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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준 통과한 Fed 의장 파월 … 축포 쏘아올린 월가

인준 청문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 미국 Fed 차기 의장 . 미 상원은 23일 압도적 찬성으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연합뉴스]

인준 청문회에 참석한 제롬 파월 미국 Fed 차기 의장 . 미 상원은 23일 압도적 찬성으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연합뉴스]

84대 13. 투표 결과는 압도적 찬성이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차기 의장이 확정됐다. 미국 상원은 23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주인공은 제롬 파월(65) 현 Fed 이사다.
 
월가는 표결에 앞서 ‘축포’를 쏘아 올렸다. 이날 뉴욕 증시의 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월가 출신이면서 친(親)시장 성향을 보이는 Fed 의장의 탄생을 환영했다.
 
파월은 다음달 3일 Fed 의장에 취임한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막중한 자리다. Fed가 조금만 달러를 풀거나 조여도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다. 때로는 아주 작은 신호만 보내도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당연히 파월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전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된다. 임기는 4년이다.
 
파월은 Fed 의장 지명 후 “전임자들의 발걸음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정책변화는 없을 것이란 예고였다. 상원 인사청문회에선 “우리는 앞으로 금리가 다소 높아지고, 매입한 자산 규모는 단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어는 ‘내(I)’가 아니라 ‘우리(We)’였다. 강한 리더십보다는 내부 의견 조율을 중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는 시장의 예측대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일방적인 쏠림은 경계했다. 그는 “우리는 정책 방향을 최대한 예측 가능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겠지만 미래는 확실히 알 수 없다”며 변화의 여지를 남겼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파월은 두가지 측면에서 벌써 기록을 세웠다. 첫째 역대 Fed 의장 가운데 가장 부자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최대 5500만 달러(약 590억원)라고 신고했다. 실제 재산은 더 많다. 블룸버그통신이 평가한 재산은 1억1230만 달러(약 1200억원)에 달했다. 주식형 인덱스펀드에 있는 자산 가운데 정확히 공개되지 않은 부분까지 추산한 금액이다. 블룸버그는 “최상위 0.1%에 속하는 부자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면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둘째 40년 만에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Fed 의장이다. 학부(프린스턴대)에선 정치학, 대학원(조지타운대)에선 법학을 전공했다. 전임자인 재닛 옐런(재임 2014~2018년) 의장은 물론 앨런 그린스펀(1987~2006년)과 벤 버냉키(2006~2014년) 전 의장은 모두 경제학 박사였다. ‘볼커 룰’의 주인공 폴 볼커(1979~1987년) 전 의장은 박사 학위는 없었지만 경제학 전공자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차기 Fed 의장으로 파월을 지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차기 Fed 의장으로 파월을 지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파월은 경제학을 학교가 아니라 월가의 현장과 워싱턴의 정가에서 배웠다. 로스쿨 졸업 후 월가의 투자은행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조지 W H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거쳐 월가로 복귀했다. 투자은행 뱅커스트러스트와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서 일하며 금융 감각을 익혔다.
 
파월과 Fed의 인연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공화당 성향의 파월을 Fed 이사로 지명했다. 공화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오바마의 절묘한 선택이었다. 그 작전은 성공했다. 파월은 당파를 초월해서 옐런 의장과 같은 편에 섰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을 차기 Fed 의장에 지명했다. 트럼프는 오랜 전통을 깼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임명한 볼커 전 의장을 포함해 3명의 전임자는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정권이 교체돼도 Fed 의장은 교체되지 않았다. 통화정책의 안정성과 중립성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달랐다. 우선 옐런은 민주당이고, 파월은 공화당이다. 옐런의 연임은 무산됐다. 파월은 트럼프가 원하는 또 다른 조건도 만족했다. 중도 성향의 ‘비둘기파(온건파)’라는 점이다. 공화당 성향의 다른 예비 후보 중에는 ‘매파(강경파)’가 적지 않았다. 트럼프는 가파른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매파’를 원치 않았다. 파월이 금융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친시장 성향이란 점도 트럼프의 마음에 들었다.
 
파월의 중도 성향 덕분에 인준 과정은 무난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가릴 것 없이 고르게 지지를 받았다. 옐런 의장의 인준안 표결 때(찬성 56표)보다 28표나 많은 찬성표를 받았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아직 공석인 Fed 부의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윌리엄스 총재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그는 올해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최근 연설에서 “올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질 가능성보다 좋아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1953년 미국 워싱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나와 월가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1990년대 초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월가로 돌아가 투자은행 뱅커스트러스트(도이체방크에 편입)를 거쳐 대형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에서 8년간 파트너를 맡았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로 임명됐다.

 
주정완·이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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