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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단일팀 국가 결정이니 따르라? 공정성 무시"

평창 겨울올림픽은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지만 동시에 남남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남북 단일팀 구성이 20~30대로부터 "사람이 먼저라더니, 북한 사람이 먼저냐"는 반발을 일으킨게 대표적이다. 정부가 남북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면서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학자들이나 중도 성향 전문가 6명도 23일 본지에 이런 우려를 밝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참가 의사를 밝힌 지 23일이 지난 지금, 정부가 가속페달에서 잠시 발을 떼고 중간 점검을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꼬 튼 남북 평창 협상 중간 점검
"북한 일방 취소, 2~3번 더 있을 것"
진보·중도 성향 전문가 6인의 진단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선수와 북한 선수(오른쪽). 단일팀으로 평창에서 뛰게 됐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선수와 북한 선수(오른쪽). 단일팀으로 평창에서 뛰게 됐다.

 
우선 지적되는 문제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서 드러난 소통 부재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을 맡았던 동국대 고유환 북한학과 교수는 2030 세대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 교수는 “과거 청년 세대가 민족 정체성이 강했다면 지금은 글로벌 정체성이 강하다”며 “정당성과 공정성이라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중시하는데, 선수단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생략됐다”고 말했다. 중도 성향인 서강대 김영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가가 결정했는데 따라와야 한다는 시각은 낡은 것”이라며 “2030은 이를 공정하다고 보지 않고 반발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국정기조를 무색케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 격려를 하고 있다. 2018.01.17.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해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 격려를 하고 있다. 2018.01.17.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바람 앞 촛불 같은 평창”이라는 표현을 쓰며 “기적처럼 만들어낸 남북 대화를 평창 이후까지 살려나가자”고 언급하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23일 ‘입장문’ 형식으로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도 뒤늦게나마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맥락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한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지율이 6%포인트 정도 하락했지만 그동안 벌어놓은 정치적 자산을 쓰고 있는 셈”이라며 “절박함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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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우리 정부가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일 북한이 예술단 공연을 위한 사전점검단 방문을 일방적으로 하루 전에 통보한 뒤 방한 전날 밤 10시가 지나 느닷없이 ‘중지’하겠다고 선언한게 대표적이다. 남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중지 사유를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지만 북한은 끝내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남측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북한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방문 일방 취소는 북한이 보낸 일종의 경고”라며 “자기들의 체면을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런 일은 불과 시작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시절 통일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인제대 통일학부 김연철 교수는 “(북한의 일방적 일정 변경은) 올림픽까지 2~3번은 더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수 교수는 “우리 정부가 협상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이유를 따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조급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북 협상의 액셀레이터만 밟지 말고 따질 건 따지면서 페이스를 조절하라는 주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전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며 평창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전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며 평창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작 큰 문제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다. 평창 패럴림픽(3월9~18일)까지 시한부 평화가 끝난 뒤에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수 교수는 “남북 대화는 과거에 활발히 진행되던 때도 단막극으로 끝났다”며 “이번엔 연속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평창 후를 살리지 못하면 평창은 ‘남북만의 리그’로 끝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연철 교수는 “평창 후의 관리가 잘 될 것인지는 평창에서의 접촉 성과에 달려있다”며 “비핵화를 우선하는 미국과 핵보유국 인정을 받으려는 북한과의 입장 차가 너무 커서 협상은 쉽지 않다”고 우려헀다.
 
지난 9일 평창 올림픽의 북한 참여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지난 9일 평창 올림픽의 북한 참여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화의 판을 만드는 방식을 제언했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 회담’의 판을 벌려 북한과 미국을 적극 끌어들이라는 주문이다. 김준형 교수는 “다양한 외교적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중립적인 회담판을 벌여 문턱을 낮추고 비핵화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도 속도조절은 중요한 문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징검다리를 놓듯이 차근차근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진ㆍ박유미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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