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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절제 대신 내시경으로 위암 잡는다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68세 남성 최모씨는 조기 위암 내시경절제술을 받은 후 오히려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5년 전 건강검진 내시경 검사에서 위암이라는 진단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고혈압 이외에 특별한 지병이 없었다. 담배는 10년 전에 끊었고, 일주일에 3-4번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등 건강에는 자신이 있던 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위암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위암 환자는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상태인 것 같다는 설명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CT 등 여러 검사 후 3박 4일 입원하여 내시경 치료를 받았다. 시술 후 약간의 메스꺼움과 가벼운 복통 이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퇴원 후 하루 한 알 궤양약 2개월, 헬리코박터 항생제 1주일 이외에 특별한 치료는 없었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식생활은 조금 싱겁게,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면서 골고루 소식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몸무게에도 신경을 써 천천히 정상으로 만들었고, 술을 줄이고 취미 생활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치료 이전보다 훨씬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수술하면 재발 막으려 림프절 손 대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진단되는 암 중 하나다. 조금 감소하는 경향이지만 아직도 매년 2만 5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2013년 기준 남자 78세, 여자 85세인 기대 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남자는 5명 중 2명, 여자는 3명 중 1명 정도가 암 진단을 받게 된다. 70대 중반까지 살펴보면 남자는 7.3%, 여자는 2.7%에서 위암이 발생할 수 있다.(평균 위암 누적발생률 4.9%, 2012년 기준)
 
위암의 전통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위암 위치에 따라 위의 아래쪽 3분의 2, 혹은 위 전체를 제거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주변 림프절까지 넓게 치료하는 큰 수술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개복술 대신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을 통해 수술 부위 상처가 작고, 통증이 덜하며, 입원기간이 짧은 치료법이 선호되고 있다. 위의 상단부에 위치한 조기 위암의 경우 위 전체를 제거하지 않고 위의 상부 절반 정도만 수술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수술은 수술이다. 비록 수술의 효과는 잘 입증돼 있으나 전신마취에 따른 심장이나 폐 합병증의 위험, 체중 감소, 수술 후 삶의 질 저하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다. 이에 따라 수술을 피하고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도입된 것이다.
 
위암 검사에서 점막에 국한된, 궤양이 없는, 2㎝ 이하의 분화세포형 조기 위암이란 진단이 나오면 내시경 치료를 생각해볼 수 있다. 건강검진 내시경을 통해 위암이 발견되는 조기 위암 환자가 많아 최근 위암 환자 중 4분의 1 이상은 내시경 치료 대상이다. 삼성서울병원은 2017년 위암 수술 1660여 건, 내시경 치료 900여 건을 시행했다.
 
위암 내시경 치료의 표준적인 방법은 내시경점막하절제술(ESD, 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이다. 3박 4일 정도 입원이 필요하고, 시술 자체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시간 정도다. 환자 입장에서는 마치 긴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다. 내시경 절제가 불가능한 1%를 제외하고, 99% 환자는 내시경으로 위암이 제거된다. 합병증은 출혈이 5~10%, 천공이 1% 발생하며 대부분 약물 혹은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다. 퇴원 후 가벼운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위암 내시경 치료 후 병리결과 확인이 중요하다. 85% 이상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 7명 중 1명 정도 병리결과에서 재발 위험인자가 발견되면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한다.
 
수술은 위 3분의 2 혹은 전체를 제거하지만 내시경 치료는 병만 제거해 위가 보존된다. 식생활도 그대로이고 체중도 빠지지 않으므로 삶의 질이 유지된다. 다만 수술에 비하여 내시경 치료의 단점은 재발률이 다소 높다는 것인데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헬리코박터 감염땐 항생제 치료 함께
조기 위암 내시경 치료 후 위암 발생의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되면 1~2주 동안 항생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 위 림프종, 조기 위암 내시경 치료 후에만 헬리코박터를 치료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내시경으로 위 선종 절제술 후 ▶부모·형제·자매 등에게서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축성 위염 ▶기타 제균치료에 동의하는 경우 헬리코박터 감염자는 항생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아직 소화성 궤양이나 위암 환자가 아닌 경우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는 조건이 남아있긴 하다. 그렇지만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로 위암 발생률을 낮추고, 정기적인 검진 내시경으로 위암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위암은 충분히 정복할 수 있다.
 
 
이준행 삼성서울병원
위암센터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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