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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호주오픈 4강=김연아 금메달·월드컵 4강

상대의 포핸드샷이 힘없이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의 앞에 떨어졌다. 그 공을 받으려고 뒤로 물러서던 정현은 공이 아웃라인 밖에 떨어진 걸 확인하고는 허리에 양손을 얹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네트 너머에 엉거주춤 서 있는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97위)을 쳐다봤다. 그리고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로드 레이버 아레나(센터코트)를 가득 메운 1만5000여명의 관중들이 박수를 치자 이제야 실감이 나는듯 환하게 웃었다. 정현은 샌드그렌과 악수를 하고는 그대로 라켓을 던지고, 코트 한가운데로 나와 두 팔을 올리고 하늘을 쳐다봤다. 
 
호주오픈 8강전에서 승리하고 포효하는 정현. [AFP=연합뉴스]

호주오픈 8강전에서 승리하고 포효하는 정현. [AFP=연합뉴스]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8강에서 샌드그렌을 세트 스코어 3-0(6-4, 7-6, 6-3)으로 이기고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준결승에 올랐다. 이는 '피겨여왕' 김연아의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에 비견할 만큼 대단한 업적이다. 정현을 발탁하고 키운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은 "메이저대회 4강은 올림픽 금메달이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과 같은 쾌거"라고 말했다. 호주오픈은 약 220개국·9억만명이 시청하는 세계 최고의 테니스 대회다. 올해 총상금은 5500만 호주달러(463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현은 상금 잭팟도 터뜨렸다. 준결승에 올라 상금 88만 호주달러(7억5000만원)와 랭킹포인트 720점을 확보했다. 만약 정현이 4강에서 대회를 마감하면, 다음 주 랭킹포인트가 1577점이 될 전망이다. 이형택(42·은퇴)이 2007년 세운 한국 최고 랭킹(36위)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결승까지 간다면 아시아 톱랭커도 될 수 있다. 현재 아시아 1위는 니시코리 게이(29·일본·24위)다.
 
아울러 86년 만에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에 오른 아시아 선수가 됐다. 1905년 출범한 호주오픈에서 남자단식 4강에 오른 아시아 선수는 1932년 사토 지로(일본)가 유일하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로는 아시아 선수가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에 진출한 적이 없었다. 대만계 미국인 마이클 창이 1996년 준우승했으나 그는 국적이 미국이라 아시아 선수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여자단식에서는 리나(중국)가 2014년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호주오픈 8강전에서 승리한 정현. [AP=연합뉴스]

호주오픈 8강전에서 승리한 정현. [AP=연합뉴스]

 
정현은 아직 세계 테니스에선 샛별이다. 투어 우승은 한 차례 밖에 없고, 최고 랭킹은 지난해 9월 세운 44위다. 그런 정현이 준결승에 진출한 건 호주오픈 최대의 이변이다. 이날 만난 샌드그렌은 정현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만난 하위 랭커였다. 그래서 그런지 정현은 전날 휴식을 취하고 잠을 푹 잤다. 손승리 코치는 "톱 랭커와의 대결을 앞두고는 긴장돼 밥을 잘 못 먹기도 하지만, 이날은 아침은 물론 점심식사까지 잘 마쳤다"고 했다.  
 
정현은 1세트부터 장기인 날카로운 백핸드샷을 바탕으로 샌드그렌을 압박했다. 30구가 넘는 스트로크 랠리에도 차분하게 코트 구석구석 찔러넣어, 샌드그렌 범실을 유도했다. 샌드그렌이 친 공들은 네트에 걸리거나 코트 밖에 떨어졌다. 1세트를 6-3으로 가져온 정현은 2세트에는 다소 흔들렸다. 게임 스코어가 6-6 동점이 돼 타이브레이크(7점 먼저 따면 승리)에 돌입했다. 그리고 4-5에서 연달아 3포인트를 얻어 2세트까지 따내면서 9부 능선을 넘었다.  
 
정현을 응원하고 잇는 한국 팬들. [EPA=연합뉴스]

정현을 응원하고 잇는 한국 팬들. [EPA=연합뉴스]

3세트에선 샌드그렌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정현은 게임 스코어 5-3에서 맞이한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연속 4점을 올려 매치포인트만 남겨뒀다. 하지만 승리를 너무 의식했는지 연달아 실수하면서 40-40 듀스가 됐다. 정현은 다시 숨을 고르고 경기에 집중했고 마침내 승리했다. 그는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느라 듀스를 허용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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