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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추억입니다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이영희 중앙SUNDAY 기자

연초부터 사후 세계를 다룬 영화를 연이어 봤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신과함께-죄와 벌’,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코코’, 그리고 20년 만에 재개봉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사진)’다. ‘신과함께’와 ‘코코’가 죽음 이후의 세계를 화려한 영상으로 담아낸 반면, ‘원더풀 라이프’는 고요함 그 자체다. 하지만 세 작품 중 어떤 사후 세계를 고르겠냐 묻는다면 나의 선택은 ‘원더풀 라이프’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는 길에 일주일간 머물러야 하는 중간역 ‘림보’. 이곳에 온 이들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을 하나만 골라주세요”란 요청을 받는다. 직원들은 림보에 도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선택한 순간을 짧은 영화로 만들어낸다. 죽은 이들은 삶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를 재연한 영상을 보며 그 순간의 감정 만을 간직한 채 다른 모든 기억을 잊고 천국으로 떠난다는,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상상.
 
사소한 취향 1/22

사소한 취향 1/22

살아온 길이 다르니 선택하는 순간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의외로 대단한 영광의 순간은 아니다. 평생에 걸친 여성 편력을 자랑하던 할아버지는 결국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던 날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고른다. 너무 빨리 림보에 온 여중생은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던 어떤 오후를 선택한다. “좋은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는 쉰 살 샐러리맨의 선택은 슬프다. 아끼던 장난감을 들고 어두운 벽장에 숨어들던 어린 시절의 한 때.
 
영화는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섞였다. 감독은 촬영 전 일반인 600여 명을 인터뷰했고, 그중 몇 명을 출연시켰다. 오빠 앞에서 ‘빨간 구두’ 춤을 추던 날을 추억하는 할머니, 첫 비행 때 눈앞을 스쳐 간 구름을 떠올리는 전직 파일럿 등이다. 이들 덕분에 영화는 묘한 현실감을 갖는다. 그래서 내내 생각을 멈추기 어렵다.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고르라고 한다면?
 
일주일이 지나도 그 순간을 찾지 못한 이들은 림보에 남아 일해야 한다. 50년간 이곳에 머물며 짧은 인생의 기억을 헤집었던 모치즈키(이우라 아라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어떤 이가 선택한 기억 속에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단 하나의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기적. 어떻게 또 한 해를 보낼까 고민 많은 이 계절에 어울리는 영화다. 
 
이영희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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