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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별장치 끄고 北항구 진입…中선박, 美위성에 딱 걸렸다


 식별장치 끄고 북 입출항…미 위성에 잡힌 밀거래 현장
 

WSJ '미국, 안보리 제출자료' 입수
안보리 '대북 석탄수출 금지 결의' 직후
선박 위치송신장치 끄고 은밀하게 이동
북한서 석탄 싣고 나와 중국서 다시 켜
중국이 제재 반대한 6척 모두 적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제재 국면의 틈새를 노리는 북한과 중국 선박의 밀거래는 여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18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대북 제재를 피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이뤄지는 밀거래 실태를 위성사진 등을 통해 집중 분석했다.
 
WSJ는 주로 중국인(홍콩 포함)이 소유하거나 운영해온 선박 6척의 대북 불법 거래 행태를 소개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했다.
 
6척의 선박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말 안보리에 블랙리스트 지정을 요청했던 10척 가운데 중국의 반대로 제재대상에서 제외됐던 글로리 호프 1, 카이샹, 신성하이, 위위안,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삼정 2호 등이다. 당시 안보리에서는 중국의 거센 반발로 중국과 관련없는 4척에 대해서만 블랙리스트에 올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이 비호한 6척의 불법거래 행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앞으로 중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가 된 6척은 대부분 선박의 위치를 알려주는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행하면서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비켜왔다. 그러나 이번에 미 정보당국의 위성은 피할 수 없었다.
 
중국인 소유 글로리호프 1호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상당히 은밀하면서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해준다. 지난해 8월 5일 대북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 2371호가 통과된 직후 글로리호프 1호는 평양 인근 송림항에 정박해 있었다. 파나마 깃발을 달고 AIS를 끈 상태였지만 미 정보당국의 위성 카메라에 포착됐다.
 
글로리호프 1호는 북한산 석탄을 실은 뒤 중국 쪽 해안으로 나와 AIS를 다시 켰다. 마치 중국에서 화물을 선적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8월 글로리호프1호가 북한 송림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이 미 위성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WSJ]

지난해 8월 글로리호프1호가 북한 송림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이 미 위성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WSJ]

 
중국 롄윈(連雲) 항구 주변 해역에서 1주일 이상을 배회하던 글로리호프 1호는 베트남 깜빠항으로 이동, AIS를 다시 끄고 북한에서 실어온 석탄을 하역했다.
 
중국 선박인 신성하이호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18∼19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는 들어가지 않고 AIS를 켠 상태로 주변을 배회했다. 러시아산 석탄을 선적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위치를 노출한 것이다. 신성하이호는 이틀 뒤 AIS를 끈 뒤 북한 남포항으로 입항해 석탄을 싣고 9월말 베트남으로 향했다.
중국 소유 카이샹호가 지난해 8월31일 북한 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이 미 위성카메라에 잡혔다. [사진 WSJ]

중국 소유 카이샹호가 지난해 8월31일 북한 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이 미 위성카메라에 잡혔다. [사진 WSJ]

 
NYT는 미 정찰기에서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제품을 이전하는 실태를 보도했다. 이 선박은 여수항을 떠난 뒤인 지난해 10월19일 동중국해 공해 상에서 절반 크기도 안 되는 삼정2호를 바짝 붙인 채 600t의 석유를 옮겨실었다.
지난해 10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왼쪽 큰 배)가 북한 삼정2호에 석유를 옮겨싣는 모습이 미 정찰기에 포착됐다. [사진 NYT]

지난해 10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왼쪽 큰 배)가 북한 삼정2호에 석유를 옮겨싣는 모습이 미 정찰기에 포착됐다. [사진 NYT]

 
NYT는 “북한이 제재 국면에서 필요한 연료를 얻거나 달러를 벌어들이는 통로로 이같은 불법 밀거래에 많이 의지하는 중”이라면서 “이같은 밀거래가 대북 제재를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동안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준수하고 법에 따라 위반사항을 다루겠다”고 국제사회에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반대로 블랙리스트에서 빠진 6척의 불법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체면을 크게 구겼다.
 
NYT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밀매행위를 하는 국가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를 가려내기는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의 경우 홍콩 회사 소유로 돼있지만 대만 회사가 임차한 상태다. 또 이 대만 회사는 지난달까지 마샬제도에 주소지를 둔 빌리언스 벙커 그룹 소유였다. 마샬제도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대만 정부는 배를 임차한 대만회사의 첸시흥 대표를 지난 3일 체포하고, 12일 빌리언스 벙커 등 4개 기업을 대북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비웃는 밀거래 현장이 적발되면서 미국의 북중 해상 압박이 보다 강해질 전망이다. 백악관의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제재를 위반하는 선박에 대한 강경한 제재를 경고했다. 그는 지난달 영국의 한 회의에 참석해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행위가 그들의 마지막 항해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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