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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 조코비치 "정현 승리 깎아내리지 말라"

조코비치. [신화통신=연합뉴스]

조코비치. [신화통신=연합뉴스]

 
골프 메이저대회 8회 우승자이며, 스포츠계의 현인으로 통하는 톰 왓슨(69·미국)은 “좋은 승자가 되는 것보다 좋은 패자가 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2일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정현에게 패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그랬다. 조코비치는 멋진 패자였다.
메이저 대회 12승을 한 조코비치는 정현과 경기할 때 전성기의 서브가 나오지 않았다. 6개월 만에 출전한 그는 통증 때문에 서비스 폼을 바꿨는데 잘 안 통했다.  실수도 잦았고 스피드도 예전만 못했다. AFP 통신은 “조코비치는 공을 향해 팔을 뻗을 때 통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는 1세트 초반 거푸 범실을 하면서 게임스코어 0-4로 밀렸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특유의 베이스라인 플레이가 살아났고 게임스코어 5-5로 쫓아가 타이브레이크까지 만들었다. 이후 조코비치는 발목을 약간 접질렸지만 역시 부상 속에서도 눈부신 투혼을 발휘했다. 기록상 세트스코어 0-3의 완패지만 타이브레이크에 두번이나 들어가는 명승부였다.   
 
정현과 경기 중 힘겨워하는 조코비치. [신화통신=연합뉴스]

정현과 경기 중 힘겨워하는 조코비치. [신화통신=연합뉴스]

 
경기 후반 조코비치가 스트로크를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 많은 테니스팬은 놀랐다. 마리아 샤라포바 등 일부 선수가 경기 중 공을 치면서 소리를 지르지만, 조코비치는 매우 조용히, 냉철하게 경기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가 지르는 함성은 승리에 대한 강렬한 투쟁심을 웅변했다.  
 
조코비치의 상대는 또 다른 조코비치였다. “조코비치는 나의 우상이었고 어릴 때 조코비치를 카피하려 했다”고 말한 정현은 생각할 수도 없는 곳에서 조코비치의 공을 받아쳤다. 뉴욕타임스는 "극단적인 수세에서도 공을 받아치며 공격으로 바꾸는 모습은 전성기의 조코비치를 보는 것 같았다. 조코비치로서는 마치 거울을 보고 테니스를 하는 것 같았을 것"이라고 썼다. 
 
조코비치의 장래는 밝지 않다. 그는 메이저 12승 중 6승을 호주 오픈에서 따냈다. 그러나 지난해 2회전 탈락에 이어 올해도 16강에서 무너졌다. 6개월여 치료하고 나왔지만, 팔꿈치 통증은 아직도 그를 괴롭히고 있다. 조코비치는 “첫 서브가 잘 돼야 했었는데 잘 안 됐다. 그러나 그게 인생이고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은 조코비치에게 팔꿈치 통증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고, 조코비치는 “내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해달라. 그건 정현의 승리를 깎아내리는 행위”라고 답변했다. 그는 패배 앞에서 부상을 핑계 대지 않았다.   
정현을 축하하는 데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정현은 마치 벽 같았다.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존경한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SNS에서는 해시태그 정현(#chung)을 붙여 “놀랄만한 퍼포먼스였다.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적었다.
 
 
조코비치는 2015~16년 4개 메이저대회에서 연속 우승했으며, 2위와 최다 점수 차 세계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팬들은 “조코비치는 품격 있는 챔피언이다. 그가 건강하게 챔피언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성호준·박소영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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