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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김에 범죄'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종로 여관 방화 ‘주취 감경’ 인정될까

“술을 마셨단 이유로 감형되는건 용납될 수 없습니다. 절대 용서하지 말고 아예 사형에 쳐해야 합니다”
 

"술 마셨다고 강력범죄 감형 용납 안 돼"
법조계 "형법상 대원칙에서 음주만 배제할 수 없어"
전문가들 "스스로 만취해 저지른 범행 감형사유 아냐"

 
지난 20일 10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종로 여관 화재 사건으로 음주 범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을 낸 중국집 배달원 유모(53)씨가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로 ‘주취 감경’(술을 마시면 형벌 감형)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할 수 있을 거란 우려에서다. 사건 이후 청와대 게시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의자를 아예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20일 오전 술에 취해 여관에서 성매매를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불을 질렀다.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10L를 구입해 여관 1층 복도에 휘발유를 뿌린 후 불씨를 던진 것이다. 술김에 시작한 방화는 서울 여행을 왔던 세 모녀 등 투숙객 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 방화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20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 방화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법조계 “주취 감경 폐지 신중히 해야”
 
현행법에서 주취 감경의 근거는 형법 10조에 있다.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분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심신상실), 미약한(심신미약)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규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8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조두순(65)이다. 당시 조두순은 주취 상태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돼 12년형을 받았다.  
 
술에 취해 여관에 불을 질러 투숙객 6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게 한 혐의(현존건조물방화 치사 및 치상)로 구속된 방화범 유모(53)씨 [연합뉴스]

술에 취해 여관에 불을 질러 투숙객 6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게 한 혐의(현존건조물방화 치사 및 치상)로 구속된 방화범 유모(53)씨 [연합뉴스]

 
주취 감경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조두순의 만기출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조두순 출소반대ㆍ주취 감경 폐지’ 청원에는 21만명 이상이 찬성했다. 술을 마신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오히려 가벼워지고,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주취 감경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조국 민정수석은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 특례법이 강화돼 음주 성범죄에는 이미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 “그러나 성범죄를 제외한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주취감경’을 적용하지 않는 문제는 입법부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국 민정수석. [중앙포토]

조국 민정수석. [중앙포토]

 
음주 상태의 강력범죄 비율 절반 가까워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6년 총 948건의 살인 범죄 중 45.3%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 유씨와 같이 음주 방화를 저지른 경우도 2013년 46.7%, 2014년 47.0%, 2015년 45.4%로 매년 전체 방화 사건 절반에 가까웠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스스로 만취해 저지른 범행은 원칙적으로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의로 마신 술이 강력범죄로 이어진 경우 오히려 가중처벌하는 것이 국민 법 감정에도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취 감경 문제를 단순히 국민의 법 감정 측면으로만 따져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 10조 3항에 따라 범죄 가능성을 미리 예견했을 경우 감경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이미 존재한다. 무작정 형법상의 대원칙을 아예 없애버리는 건 또 다른 피해자들을 더 양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민유숙 신임 대법관 후보자도 국회 청문회서 “성범죄에 있어 음주감경을 배제하자는 주장의 취지를 잘 안다”면서도 “형법상 대원칙 중 하나인 심신미약 감경 중에 음주만 배제하는 건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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