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진호의 이나불?] 한 달 생활비가 955만원? 대체 왜 보여주나

지난 17일 방송된 채널A 예능 '아빠본색' [사진 채널A]

지난 17일 방송된 채널A 예능 '아빠본색' [사진 채널A]

 
'관찰 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연예인들의 삶이 시청자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과거 카메라 앞에서 꾸며진 모습만 보여줬던 스타들은 이제 가식 없는(혹은 가식 없어 보이는) 모습을 내세우고, 시청자들은 이를 보며 색다른 재미를 느낀다. '연예인도 별것 없구나' '사는 거 다 똑같네'라는 공감은 색다른 재미에 위안까지 더하며 볼거리를 풍부하게 만들어왔다.
 
그런데, 지난 17일 채널A 예능 '아빠본색'을 본 시청자라면 상당수가 위안은커녕 열패감을 느꼈을 터이다. '아빠본색'은 연예인 아빠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속마음을 들여다보겠다는 관찰 예능으로 방송인 이윤석, 가수 V.O.S의 박지헌 등이 아빠 출연자로 등장하고 있다.
 
공감 안 가는 그들만의 이야기
이날 방송에서 박지헌 부부는 "생활비가 증가할 것 같으니 미리 계획을 짜보자"며 2018년 가계 예산안을 짜본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공개한 생활비는 955만원이다. 분기 생활비가 아니라 한 달 생활비다. 저축을 하는지는 방송에 안 나왔으나, 저축이나 개인 보험비는 저기 포함돼 있지 않다. 물론 박지헌은 현재 다섯 자녀를 두고 있으며 곧 여섯째가 태어난다. 홈스쿨링을 통해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막내를 제외한 아이 4명의 교육비가 월 200만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 달 식비 400만원(간식 100만원 포함), 차량 유지비 110만원 등 1000만원에 육박하는 한 달 생활비에 공감할 시청자가 몇이나 될까.
 
채널A 예능 '아빠본색' [사진 채널A]

채널A 예능 '아빠본색' [사진 채널A]

 
"힘들게 사는 사람 비웃나" 비판도
"애 셋인 우리 집 한 달 월급보다 한 달 식비가 더 많다(바**)", "좋은 집에서 좋은 거 먹이고 과외 다 하고 그러니 그 정도 들지, 남들은 해주고 싶어도 못하는데 좋겠다(천*)", "이 가족 안 나오면 안 되나요,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비웃는 것도 아니고 참 편하게 산다(은*)", "연예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청*)", "뭘 본받으라고 방송에 나오는 건지(H*)" 등 관련 기사에는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편의점에서 식사한다", "우리를 위한 지출이 없다는 게 씁쓸하다"는 박지헌의 얘기와 주영훈·문희준·김구라 등 다른 출연진들이 "(생활비)줄일 게 없다", "눈물이 울컥 난다", "핫도그 보내주겠다"며 호응하는 모습은 위화감과 불편함만 더할 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벌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먹이는 건 결코 문제가 아니다. 그저 '굳이 이렇게나 자세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하는 제작진의 의도가 문제다.
 
연예인 말고 대중에 눈높이 맞춰야  
요즘 이처럼 관찰 예능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2012년 이후 관찰 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은 뒤 다양한 형식적 변주를 겪고, 양적으로 증가하면서다. 지난해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서는 초호화 주택을 둘러보다 가격대(이 가격도 무려 10억원이다)가 맞지 않자 "지방 가서 살자"며 힘들어하는 연예인 예비부부의 모습을 방송했다. SBS '싱글와이프', tvN '둥지탈출' 등 연예인 가족들이 나오는 예능은 연예인마저 핏줄을 통해 세습된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줬다.
 
연예인 가족 예능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장신영·강경준 커플이 3주 동안 고가의 신혼집을 구하러 다니다 좌절하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은 SBS‘동상이몽2’.  [사진제공=SBS 화면 캡처]

연예인 가족 예능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장신영·강경준 커플이 3주 동안 고가의 신혼집을 구하러 다니다 좌절하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은 SBS‘동상이몽2’. [사진제공=SBS 화면 캡처]

 
'관찰 예능'이 아무리 '핫'하다 해도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있다. 이를테면 관찰 예능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사는 거 다 똑같구나'라는 공감 같은 요소 말이다. 시청자들이 자주 쓰는 말 중 하나가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이다. 그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무엇이든 시청자가 관심 갖고 공감할 거란 생각은 너무나 순진하다. 우선 제작진부터 연예인이 아니라 대중과 눈높이를 맞춰야 할 것 같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노진호의 이나불?] 시리즈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 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