
릴레이 선언은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기구인 ‘서울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가 올 초 먼저 제안했다. 학번이나 성별로 장기 자랑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할당량을 정해놓지 말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데 동감하는 학생회들은 릴레이 선언을 하자는 것이다. ‘FREE 선언’ 이미지는 미대 학생회가 제작했다.  
 
새맞이 장기자랑 FREE 선언 이미지. [사진 서울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페이스북]

새맞이 장기자랑 FREE 선언 이미지. [사진 서울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페이스북]

 
서울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새내기들에게 장기 자랑을 강요하지 않는 단과대들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오해하고 걱정하는 신입생들이 많아 학생회가 먼저 나서서 ‘안심해도 된다’고 얘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춤이든 노래든 선배들한테 보여 줄 장기 자랑을 준비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하는 신입생들이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
 
 
농생대 학생회는 “강제로 권주하는 행위를 근절하겠다. ‘FM’ 형식의 자기소개(큰소리로 하는 군대식 자기소개)를 지양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사회대 학생회는 “새맞이에서 장기자랑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겠다. 새내기가 선배들 앞에서 ‘재롱’부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장기자랑 프로그램은 우리의 평등한 관계를 방해하는 악습이다”고 밝혔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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