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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 선물 받은 미국 기업들, 직원에게 보너스 화답

달러 선물 박스

달러 선물 박스

한국에서는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호황 업종에서만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야말로 전국이 보너스 대잔치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한 세제개편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트럼프 보너스’이다.
 
재원은 법인세 감면분.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편안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대폭 감면해주자 돈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이 일찌감치 돈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한해를 시작하자는 보너스이다.
 
세제개편안이 통과하기 전인 지난달 20일 통신 공룡인 AT&T가 가장 먼저 보너스 지급 계획을 밝혔다. 직원 20만여 명에 1000달러(약 107만원)씩을 지급하고,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앞장섰다.
 
랜덜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대통령과 의회가 미국 기업의 세금 수준을 다른 선진국과 맞추기 위한 기념비적 조치를 취했다”고 화답했다. 스티븐슨 CEO가 이전에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가로막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정에서 보자고 큰소리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AT&T를 시작으로 23일(현지시간) 전 직원에게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월트디즈니까지 100여개의 기업이 ‘트럼프 보너스’ 행렬에 동참했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 모두를 포함하는 12만5000명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고 신입사원 교육에 5000만 달러(약 53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번 보너스와 교육 투자가 모두 미국 정부의 세제개혁으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의 지급대상에 임원은 빠졌다.
 
미국 주요 기업 보너스 지급 현황

미국 주요 기업 보너스 지급 현황

같은 날 통신업체 버라이즌도 통 큰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버라이즌은 임원을 제외한 직원에게 자사주 50주씩을 지급해 총 3억8000만 달러(4074억원)의 보너스를 풀기로 했다. 자사주는 2년에 걸쳐 지급된다. 버라이즌 주가는 현재 50달러대여서 현재 가치로 1인당 2500달러 정도를 받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법인세를 21%로 크게 낮추면 세수가 10년간 1조5000억 달러가 줄 것으로 예상했다. 바꿔 말하면 기업들이 1조5000억 달러를 더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장 1월부터 지난해 실적에 대해 법인세 계산이 달라지면서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줄어드는 세수를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2조8000억 달러의 수입을 본국으로 유치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미국으로 들여와 투자할 경우 세금을 한시적으로 대폭 깎아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마련해놓았다.
 
애플의 팀 쿡(가운데) CEO가 17일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새 물류창고 기공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애플은 이날 300억 달러(약 32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애플의 팀 쿡(가운데) CEO가 17일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새 물류창고 기공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애플은 이날 300억 달러(약 32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애플이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대규모 투자로 화답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애플이 해외에 보관한 현금성 자산은 2520억 달러(약 270조원).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해외 유보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경우 기존의 현금송환 세율을 대폭 낮춘 15.5%의 세율을 한시적으로 적용해주겠다는 뜻을 밝히자 애플이 여기에 응했다. 애플은 ‘귀국세’로 380억 달러를 8년에 걸쳐 납부하기로 하면서 해외유보금 가운데 대부분을 미국으로 가져오기로 했다. 애플은 35%의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그동안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으로 들여오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앞으로 5년간 미국에서 3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일자리 2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선물’도 내놨다. 이를 다 합칠 경우 5년간 애플이 미국경제에 직접 기여하는 투자금은 3500억 달러(약 374조원)를 넘어서게 된다. 애플은 또 12만 명의 직원에게 2500달러의 보너스를 주식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펜실베이니아주 코라오폴리스의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애플 수장인 팀 쿡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며 “미국에서 한 기업이 이렇게 대규모로 투자한 적이 있다고 상상할 수가 없다. 모두가 감세법안 덕분이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송환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인센티브 시행에 따라 미 기업의 해외 이익보유금 중 많게는 4000억 달러가 미국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인세 인하는 보너스 잔치와 함께 실질적인 임금인상 효과로 연결되고 있다. 금융사 JP모건은 일시적인 보너스가 아닌 임금 인상과 고용 창출, 지점 신설 등에 2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직원 2만2000명의 임금이 평균 10% 올라가고, 4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 미국 전역에 최대 400개의 지점이 신설된다.
 
시급을 자발적으로 올리는 은행도 늘고 있다. 아메리칸세이빙스 뱅크는 1150명 직원에게 1000달러씩의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시급을 12.21달러에서 15.25달러로 인상했다. 센트럴퍼시픽뱅크도 직원 850명에게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시급을 12달러에서 15.25달러로 올렸다. 대부분의 은행이 15달러대 시급으로 인상해주는 추세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인 월마트는 다음달부터 신입직원에 대한 시급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하고, 근무연한에 따라 수백 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총 4억 달러의 보너스도 지급하기로 했다. 레이 영 고든해스켓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월마트가 부담해야 할 임금 인상액은 법인세 인하 혜택의 15% 정도”라고 분석했다.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기부 확대로도 이어졌다. 웰스파고 은행은 자선단체에 4억 달러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5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금융업체인 리전스 파이낸셜 코퍼레이션도 4000만 달러 기부계획을 밝혔다.
 
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CEO는 “법인세 인하로 경제적 에너지가 창출될 것”이라며 “자선단체에 1억 달러를 기부하고, 인력 개발과 인프라 확충에 각각 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올해부터 초대기업(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피해도 정부가 나서서 보상한다. 법인세 인상으로 기업이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이전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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