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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3명 반발엔 직접 언급 안해 … 김명수 리더십 시험대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블랙리스트(판사 뒷조사 문건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 이틀 만인 24일 입장문을 냈다. 심각한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법원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핵심은 자체적인 내부 개혁의지를 드러내고 검찰 등 외부 개입에 대해선 ‘법원 스스로의 힘’을 강조하며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김 대법원장의 이번 입장 발표는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 PC 3대를 분석한 결과 판사 뒷조사 내용이 담긴 문건 등이 발견됐다고 22일 발표했다. 일부 판사 사이에선 책임자 처벌 요구까지 나왔다. 반면 대법관들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 당시 청와대가 대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문건을 두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는 반박성명을 냈다. 파문이 사법부 상층부까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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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조사위의 조사와 대법관들의 반발 사이에서 고심하던 김 대법원장은 일단 추가조사위 쪽에 힘을 실어 줬다. 원래 추가 조사는 ‘전 대법원장 시절 블랙리스트를 바탕으로 한 인사 전횡이 있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조사 결과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입증하는 문건은 없었지만 일부 판사의 동향을 파악한 정황 등이 담긴 문건이 여럿 발견됐다. 김 대법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나온 문건 내용은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에 의한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고,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조사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를 내놓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대법원장은 “조사 결과를 보완하고 조치 방향을 논의할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와 인적 구성을 손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전날 집단성명을 발표한 대법관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있었다. 대법관 13명 전원은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문건 중 원 전 원장의 재판 당시 청와대(우병우 당시 민정수석)가 대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대목에 대해 반박성명문을 냈다. 당시 대법관 회의 자리엔 김 대법원장도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했다.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에서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대법관 성명에 대한 직접적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외부 기관이 재판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에 대해 ‘오해’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사태를 법원 스스로 매듭지을 것이란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자발적 쇄신은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 배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법원 내부 문제는 법관들이 해결해야 된다는 게 저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전·현직 대법원장이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강제수사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감지되자 ‘자체 수습’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법원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일선 판사들은 “법원행정처가 이런 일까지 했다면 수사 대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이 추가조사위 등 특정 판사 집단에 휘둘려 혼란을 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 내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블랙리스트 프레임에서 법원이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재판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법행정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사법행정의 아마추어리즘은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 길 먼 김 대법원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 줄지 주목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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