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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110년 전에도 금 모으기 운동 있었다

기자
송의호 사진 송의호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15)
유네스코가 발행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증명서. [사진 송의호]

유네스코가 발행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증명서. [사진 송의호]

 
지난해 10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한국의 15번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대구가 주축이 된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김영호‧문희갑‧신동학)가 수년에 걸쳐 공들인 결과였다. 이번에 등재된 국채보상 기록물은 총 2475건.

국채보상운동, 일 군자금 모금 본따
"백성들 3개월 금연하면 국채 갚아"

 
그 가운데 1907년 1월 대구단연회 이현주 회장이 경북 고령향교에 협조를 요청하며 보낸 서신이 눈길을 끈다. 이른바 ‘금연상채회(禁烟償債會, 금연으로 채무를 갚는 모임) 취지서’다. 이 자료는 당시 고령에서 이 운동에 앞장섰던 선비 이두훈(李斗勳‧1856∼1918) 고택에서 발견됐다. 내용은 이렇다.
 
 
금연보상회 취지서. 1907년 대구단연회가 '담배를 끊어 나라 빚을 갚자'며 고령향교로 우송한 내용.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금연보상회 취지서. 1907년 대구단연회가 '담배를 끊어 나라 빚을 갚자'며 고령향교로 우송한 내용.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무릇 나라의 신민이 충(忠)으로 행하고 의(義)를 숭상하면 나라는 흥하고, 충의가 없어 나라가 망하는 것은 고금의 역사에 근거한 것이다…우리 동양의 가장 최근 일을 살펴보면 더욱 목도하는 바가 있는 즉, 그것은 일본이니라.

예전에 청과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이긴 것은 병(兵)이 죽음을 각오하고, 결사대는 피를 쏟고 육체가 날아가도 마치 즐거운 땅에 이른 듯하였고, 백성은 가죽신·노리개·반지 등으로 군대 비용을 마련해 도우니 마침내 동서 역사상 처음 있는 강대국을 이뤄 그 영광이 지구상에 진동했다. 이것은 오직 5000만 민족 개개인의 열심·혈성·충의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중략)

지금 국채 1300만원이 있는 즉, 우리 존망에 관계된 것이다. 갚으면 나라가 존재하고 갚지 못하면 곧 나라가 망한다…보상은 손해 보는 것 없이 재물을 모으는 방법이 있다. 2000만 동포가 3개월을 한정해 담배를 금해 그 대금으로 1명이 매월 20전씩 거둬들인다면 가히 1200만원이 될 것이다. 설령 충분히 응하지 아니한다 해도 1원부터 10원, 100원, 1000원을 출연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경북 고령지역에서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서며 관련 자료를 보관해 남긴 선비 이두훈의 모습.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경북 고령지역에서 국채보상운동에 앞장서며 관련 자료를 보관해 남긴 선비 이두훈의 모습.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1907년 1월 29일 고령지역 의연금 내역. 맨 앞에 '은환1척 읍거정부인(은가락지 하나, 읍내 거주 정부인)'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1907년 1월 29일 고령지역 의연금 내역. 맨 앞에 '은환1척 읍거정부인(은가락지 하나, 읍내 거주 정부인)'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금연상채회는 일본 백성이 가죽신‧노리개‧반지 등을 내놓아 군대 비용을 마련한 방식을 유심히 본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채 1300만원을 갚는 방식도 백성들이 3개월간 한시적으로 담배를 끊고 자발적인 각종 기부를 기대했다. 말하자면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이 일본의 전쟁 비용 조달방식에서 나온 셈이다.
 
취지서에 공감한 고령 사람들은 읍내에 사는 여성 ‘정부인(鄭夫人)이 은가락지를 내는 것을 필두로 의연금 출연이 줄을 이었다. 여기서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白衣)민족의 지혜를 만난다.
 
 
고령향교에 세워진 '고령군국채보상운동기념비'. [사진 송의호]

고령향교에 세워진 '고령군국채보상운동기념비'. [사진 송의호]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蛇飮水成毒)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된다(牛飮水成乳)
지혜롭게 배우면 남을 돕고(智學成菩提)
어리석게 배우면 남을 해친다(愚學成生死)
 
고려 보조국사 지눌이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 남긴 말이다. 같은 국민성금을 일본은 전쟁 비용으로 썼고 우리는 국채를 상환하고 민족경제운동을 일으키는 종잣돈으로 삼으려 했다. 군국주의 일본의 전쟁은 원폭 피해로 이어졌다. 
 
유네스코가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보편타당한 이유일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이렇다. 똑같은 소재가 인연 따라 선악(善惡)으로 변하니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라.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yeeh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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