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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집 알바로 국대됐는데 … 단일팀에 들끓는 2030

#2018_평창 
지난해 4월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 한국과 북한의 경기 장면. [연합뉴스]

지난해 4월 강원도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 한국과 북한의 경기 장면. [연합뉴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한국 선수들을 보면 꼭 내 처지 같다.’
 

단일팀 성공조건 <중> 소통이 먼저다
힘든시간 견딘 선수들 실망에 공감
“단일팀 한국선수 꼭 내 처지 같다”
공정·정의·개인가치 외치며 반발
“아이스하키 논란 반면교사 삼아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한 네티즌이 올린 댓글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해 국민들, 특히 2030세대가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의장실·SBS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72.2%가 ‘단일팀을 무리해서 구성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20, 30대가 가장 크게 반발했다. 19~29세 응답자 중 82.2%, 30~39세 응답자 중 82.6%가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정유라에 대한 각종 특혜에 반발하며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젊은 층이 남북 단일팀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남북 단일팀 엔트리는 총 35명이다. 한국선수 23명에 북한선수 12명이 가세했다. 하지만 경기에 뛸 수 있는 게임엔트리는 22명 뿐이다. 여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단일팀 감독은 매 경기 적어도 북한 선수 3명을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새러 머리(30·캐나다) 단일팀 감독은 울며겨자먹기로 북한선수 3명을 기용할 수 밖에 없다. 한국선수 4명은 빙판을 밟지 못한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올림픽 개막을 3주 앞두고 단일팀을 급조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과 사전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포털사이트에는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될 것’이란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한국선수는 정치 들러리, 북한선수는 무임승차’ ‘북한선수 3명을 무조건 기용하는게 민주주의인가’ 등의 비난 댓글이 더 많다.
 
2016년 개봉한 영화 ‘국가대표2’는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003 일본 아오모리 겨울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쇼트트랙에서 강제퇴출된 선수, 전직 피겨선수 등이 모여 불가능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다.
 
실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사연도 한 편의 영화나 다름없다. 한국은 2007년 창춘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0-29로 무참히 깨졌다. 당시 골리 신소정(28)은 유효슈팅 136개를 막아내며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다. 그는 아이스하키 본고장인 캐나다 대학에서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싶어 자신의 경기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편집해 보냈다. 그 결과 2013년 캐나다 남동쪽 끝 노바 스코샤에 위치한 세인트프란시스 제이비어 대학에 입학해 주전 골리로 뛰었다.
 
한수진은 대표팀을 위해 피아니스트 꿈을 포기했다. [중앙포토]

한수진은 대표팀을 위해 피아니스트 꿈을 포기했다. [중앙포토]

연세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수진(30)은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하고 운동을 계속했다. 2011년 일본 아이스하키 클럽으로 유학을 떠났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만두를 빚으면서 설거지를 했다. 방세를 내려고 15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이걸 다 갚는데 3년이 걸렸다.
 
베테랑 이규선(34)은 17년간 대표로 뛰면서 편의점과 고깃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왔다.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은퇴했지만 대표팀 비디오분석관으로 후배들과 함께하고 있다.
 
2018년 현재 국내 여자아이스하키팀은 단 1개, 국가대표팀이다. 실업팀도 학교팀도 없다. 수입은 국가대표 훈련 수당으로 받는 하루 일당 6만원이 전부다. 한달에 20일 훈련을 하면 120만원을 받는다. 주위 사람들이 “그걸로 생활이 가능하냐”고 물어볼 정도다. 그래도 이들은 “예전엔 국가대표 일당이 3만5000원이었다. 그 때는 한 달에 60만원을 받았는데 이제 수입이 배로 늘지 않았느냐”며 웃으면서 받아넘긴다.
 
캐롤라인 박은 의학 공부를 중단했다. [중앙포토]

캐롤라인 박은 의학 공부를 중단했다. [중앙포토]

아이스하키를 계속하기 위해 귀화한 선수도 있다. 캐나다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캐롤라인 박(한국명 박은정·29)은 2013년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도중 대표팀 합류 의사를 묻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는 “너는 코리언 캐네디언이 아니라 캐네디언 코리언”이란 아버지의 말을 듣고 병원에 사표를 냈다. 스틱 한자루를 손에 든채 입국한 그는 다음달 곧바로 대표팀 연습경기에 출전했다. 2015년 특별귀화한 캐롤라인 박은 같은 해 컬럼비아대 의학대학원에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올림픽 출전을 위해 휴학했다. 지난해 3월 어깨 근막이 파열됐지만 수술까지 받고 대표팀에 다시 합류했다.
 
치열한 입시난과 취업난을 겪은 2030세대는 ‘공정’과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올림픽을 위해 청춘을 바친 선수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피해를 보는데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갑질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을처럼 희생당하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청춘들은 연애·결혼·출산은 물론 인간관계에 내집 마련까지 포기한 것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의미에서 ‘N포 세대’라 불리기도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여자아이스하키가 메달권 밖에 있다는 발언으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단일팀 관련 게시글이 700건을 넘었다. 한 팬은 ‘남북 단일팀은 소수의 인권을 희생해 대의를 이루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층은 단일팀 추진 과정에서 선수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재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툭하면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을 같은 민족이라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과거엔 민족주의가 통했지만 2030세대에게는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1990년대 초반 탁구와 축구 단일팀이 구성될 때만 해도 통일은 절대적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공정과 정의, 개인의 가치를 더욱 중시하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계는 이번 단일팀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상명하복은 더이상 곤란하다. 선수들과 체육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사전교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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