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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했던 조연,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그 인물

18일 끝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단지 주인공 김제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제혁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 이야기가 함께 녹아들고 얽히며 작지 않은 비중으로 다뤄졌고, 묵직하게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꼽아봤다. 짧지만, 강렬했던 이들의 이야기.
 
1. 조주임(성동일 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조주임 [사진 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조주임 [사진 tvN]

 
조주임은 서부 구치소의 교도관이다. 구치소는 형이 확정되기 전 범죄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김제혁도 서부 교도소로 향하기 전 이곳으로 수감됐다. 서부 구치소의 터줏대감인 조주임은 넉살이 좋고, 서글서글하게 김제혁에게 다가온다. 김제혁의 숨은 조력자가 될 것 같은 느낌. 그러던 중 김제혁은 갈등을 빚던 인천 오성파 행동대장 갈매기(이호철 분)를 두들겨 패 항소를 앞두고 징벌방에 갈 위기에 처한다. 조주임은 김제혁을 따로 불러 이야기한다.  

 
"원래 여기 들어올 때는 나이고 자존심이고 다 영치시키고 들어오는거야. 밖에서 뭣도 아닌 것들이 여기 들어오면 서로 대장되겠다고 아웅다웅하는 거 참 세상 요지경이지. 그래도 여기도 룰이라는 게 있어. 김 선수처럼 오늘처럼 사고 치면 징벌방이 맞는 건데 그러면 나중에 항소할 때 김 선수한테 불리할 수도 있잖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조주임 [사진 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조주임 [사진 tvN]

 
이에 김제혁은 신세를 꼭 갚겠다고 하고, 조주임은 답한다. "그 신세 지금 갚으면 되겠다. 돈으로." 인상 좋은 겉모습과는 달리 조주임은 수용자들과 뒷거래를 통해 돈을 챙기고 있던 악질 교도관이었다. 특히 "왜 김제혁 소식을 언론에 흘리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갈매기를 CCTV 사각지대로 불러 뺨을 후려치는 장면은 조주임이 어떤 인물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하지만 조주임의 이러한 불법행위가 김제혁의 기지로 발각되고, 결국 조주임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2회 만에 퇴장한다.
 
2. 장발장(강승윤 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장발장[사진 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장발장[사진 tvN]

 
서부교도소로 간 김제혁과 같은 방을 쓰는 재소자로, 상습절도 혐의로 징역 1년형을 받았다. 극 중 이름은 이주형인데 주로 '장발장'으로 불린다. 특수폭행 및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5년 징역으로 감형된 장기수 김민철을 '아부지'라 부르며 따른다.
 
하지만 장발장은 '양아치' 기질을 버리지 못한다. 노역을 나간 곳에서 일반인의 지갑을 훔치고, "니 진짜 안 그랬제"라고 묻는 장기수의 질문에 아무런 가책도 없이 "응, 안 했다"고 답한다. 출소를 앞두고 개조한 시계가 들키자 '아부지'라고 따랐던 장기수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한다. 출소한 장발장이 택시를 타고 부대찌개 가게를 지나치는 장면은 장발장이 어떤 인물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가면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장발장은 순진한 얼굴로 교도소 인근의 24시간 부대찌개 가게로 가서 부대찌개를 먹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결국 그 얘기 또한 거짓말이었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장발장[사진 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장발장[사진 tvN]

 
장발장은 끝까지 반전을 거듭한 인물이다. 출소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장발장은 '양아치' 기질을 모두 버리고 장기수를 접견하러 온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부지캉 살 집 구한다고, 내 돈 번다고 바쁘다. 아부지는 한 개도 걱정하지마라. 내 아부지 나오면 따닷한 파카 들고 마중 나가 있으께. 그라고 방에도 보일러 만땅으로 틀어놓을게. 아부지, 내 한 시도 아부지 잊어본 적 없다. 내캉 같이 살끼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장발장[사진 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장발장[사진 tvN]

 
3. 김민성(신재하 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사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사진 tvN]

 
김민성은 흙수저 청년을 대표하는 재소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사장 뒤치닥꺼리를 하기 위해 밤중에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냈고, 그렇게 교도소에 들어왔다. 교도소에서는 보기 힘든 순한 인물로, '목공장 순돌이'라 불렸다. "죄송하다"거나 "감사하다"는 말을 할 때는 꼭 두 번 이상 반복하는데, 이는 겸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리저리 치이며 기죽어 살았던 민성의 성격을 잘 나타낸다.
 
여동생 결혼에 참석하기 위해 가석방이 절실하지만, 깐깐한 교도관 나과장(박형수 분)은 행형(수형자에 대한 교정·교화와 사회복귀를 위한 교육) 점수가 1점 부족하다며 가석방 명단에서 민성을 제외한다. 그 소식을 듣게 되자 민성은 크게 좌절하고, 김제혁은 민성을 위로한다. 아래는 둘의 대화.
 
민성: 제가 공무원 시험만 붙었어도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하루도 안 쉬고 아르바이트하고, 5시간씩 자면서 공부만 했는데도 합격을 못 했어요. 시험만 붙었어도...제 탓이에요.

