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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사업가"라며 페북 연인에 8억 뜯은 '로맨스 스캠' 사기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연인. 그저 온라인상에서만 사랑을 주고받은 연인이 사기꾼으로 변한다면?
 
 홍콩 한 중년 여성이 페이스북을 통해 연인 관계로 발전한 남성에게서 1년 반 동안 8억원 넘는 돈을 사기당했다고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서 이성에게 환심을 산 뒤 돈을 가로채는 수법인 이른바 ‘로맨스 스캠’이다. 로맨스 스캠은 로맨스(romance)와 스캠(scam·인터넷으로 거래대금 등을 가로채는 신용 사기)의 합성어다.
최근 홍콩에서 중년 여성이 '로맨스 스캠'으로 8억원 넘는 돈을 사기당했다고 홍콩 SCMP가 보도했다. [중앙포토]

최근 홍콩에서 중년 여성이 '로맨스 스캠'으로 8억원 넘는 돈을 사기당했다고 홍콩 SCMP가 보도했다. [중앙포토]

 피해 여성이 남성을 알게 된 건 2016년 중반쯤. 남성은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에 접근했다. ‘말레이시아에 사는 은퇴한 미국인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다. 50대 백인 남성의 사진도 함께 보냈다. 
 
 여성과 남성이 실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둘은 페이스북 메신저나 이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등을 이용해 꾸준히 연락했다. 시간이 흐르고 여성이 남성에 믿음을 갖기 시작할 무렵 남성은 돈을 요구했다. 자신이 세금을 내지 않아 말레이시아 당국이 자산 1억 홍콩달러(약 137억원)를 동결했다고 주장하면서 벌금을 내달라고 도움을 청한 것이다.  
 
 “돈을 나라 밖으로 빼돌린 다음 돌려주겠다”는 약속과 함께였다. 여성은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 그렇게 말레이시아에 있는 여러 계좌로 18개월간 100번 넘게 나눠 부친 돈의 액수는 610만 홍콩달러(약 8억3000만원)에 달한다. 로맨스 스캠 사기는 범죄 기간이 통상 3~6개월인데 이 사건은 가장 길게 지속했고 피해 규모 역시 최대라고 SCMP는 전했다.  
 여성은 친구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말한 뒤에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단 걸 알고 지난달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은 말레이시아 당국 협조를 받아 이 남성을 쫓고 있다. 피해 여성은 캐나다와 홍콩에 거주지를 두고 있으며 현재 실업 상태라고 SCMP는 보도했다.  
 
  최근 이 같은 로맨스 스캠 피해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내 로맨스 스캠 피해액은 2016년 9500만 홍콩달러(약 130억원)에서 지난해 1억800만 홍콩달러(약 148억원)로 늘었다. 같은 기간 피해자도 114명에서 235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페이스북.[AP=연합뉴스]

페이스북.[AP=연합뉴스]

 SCMP는 “로맨스 스캠에 빠지는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으로, 40% 이상은 40~50대”라면서 “로맨스 스캠 사기꾼들은 페이스북이나 다른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에서 주 타깃을 찾는다”고 밝혔다. 피해자에는 은행원이나 법률가, 교사, 간호사 등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홍콩과 말레이시아 경찰은 48명의 홍콩 여성과 한명의 노인에게 총 2950만 홍콩달러(약 40억원)를 뜯어낸 혐의로 쿠알라룸푸르에 기반을 둔 사기단을 검거하기도 했다. 
최근 홍콩에서 중년 여성이 '로맨스 스캠'으로 8억원 넘는 돈을 사기당했다고 홍콩 SCMP가 보도했다. [SCMP 캡처]

최근 홍콩에서 중년 여성이 '로맨스 스캠'으로 8억원 넘는 돈을 사기당했다고 홍콩 SCMP가 보도했다. [SCMP 캡처]

 홍콩만의 얘기가 아니다. 로맨스 스캠은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고 있다. 2015년에는 영국 한 여성이 28억원의 로맨스 스캠 사기를 당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연방수사국(FBI)이 직접 피해를 경고하고 나설 정도다. 로맨스 스캠 피해자를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단체인 ‘romancescam.org’도 있다. 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이 단체에 속한 회원(5만9000명) 가운데 1813명이 보고한 손실액만 약 277억원이다. FBI는 2016년 미국에서만 1만5000여 명이 로맨스 스캠에 넘어갔고 그 피해액이 2500억원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7월 처음 피해자가 나왔다. 지난달에는 50대 여성이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해 ‘미국인 정형외과 의사’라고 속인 3인조 사기꾼들에게 7300만원가량 돈을 뜯긴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기꾼 일당은 피해 여성과 하루도 빠짐없이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며 사진을 보냈고, 결혼까지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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