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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어릴 때부터 돈의 쓴맛 단맛 보게 해야

기자
신성진 사진 신성진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8)
초등학생들이 돈 잘 버는 직업을 갖기 위해 밤늦도록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현실이 정말 괜찮은 것인가?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초등학생들이 돈 잘 버는 직업을 갖기 위해 밤늦도록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현실이 정말 괜찮은 것인가?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게 참 많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능력과 태도, 세상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법 등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정말 중요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주고 싶다. 그런데 무엇보다 제대로 가르쳐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배우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돈에 대한 교육이다. 
 
매년 청소년 경제교육과 교사 경제연수 과정에서 강의하면서 느끼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금융에 관한 이론 교육이 아니라 ‘돈’에 관한 가르침이다. 돈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기에 앞서 내가 경험한 세 가지 충격을 말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부모초청수업에서 강의하면서 받았던 충격이다. 
 
둘째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가서 직업에 대해 강의하면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어?” 아이들은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의사, 변호사, 선생님, 경찰, 사장, 스포츠 스타, 연예인…. 그리고 다시 물었다. “왜 그 직업을 가지고 싶어?” 이 질문에는 이구동성, 같은 답이 나왔다. “돈 많이 벌잖아요!”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반응에 우리 어른들은 익숙하다. 늘 우리가 그렇게 가르치고 말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졌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다. 필자가 어릴 때 어른들이 “왜 그 직업을 가지고 싶어?”라고 물었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돈 많이 벌어서 가난한 사람 도와주게요.” “아픈 사람 고쳐주고 싶어요.” “나쁜 사람들 잡아야죠!”
 
생각해 보자. 초등학생들이 돈 잘 버는 직업을 갖기 위해 밤늦도록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현실이 정말 괜찮은 것인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가르치고 행복을 만들어 가는데 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의 미래도, 그런 아이들이 이끌어갈 우리 사회의 미래도 참 암담하지 않은가?


 
10억 주면 감옥 가겠다는 우리 청소년들
고등학생의 55%는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고등학생의 55%는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답했다. [중앙포토]

 
두 번째 충격은 ‘10억원을 주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흥사단 윤리연구센터가 조사해 발표한 ‘2017년 청소년 정직 지수’는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윤리·도덕 의식의 문제점을 알려준다. 전국 초·중·고교생 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고등학생들은 61%가 친구의 숙제를 베껴낸 사실이 있고, 46%가 내 것을 빌려주기 싫어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충격적인 조사결과는 고등학생의 55%가 10억원이 생긴다면 죄를 짓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조사가 드러낸 큰 문제는 도덕·윤리의식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더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이 50% 넘는다는 사실. 이 청소년들이 10년, 20년 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섬찟해지고 무서워진다. 돈과 삶에 대한 건강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돈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무서운 사회가 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재무인성교육이 시급한 이유다.
 
세 번째 충격은 청년들의 희망 없는 삶이다.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은 참 만만찮다. 청년기는 희망과 기대의 시기이고 도전의 시기여야 한다. 그런데 자신을 ‘헬조선’에 사는 흙수저라고 자조하는 이 시대의 많은 청년은 꿈과 희망, 도전이 아니라 학자금대출, 취업난, 비정규직이라는 단어에 더 익숙하다.
 
이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면 돈을 대하는 건강한 태도와 돈을 다루는 역량에 관해 어릴 때부터 알려줘야 한다. 더 많이 벌고, 제대로 쓰고, 지혜롭게 불리고, 나누는 태도와 역량을 갖추어야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7%로 2000년 이후 최악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2.7%로 2000년 이후 최악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꼰대의 이야기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은 지옥에 살면서도 해외여행을 경험하고 부모세대가 받지 못한 교육을 받아 좋은 스펙을 보유하고 있다. 긴 인생을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제대로 생각하고 준비해 나간다면 훨씬 더 안전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헬조선이라고 외친다고 헬이 천국으로 바뀌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역량을 길러야 지옥에서 견딜 수 있고 지옥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위해 돈의 가치관과 역량을 키우는 재무인성 교육은 필수다.
 
재무인성이란 ‘건강한 돈 가치관과 돈을 다루는 역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재무인성교육의 모범을 찾아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유대인의 경제교육’을 말한다. 그런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제교육이 아니라 ‘돈’ 교육이다. 유대인들은 어려서부터 돈을 벌고 쓰고 불리고 나누는 네 가지 영역에서 교육을 받는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돈의 인성, 재무인성 교육을 생각해 보자.
 
유대인들은 어린 자녀들에게 ‘돈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며 필요한 돈이 있으면 아르바이트와 가사 노동 등을 통해 직접 벌도록 가르친다. 노동의 가치를 깨우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과 돈을 버는 데 필요한 다양한 품성을 익히면서 자란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용돈을 주고 직접 관리하도록 한다. 미국 중산층 유대인 가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용돈을 받아 자신이 직접 통장관리를 하고 기부를 결정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축하고 원하는 곳에 사용하면서 실패와 기쁨을 맛본다.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감각을 익혀나가고, 벌기와 쓰기의 가치관과 능력을 갖추며, 성인이 된 후엔 돈의 실패를 피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유대인 성인식 축하금 1억 모여
유대인들은 성인식에 우리나라 돌잔치처럼 축하금을 전달한다. 이 돈은 성인식을 치른 청소년의 명의로 저축이 되고, 향후 독립자금이 된다. [중앙포토]

유대인들은 성인식에 우리나라 돌잔치처럼 축하금을 전달한다. 이 돈은 성인식을 치른 청소년의 명의로 저축이 되고, 향후 독립자금이 된다. [중앙포토]

 
돈 불리기는 자신이 통장을 관리하면서 익히는 면도 있다. 유대인들은 성인식에 우리나라 돌잔치처럼 축하금을 전달하는데 그 돈이 적지 않다. 중산층 가정은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돈이 모인다고 한다. 이 돈은 성인식을 치른 청소년의 명의로 저축이 되고 향후 독립자금이 된다. 이 돈이 투자되고 불어나는 것을 보면서 유대인 청소년들은 저축과 투자에 대해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나누기도 중요한 요소다. 유대인들의 가정이나 학교 회당에는 나눔을 실천하는 ‘쩨데카’라는 통이 있다. 쩨데카에 돈을 넣으며 자라는 유대인들은 늘 나눔과 봉사 정신이 생활화돼 있다. 열심히 벌고 제대로 쓰고 잘 불리고 필요한 곳에 나누면 건강한 가정경제를 구축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돈을 경험하고 생각하면서 쌓아나가는 지혜가 건강한 재무인성을 갖게 한다.
 
돈 교육이 중요한 시대다. 자녀들이 미리미리 돈에 대한 성공과 실패 경험에 노출되는 것이 좋다. 그런 경험을 부모와 함께 나누면서 돈에 대한 지혜와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잘 벌면 제대로 쓰고 저축하면서 자산을 불릴 수 있고, 못 벌 때는 지출을 관리하고 더 벌기 위해 애쓰면서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
 
돈 교육은 과외가 아니라 부모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생각과 삶으로 보여줄 때 확실하게 이루어진다. 자녀의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돈에 대해 내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건강한 돈의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돈에 대한 말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은 안 듣지만 ‘부모 따라 하기’의 천재들이니까!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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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