제혁: 그러게. 네가 더 노력했어야지.
민성: 그러고 보면 형도 대단해요. 신고 선수로 넥센 들어가신 거죠? 진짜 대단하다. 그거 거의 100대 1 정도 된다던데.
제혁: 열심히 했거든. 나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거든. 내가 제일 열심히 했어. 다른 누구보다 내가 제일.(제혁은 그의 말대로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가 넥센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그저 넥센에 좌완 투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좌완인 김제혁과 함께 넥센 구단의 테스트를 받았던 다른 투수들은 모두 우완이었다.)
민성: 근데 형, 저도 진짜 열심히 살았거든요. 남들이 하는 거, 나 하고 싶은 거 다 참고,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저 공부만 하면서 진짜 열심히 살았어요. 진짜 미친 듯이 일만 했는데 근데 왜 이래요? 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혁: 더 노력했었어야지. 네가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어야지. 새벽부터 일하고, 아르바이트도 5개씩 했었어야지. 밥도 먹지 말고, 밥은 왜 먹어? 잠도 다섯시간 자지 말고 세 시간만 잤었어야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1년 365일 일만 하고, 공부만 했었어야지.
(눈물 흘리는 민성)
제혁: 어떻게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사냐. 여기서 어떻게 더 허리띠를 졸라 매. 어떻게 더 화이팅을 해. 최선을 다했는데, 기회가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세상을 탓해. 세상이 더 노력하고 애를 썼어야지. 자리를 그렇게밖에 못 만든 세상이 문제인 거고, 세상이 더 최선을 더 해야지. 욕을 하든, 펑펑 울든 다 해도 네 탓은 하지 마.
 
이후 제혁은 교도소에 기부하는 조건으로 나 과장에게 민성의 서류를 다시 한번 꼼꼼히 챙겨봐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민성은 가석방된다.
 
4. 그외 인물(교도소장과 장기수 딸 김은수)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교도소장 [사진 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교도소장 [사진 tvN]

 
교도소장(안상수 분)은 자기 안위만을 생각하는 인물로 비쳐진다. 교도소에서 터지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 때 그가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이 사건이 기사에 나왔는지 아닌지다. 항상 휴대폰을 손에 쥐고 기사를 검색하고 있다. 스타였던 김제혁과 친해져 어떻게든 친한 기자에게 단독 기사를 물어줘 언론에 잘 보이려고 애쓰고, 이를 위해 김제혁에게 온갖 편의를 봐준다. 항상 허허실실 가볍게 보인다.
 
하지만 교도소 운영에 있어선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탈수기 누전으로 인한 연기를 화재 연기로 오해해 수용자들의 문을 다 열어버린 팽부장(정웅인 분)을 다른 교도소로 보내라는 나과장의 강경한 요청에 소장은 답한다.
 

"싫어. 팽부장 전출 안 시킬 건데? 싫으면 나과장이 전출 가(웃음). 나과장 일 잘하는 거 알지. 이 교도소에 꼭 필요한 사람이야. 없으면 안 돼. 나과장 없으면 여기 개판이야. 나도 잘 알지. 근데 (정색)팽부장 같은 사람도 있어야지. 팽부장 같은 사람도 있어야, 무르팍에 도가니 같은 사람도 있어야, 여기가 제대로 돌아. 내가 징계는 확실하게 할 테니까 그래도 선은 넘지마. 팽부장 전출은 없어. (웃음) 그렇게 알아."

 
교도소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인 이 딱 부러진 모습은 시청자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다만 출소를 앞둔 김제혁을 10개 언론사 앞에 세워 인터뷰를 시키는 등 마지막까지 가벼운 캐릭터는 유지된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장기수의 딸 [사진 tvN]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장기수의 딸 [사진 tvN]

 
장기수 김민철의 딸 김은수(김지민 분)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14화 때 등장한다. 그저 교도소 재소자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생인 줄 알았던 여대생은 알고 보니 20여년 전 장기수 몰래 그의 연인이 낳은 딸이었다. 은수가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아버지 장기수를 만나 처음 건넨 말은 "우와 잘 생기셨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생기셨어요"였다. 은수는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줄 알았지만, 가족 관계 증명서를 떼다 뒤늦게 이를 알고 결국 직접 아빠를 만나러 온다.
 
장기수는 접견 중 우연히 보게 된 은수의 목걸이를 보고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된다. 그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 사랑하던 연인에게 선물한 반지를 꿰어 만든 목걸이였던 것. 장기수는 "하나님, 제가 20년 넘게 빈 것 어디다 팔아먹었습니까. 그 사람 나 같은 사람 잊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게 해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사람을 이렇게 큰 죄인을 만드는 게 어딨습니까"라고 혼자 이야기하다 결국 "저한테는 이제 감사한 것만 남았습니다"라고 감사함을 고백한다. 이렇듯 딸은 20여년 전 연인에 대한 장기수의 마음과, 장기수를 향한 20여년 전 연인의 마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존재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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