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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퍼스트'와 '위 아 더 월드'의 만남…트럼프의 다보스 연설에 쏠린 눈

스위스 취리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참석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EPA]

스위스 취리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참석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EPA]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ㆍ미국 우선주의)가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ㆍ세계는 하나)를 만난다.”
 

수입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한 트럼프 26일 폐막 연설
세계화 성전서 다보스맨들과 화해할까 대립할까 관심
슈밥 회장 "공정한 세계화라는 새 질서 피어날 것" 기대
FT "다보스의 시대 종언 알리는 강력한 신호 나올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지난 23일부터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렇게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일 폐막 연설을 하는데, 지난 30년간 국제질서의 주축을 이룬 세계화의 가장 성스러운 성전인 다보스에서 그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주목된다면서다.
 
 백악관은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이란의 미사일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전과 국제 정세를 불안케 하는 이란의 움직임 등도 거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70여 개국 정상과 기업인, 비영리 기구 활동가, 학계ㆍ문화계 저명인사 등 포럼에 참석한 3000여명이 당장 우려할 만한 내용을 예고하지는 않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에서 수입되는 세탁기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를 발표한 뒤 자유무역 옹호자들의 성전인 다보스 포럼 참석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등에서 수입되는 세탁기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를 발표한 뒤 자유무역 옹호자들의 성전인 다보스 포럼 참석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 참석을 결정한 상태에서 수입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해 보호무역 행보를 실행에 옮겼다. 이에 따라 그가 '다보스 맨'들과 화해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지지층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 세계의 엘리트들과 대립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참가는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미국 대통령으로선 두 번째다. 하지만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임기 말이었고, 트럼프는 취임 초기여서 비중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수를 둘 것이란 전망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자체가 세계화에 대한 반대라는 터전에서 나왔다는 점 때문에 힘을 얻고 있다. 세계화는 자유 무역과 마찰 없는 시장, 열린 국경,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의 대응, 테러 등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에 대한 협력 등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그동안 이를 허물려는 쪽이었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포럼에서도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FP 통신도 세제 개편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성과를 자랑하면서 미국에 불리한 무역 관행을 비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3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특별 연설을 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EPA=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특별 연설을 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EPA=연합뉴스]

 
 당장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3일 기조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는 세계화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바꾸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같은 날 오후 특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겨냥해 "우리 남쪽 이웃 국가에 나프타가 얼마나 도움이 되고 우리뿐 아니라 그 나라와 전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를 이해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낙관론도 만만찮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초호화 멤버를 대동하고 참석한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다보스에 총출동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기업인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 예정이라고 게리 콘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전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의 준비 장면 [EPA]

스위스 다보스 포럼의 준비 장면 [EPA]

 다보스 포럼 측도 트럼프를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 대폭 인하 등 다보스에 모인 재계 인사들에게 호감을 살만한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공정한 세계화’라는 새로운 기류가 현재의 정치적 긴장 관계 속에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를 초청한 WEF 측이 자국 우선주의와 세계화가 변증법적으로 융합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도 “파편화된 세계에서 공유할 가치를 만들자”로 정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당선으로 기세를 올릴  것 같았던 포퓰리즘과 자국 우선주의는 예상과 달리 지난해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폐막 연설이 세계 엘리트들과의 화해가 될 지 대결이 될 지에 향후 국제사회 질서의 향배가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포토]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폐막 연설이 세계 엘리트들과의 화해가 될 지 대결이 될 지에 향후 국제사회 질서의 향배가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포토]

 이에 따라 올해 트럼프의 다보스 폐막 연설은 세계 질서의 향배를 가를 변곡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제 질서에서 발생한 균열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데, 가장 큰 균열은 미국의 리더십이 흔들린 것이었다. 금융계 출신으로 친시장적 개혁에 나서면서도 기후 변화 대응과 유럽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다보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조건을 두루 갖췄지만, 그 공백을 메울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태에서 유로화 위기가 진정됐지만 독일의 연정 구성이 지연되고 있고, 올해 실시될 예정인 이탈리아 총선의 경우 유럽연합을 약화할 정당들의 약진이 예상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 독립 갈등이 현재 진행형이고,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불투명한 전망 등 유럽의 난제가 쌓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해를 택하느냐, 마이웨이를 고수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미국 대통령의 존재감이 없었던 지난해 다보스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스타였다. 그는 “보호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견제해 호평을 받았다.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은 한국 기업에 대한 사드 보복 등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지 않고 있으며 중앙집중식 경제운영 시스템을 바꾸지 않아 세계화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다소 실망을 안겼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는 중국의 경제분야 부총리 내정자 류허(왼쪽)가 참석해 연설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폐막 연설에 나선다. [중앙포토]

올해 다보스 포럼에는 중국의 경제분야 부총리 내정자 류허(왼쪽)가 참석해 연설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폐막 연설에 나선다. [중앙포토]

엘리트층이 주도해온 세계화는 10년 전보다 훨씬 논란이 커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다보스의 시대’가 끝날지의 여부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트럼프의 입장 발표가 무엇이든 그의 다보스 데뷔는 향후 국제질서를 선도할 리더십 자리를 놓고 트럼프와 시 주석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예상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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