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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UAE와 아라비아반도의 신기루

이철재 정치부 차장

이철재 정치부 차장

신기루. 빛이 밀도가 다른 공기층을 통과할 때 꺾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있지 않은 사물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루가 지난해 12월 한국에 상륙했다.
 
최근까지 정치권을 달군 ‘아랍에미리트(UAE) 미스터리’ 얘기다. 발단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갑작스럽게 UAE를 특사방문한 사실을 청와대가 뒤늦게 공개하면서 비롯됐다. 그 이유를 두고 벌어진 논란 속에서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간 한국-UAE 비공개 군사협약의 존재가 드러났다. 사태는 모래폭풍으로 커지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갑자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사그라졌다. 신기루처럼 말이다.
 
아라비아반도의 복잡한 국제정치는 동아시아에 여러 차례 영향을 미쳤다.
 
1979년 3월에도 기시감을 부를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만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대만 공군의 조종사와 정비 인력을 북예멘에 파견하는 내용의 비밀 군사협정을 맺었다.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미는 북예멘과 소련의 지원을 받는 남예멘으로 갈라진 뒤 서로 전쟁을 벌이던 때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내전에 개입하고 싶었지만, 군사력이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대만 공군이 사우디아라비아군으로 위장해 북예멘 공군을 훈련했다. 대만에선 ‘다모(大漠·대사막) 계획’, 사우디아라비아에선 ‘평화의 종 프로젝트’라 부르는 비밀 군사작전의 개요다.
 
국제정치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라이벌 이란과도 손을 잡았던 미국이 미덥지 못했다. 대만은 71년 유엔에서 쫓겨났고 79년 미국과 단교하는 등 외교적 고립 상태였다. 최대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요청을 마다할 형편이 아니었다.
 
90년 5월 예멘이 통일될 때까지 11년간 700명이 넘는 대만 공군이 비밀리에 보내졌다. 대만은 다모 계획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를 11년 더 유지할 수 있었다. 또 78~81년 2차 오일쇼크에선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배려를 받았다. 다모 계획은 99년 전후로 파병자의 증언이 나오기 전까지 철저하게 숨겨졌다.
 
요즘 정부 일각에선 ‘플러스알파’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단교까지 검토했다던 UAE와의 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한국이 플러스알파를 제시했을 것”이라는 추정과 함께다. 정부 소식통은 “극도의 보안 속에서 한국과 UAE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고 귀띔한다. UAE발 신기루는 완전히 소멸한 게 아닌 셈이다. 기왕이면 대만이 어떻게 국익을 챙겼는지 참고하길 바란다. 결국 아라비아반도의 신기루로 끝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철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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