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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미국이 ‘거지소굴’ 아프리카보다 못난 이유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NYT 컬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NYT 컬럼니스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 나라들을 ‘거지소굴(shithole)’로 지칭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잘 살고 깨끗한 미국이 왜 거지들이나 사는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지극히 ‘트럼프스러운’ 주장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런 ‘거지소굴’ 나라들보다 뒤떨어진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정말이냐고?
 
그렇다. 질문부터 해보겠다. “다음 중 성 소수자 차별 금지를 헌법에 가장 먼저 적시한 국가는 어디일까? (1)노르웨이 (2)뉴질랜드 (3)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답은 3번. ‘거지소굴’의 일원인 남아공이다. 남아공은 성별과 장애를 이유로 한 어떤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언젠가는 미국도 남아공만큼 계몽될 것이라 믿는다. 그 밖에도 미국보다 앞서가는 거지소굴 나라들은 차고 넘친다.
 
①시에라리온=5세 미만 아동과 임산부에게 의료 서비스 일체를 무료 제공하겠다고 대통령이 약속했다. 모자보건에 관심이 없는 미국과는 천양지차다. 참고로, 미국 여성의 출산 중 사망률은 영국보다 5배나 높다.
 
②케냐=모바일 금융에서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거의 모든 국민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으며, 그들 중 88%가 모바일로 거래한다. 케냐인들 눈에 느려터진 미국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놀라울 정도로 후진적이다. 게다가 케냐인들은 대다수가 영어와 스와힐리어, 그리고 각자의 부족어를 구사할 수 있다. 오로지 영어 한 가지 언어밖에 모르는 미국인들과는 딴판이다.
 
③르완다=모든 소녀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해준다. 접종을 못 받은 성인 여성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이 나라에선 2020년에 자궁경부암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받는 소녀가 65%밖에 안 되며, 2시간마다 여성 한 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의 효과를 깎아내리는 발언만 되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르완다는 아기 엄마들에게 우유 대신 아기 건강에 좋은 모유를 먹이도록 강력히 권장한다. 그 결과 르완다 아기들의 모유 수유율은 87%나 된다. 미국은 생후 첫 6개월간 모유만 먹는 아기가 20%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빌 게이츠 재단 관계자가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모유 수유율을 높이는 비결을 배워야 한다”고 했을까.
 
nyt 칼럼 1/23

nyt 칼럼 1/23

④나이지리아=정신장애나 갑상선 질병을 유발하는 요오드 결핍증을 줄이기 위해 전체 가구의 93%가 요오드가 들어간 소금을 사용한다. 반면 미국에서 요오드가 든 소금을 쓰는 가구는 전체의 절반에 그친다. 요오드 결핍증에 걸린 미국인이 갈수록 느는 이유다. 나이지리아의 모범을 좀 배워라.
 
⑤우간다=서방이 수용을 거부한 남수단 난민 100만명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니제르 역시 내전을 피해 탈출한 나이지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관용을 베풀었다. 반면 미국은 난민들을 툭하면 사회악으로 몰며 내쫓을 궁리만 하고 있다.
 
⑥카보베르데와 모리셔스=세계자유지수가 매긴 국가별 자유와 민주주의 순위에서 미국을 제친 인권 선진국들이다. 유색인종과 이슬람 신자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미국과 달리 두 나라는 다인종 관리에서 훨씬 개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다.
 
⑦에티오피아=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국가다. 미국보다 2배나 높다. 탄자니아와 지부티 역시 경제성장률에서 미국을 앞지르며 상위 6위 안에 랭크됐다. 이래도 아프리카가 거지소굴인가요? 트럼프 대통령님?
 
⑧보츠와나=할 말은 할 줄 아는 외교력으로 미국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이른바 ‘거지소굴’에 보츠와나도 들어가는지 분명히 밝혀 달라”는 질문을 공식적으로 백악관에 제기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처럼 무력시위를 하지도, 트럼프처럼 막말 트윗질을 하지도 않았지만, 이보다 확실하게 나라의 자존심을 지킨 대응도 흔치 않다. 그밖에 교육열에서도 아프리카인들은 미국인을 앞선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가운데 대졸자 비율(39%)은 미국 출생 미국인의 그것(31%)보다 높다.
 
아프리카에도 문제가 있긴하다. 그러나 다른 대륙보다 뛰어난 영역들도 분명히 많다.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모욕적인 말로 인류의 발상지이자 지구상 두 번째로 큰 대륙인 아프리카를 폄하하는 건 미국의 부족함을 자인하는 꼴일 뿐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NYT 컬럼니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17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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